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임신 급증에 저체중 신생아 증가
국민 건강·의료비 증가에 심각한 영향
부부 모두 임신전 건강관리 중요


 흔히 산전관리로 알고 있는 임신에서 출산 전까지의 관리보다 임신하기 전, 임신과 다음 임신 사이의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6일 열린 제26회 한국모자보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저출산환경에서 임신 전 관리의 중요성"을 주제로 임신 전 관리의 필요성과 제도화에 대한 의견들이 교류됐다.

 최근 우리나라 저출산 환경의 특이점은 고령임신이 급속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처럼 고령임신 등 저출산과 함께 나타나는 현상들에 주목해야 하는데 고령임신, 쌍태임신, 조산의 증가는 저체중아의 증가를 야기한다.

이로 인해 저체중아의 관리에 따른 의료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하며 평생 건강의 질이 저하되는 결과까지 불러올 수도 있다.

 한국모자보건학회 박문일 회장(한양의대)은 "자연적인 임신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태어나는 신생아들의 건강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출생아 수도 감소하는데 건강의 질마저 떨어진다면 장차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혼 전 상담으로 가족의 중요성, 가치, 적절한 피임기간 등의 교육이 가능하며 임신 전 상담으로 임신 전 건강한 몸만들기, 유산 및 출산 후의 임신, 적절한 터울 등에 대한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출산시대에서 신생아들의 건강을 제고할 수 있는 임신 전 관리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벌써 "임산부 체중관리" 돌입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저체중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출생시 체중 2.5kg 이하인 저체중아는 2008년 기준 전체 출생아의 4.9%로 이는 2007년(4.7%)보다 0.2%, 2000년(3.8%)보다는 1.1% 증가한 것이다.

 저체중아는 출생시 호흡이나 소화기능이 미숙한 경우가 많고 발육이 더디며 신생아 시기에 각종 질환 이환율이나 사망률이 증가한다.

또 자궁 안에서 출생 후의 평생 건강이 결정된다는 "태아프로그래밍" 이론에 따르면 임신 전 및 임신 중 영양부족, 임신 중의 스트레스, 탈수증 등으로 저체중아로 태어나면 그 신생아는 성인에서의 평생 건강의 질이 나빠지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각종 대사증후군에 쉽게 노출된다.

 일본 역시 저체중아 출산율이 93년 6.8%에서 2003년 9.1%로 늘었다. 그러나 저체중아 출산의 후폭풍을 예견한 일본 후생보건성은 임신 중 영양을 중요시하는 "임산부 체중관리 기준"을 제시하는 등 국가적인 대처를 시작, 대대적인 국민 건강 수준 관리에 도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임신 중은 물론 임신 전 일반적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으며 임신 전 및 임신 중 건강유지에 중요한 영양, 생활습관, 운동 등에 대한 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다.

박 회장은 "국내 임신부들의 산전검사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요구도를 조사한 결과 80% 가까이에서 "꼭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고 절반 가량이 국가가 의사가 권유하는 검사항목에 대해 전액지원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표준화된 산전검사가이드라인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모자보건학회는 "산전 및 임신 전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을 위한 연구 및 정부 제언을 더욱 활발히 하고 "임신 전 상담"을 제도화해서 상담에 대한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현재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임신 전 상담을 하더라도 수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상담 자체가 활성화 될 수 없는 여건이다.

자연임신율 24~30% 불과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평균 출산 연령도 증가하고 있으며 2008년도 평균 출산연령은 30.8세로 10년 전(28.5세)보다 2.3세가 늦어졌다. 고령임신으로 인한 산모의 건강상 문제는 저체중아 출산 및 조산율의 증가를 불러오고 체외수정 등 각종 생식보조술로 인해 예전보다 증가한 쌍태아 출산도 저체중아 증가에 한 몫을 하게 된다.

 박 회장은 임신을 계획해 준비하고 자연스럽게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이 건강한 신생아를 출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자연임신은 생각보다 어렵다. 35세 이하의 건강한 부부의 자연임신율은 24~30%에 불과, 부부 10쌍 중 2~3쌍만이 건강하게 임신하고 출산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바와 다르게 자연임신율이 낮은 이유는 "잠재임신" 때문이다.

