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복지부·의료계 변화 요구 목소리 일치

 의약분업시행을 앞두고 지난 1999년 11월 전격 도입된 실거래가 상환제도.

 이 제도는 정부가 정하는 기준약가 고시 제도하에서 문제가 됐던 과잉투약 가능성을 억제하여,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국민의료비 절감에 기여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였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보험약제비가 급등하면서 그 원인으로 의약분업제도와 실거래가 상환제도가 지목됐고, 2002년 기본틀은 유지하되 상한가격의 조정기준을 최저 실거래가로 바뀌는 과정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래한 내역을 기초로 비용을 상환하기 때문에 병원이나 약국 입장에선 의약품을 저가 구매할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으며, 제약사도 뚜렷한 마케팅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리베이트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즉, 가격을 내려도 이익이 없는 현실에서 비가격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구매자나 공급자는 불법 여부를 떠나 선택의 대가로 그리고 판촉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잠재적 범법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이 제도를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연일 높여 왔다.

 특히 의약품을 둘러싼 리베이트 문제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의약품 가격정책이 도마위에 오르게 됐으며, 결국 의약품 정책의 한복판에 있는 실거래가제도는 국회나 복지부에서도 개선과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

제도개선은 선택아닌 필수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심재철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9일 실거래가 상환제의 개혁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심 의원은 이날 "의약품 가격이 보다 적절하게 책정되어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의약품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반드시 제도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의 이 시각은 "개선이 필요한가"에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로 이미 무게 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부는 한발 더 나아가 TF를 구성, 약가제도 개선에 나선 상태다. 임종규 TF팀장은 새로운 약가정책에는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할 것이며, 이 목표를 위한 첫단계로 실거래가상환제도 개선을 지목했다. 이 제도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왜곡돼 있다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임 팀장은 "이 제도는 보건의료시장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경쟁원리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의약품 구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곳이 요양기관인 만큼 이 부분에 경쟁원리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변화는 의료계와 제약계에 급격한 충격을 주는 것보다는 단계적으로 접근하게 되며, 국민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할 예정이어서 일정부분 손실이 불가피한 직역이 있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충분히 논의하고 연구한 후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평균실거래가제로 가나?

 그렇다면 실거래가상환제도가 개선된 약가제도는 어떤 모습이 될까? 지난 10일 한미약품을 방문한 전재희장관은 "정책을 정해놓고 수순밟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약계의 우려에 대해 "약가제도는 현재 결정된 것 없는 진행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TF에서 의견을 구하고 각종 사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약계는 현재 검토되고 있는 약가제도 가운데 저가구매인센티브제와 평균실거래가 산정을 통한 가격인하 방식이 복지부가 선택할 카드 가운데 가장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평균실거래가 상환제도는 전체 거래가격의 가중 평균가격을 기준약가로 책정 고시하고, 이 기준으로 약가를 상환해 주되 그 이하로 구입해 얻는 차액은 구매자인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경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거래를 투명하게 하면서 일정 부분 생길 수 있는 약가 차액을 수익으로 인정, 시장경쟁이 일정 부분 반영되게 된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 변재환 연구위원은 이와비슷한 제도로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평균시장가 상환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변 위원은 "일본의 시장가격은 요양기관이 약가차액 즉, 마진을 취하기 위해 최대한 낮춘 가격이라는 점에서 약가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평균 실거래가제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제도 또한 제약계와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있어 도입 여부는 현재 불투명하다.

 제약계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는 약품 처방에 대해 제약계가 "사례"하는 것을 정부가 대신 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평균 실거래가 상환제도의 경우, 동일 성분 제품군을 예로 들면 정상 판매 제품이 덤핑판매 제품에 의해 부당하게 가격인하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덤핑 제품은 불이익이 전혀 없는 "비합리적" 제도라는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이 제도는 정부가 리베이트를 합법적 이윤으로 보장하는 것"이라며, 제약계와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2006년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비롯 수없이 많은 약가제도가 발표되고 사라지고 또 만들어지고 있다. "약가제도 TF"는 보건의료산업 발전과 국민건강을 위해 새롭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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