와파린과 다른 기전…비열등성 확인
약물·음식 상호작용에 덜 민감
항응고 모니터링·약물 용량 조절도 불필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새로운 선택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신규 항응고제 다비가트란 이텍실레이트(dabigatran etexilate). 비타민 K 길항제와 차별화되는 기전으로 와파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약물이다.

와파린, 처방에 한계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알려진 심방세동은 뇌졸중의 주요 위험인자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심방 내에 저류된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혈전생성을 차단해 뇌졸중 또는 이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 항응고 요법이 심방세동 치료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적어도 한가지 이상의 뇌졸중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심방세동 환자의 항응고 요법에는 와파린과 같은 비타민 K 길항제가 권고된다.

 심방세동 환자에서 와파린의 뇌졸중 예방효과는 여러 차례 검증된 바 있다. 한 메타분석에서 와파린 용량조절법의 뇌졸중 예방효과는 64%로 항혈소판제(22%)와 비교해 높았다(Ann Intern Med 2007;146:857-867).

뇌졸중 위험인자
한가지 이상 가진
심방세동 환자에 혜택


하지만, 이같은 효과와 지속적인 권고에도 와파린 처방은 필요한 환자의 3분의 2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Stroke 2006;37:1070-1074).

 이유가 뭘까? 와파린의 경우 출혈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에게는 처방이 어렵고, 위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INR(Internal Normalised Ratio) 등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필요로 한다. 또한 여타 약물이나 음식과의 상호작용 위험으로 인해 역시 잦은 모니터링의 부담이 발생한다.

 심방세동 환자의 항응고 치료는 와파린 등의 부작용 위험을 낮춘 상태에서 뇌졸중 예방효과를 높이는데 여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멜라가트란 실패 뒤 희소식

 와파린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신약 개발은 여러 차례 시도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멜라가트란(ximelagatrean)으로, 이 약물은 효과에 반하는 간손상 위험으로 고배(苦杯)를 마셨다. 그런데 최근 학계가 고대하던 새로운 선택이 희소식을 들고 나타났다. 얼마 전 열린 유럽심장학회(ESC)에서 신규 항응고제 다비가트란의 성공적인 임상결과가 발표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비가트란은 기전 상 와파린과 대비되는 특성으로 개발단계부터 관심을 끌었다. 트롬빈 억제를 위한 약물의 활성형태 전환이 cytochrome P-450과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혈청 에스테라제에 의해 이뤄진다. 억제 유무에 따라 약물 간 상호작용을 초래하는 이 간효소와 독립적인 기전인 만큼, 약물이나 음식과의 상호작용, 더 나아가서 유전적 다형성 등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다. 항응고 모니터링과 약물용량 조절도 필요치 않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RE-LY 연구

 이번에 발표된 연구의 목적은 다비가트란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과 관련 기존 와파린 대비 열등하지 않음(inferiority)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다비가트란 고정용량(110·150mg, 1일 2회) 요법의 뇌졸중 및 전신성 색전 예방효과를 와파린 용량조절 요법과 비교했다. 안전성 검증을 위해 주요출혈 위험도 분석했다.

 유효성 관련 주요 종료점은 두 용량군 모두에서 와파린군 대비 비열등성이 확보됐다. 특히, 150mg군에서는 뇌졸중 예방효과가 와파린과 비교해 유의하게 높은 우수성(superiority)까지 확인됐다. 다비가트란의 우수성은 110mg군의 주요출혈 종료점에서도 드러났다.

110mg군은 안전성 면에서, 150mg군은 유효성 면에서 와파린 대비 우수성을 보인 것이다. 다시 설명하면 다비가트란 110mg은 와파린 대비 주요출혈 위험을 낮춘 가운데 대등한 뇌졸중 예방효과를, 150mg은 주요출혈 위험에 큰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뇌졸중 예방효과는 더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지멜라가트란 실패의 원인이었던 간독성과 관련해서도 위험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RE-LY" 연구결과와 함께 8월 3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논평은 "다비가트란의 1일 2회 요법 및 비출혈성 부작용 위험과 관련 INR이 적절하게 조절되는 상태에서 와파린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다비가트란으로 전환해도 큰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심근경색, 소화불량, 위장관 출혈 등은 다비가트란군에서 비교적 높았다.

 하지만, 논평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진 다른 심방세동 환자들은 다비가트란을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RE-LY" 연구가 신뢰할 만(rely on) 하다"고 부연했다.


RE-LY 연구
The Randomised Evaluation of Long-Term Anticoagulation Therapy

▶목적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있어 새로운 경구용 트롬빈 직접 억제제 다비가트란(dabigatran)이 기존 와파린과 비교해 비열등함(noninferiority)을 입증하고자 했다.

▶방법
 뇌졸중 위험을 나타내는 심방세동 환자 1만 8113명을 고정용량 다비가트란(110mg 또는 150mg 1일 2회) 또는 용량조절 와파린 그룹으로 나눠 시험을 진행했다. 다비가트란군은 맹검, 와파린군은 비맹검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졌다.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2.0년이었으며, 주요종료점은 뇌졸중 또는 전신 색전증으로 삼았다. 안전성 검증을 위해 주요출혈 위험이 함께 분석됐다.

▶결과
 다비가트란 110mg 그룹의 주요 종료점 발생빈도는 연간 1.53%로 와파린군(1.69%)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다비가트란군의 상대위험도(RR)가 0.91(95% CI 0.74~1.11)로, 와파린 대비 비열등성 기준을 만족시켰다(비열등성 p<0.001). 관심을 끌었던 주요출혈 부분은 2.71% 대 3.36%로 다비가트란 110mg군이 유의하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p=0.03).
 150mg군의 경우 주요 종료점 빈도가 연간 1.11%로 와파린군과 비교해 오히려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상대위험도 0.66, 95% CI 0.53-0.82, 우수성 p<0.001). 하지만, 주요출혈 빈도는 3.11%로 와파린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p=0.31). 출혈성 뇌졸중의 경우, 110·150mg군 모두에서 와파린군 대비 유의한 감소효과가 확인됐다(p<0.001). 연간 사망률은 와파린군 4.13%, 110mg군 3.75%(p=0.13), 150mg군 3.64%(p=0.051)를 각각 나타냈다.

▶결론
 연구팀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다비가트란 110mg이 와파린과 대등한 정도의 뇌졸중 또는 전신색전증을 예방하는 한편, 주요출혈 위험은 더 감소시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150mg 요법은 와파린 대비 뇌졸중 또는 전신 색전증 위험을 유의하게 더 낮춰주는 반면, 주요출혈 위험은 와파린과 같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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