 이는 초기에 유산되는 양상으로 대부분 임상적으로 임신을 인지할 수 없어서 "잠재임신"이라고 불리며 "조기 착상 후 배아손실" 또는 "조기 임상전 배아손실"이라고도 한다.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착상 후에 배포가 다음 월경 주기 전 또는 월경 근처에서 소실되는 현상이다. 이 경우에서의 임신 여부는 황체기에서 혈액 또는 소변 중의 hCG의 존재 여부로 확인할 수 있다.

 박 회장에 따르면 35세 이하 정상 부부의 1년 이내 불임률은 15~20%로 따라서 임신이 가능한 비율은 80~85%이다. 또 임신 후 자연유산율은 65~70%인데 이 가운데 임상적인 자연유산율이 15~20%, 습관성 유산이 10%이고 잠재임신이 50%를 차지한다.

 따라서 전체적인 자연임신율은 최고 30%(0.85×0.35×100), 최저 24%(0.8×0.3×100)밖에 안 된다는 것으로 이는 국민 건강 수준 저하에 대한 심각한 경고이다. 

남성, 최소한 임신 100일 전 부터 관리해야


 여성의 고령 임신 뿐 아니라 남성 배우자의 건강 수준 저하도 저출산과 저체중아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

 박 회장은 "남성의 고환에서 원시정자세포가 생기기 시작해서 성숙되는 기간이 최소 74일. 여기에서 2~3주간 더 있어야 가장 건강한 정자가 만들어진다"며 "수정 100일 전부터 술과 담배에 노출됐다면 이미 유해성분에 노출된 정자가 수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생리주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최소 100일 전부터 남성 배우자의 산전 관리에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환경호르몬이나 과도한 에스트로겐 환경 등으로 남성의 정자 수가 최근 5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는데 근래 10년 간의 데이터를 보면 10년 만에 다시 반으로 줄었다. 이를 근거로 인류는 자연스레 멸종할 것이라는 인류학자들의 견해도 일리가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비만 남성의 경우 정자의 수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사성 질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계획임신 6개월 전부터 체중조절이 필요하다.

 박 회장은 "혼인 신고 전 부부의 건강진단서를 확인해 일종의 부부면허증, 육아자격증 등을 주고 일정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인정하는 등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도움말 : 박문일 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산부인과


임신 전 관리를 위한 권고사항
(미국 질병관리본부/독성관리국)

 1. 평생 동안 가져야 할 개인의 책임 : 모든 여성과 부부는 가임 관련 생활 계획을 세워야 한다.

 2. 소비자의 인식 : 임신 전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공공의 인식을 높이고 각 연령, 지식, 건강지식, 문화 및 언어권을 초월해 다양한 정보 및 적절한 도구를 사용하는 임신 전 서비스의 개인적 이용을 증가시킨다.

 3. 예방 방문 : 일차적 관리를 위한 방문을 통해 모든 가임여성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적절한 상담을 제공해 임신의 예후를 향상시키도록 한다.

 4. 확인된 위험에 대한 조치 : 임신 전 위험인자 선별 후, 고위험 여성에 대한 추후대책으로서 추후조치를 받는 여성들의 비율을 늘린다.

 5. 임신 간 관리 : 선행임신에서 나쁜 예후를 보였던 경우(신생아 사망, 저체중아, 조산 등) 해당 여성에 대한 집중적 관리를 위해 선행임신과 차기임신 사이의 기간에 관리를 한다.

 6. 임신 전 체크 : 임신부 관리의 한 부분으로서 임신계획을 가진 부부를 방문한다.

 7.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건강보험 : 저소득층 여성들의 예방적 건강증진을 위해, 또 임신 전 및 임신 사이의 관리를 위해 저소득층 의료보호 혜택을 늘린다.

 8. 공공보건프로그램과 전략 : 임신 전 건강관련 요소들을 지역공공보건 및 관련 프로그램들과 통합한다.

 9. 연구 : 임신 전 건강과 관련된 연구 지식을 증대시킨다.

 10. 모니터링 증진 : 임신 전 건강 현황을 추적하기 위해 공공보건감시와 관련된 연구 매커니즘을 최극대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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