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혈소판제 환자맞춤 선택 가능해진다
기존 약물보다 심혈관사건 위험 감소효과 강력


 "항혈소판제 탑건(Top Gun)의 등장인가, 선택의 추가일 뿐인가?"


 최근 개최된 유럽심장학회(ESC) 연례 학술대회에서는 신규 항혈소판제 티카그렐로(ticagrelor)의 임상연구 결과를 놓고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발표된 "PLATO" 연구의 성과가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에서 항혈소판제와 관련한 임상진료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교환됐다.

 티카그렐로는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프라수그렐(prasugrel) 등에 이어 새로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는 신규 항혈소판제 중 하나다. 기존 티에노피리딘(thienopyridine)계와 차별화되는 기전으로 개발단계부터 관심을 끌었던 약물이다. 수년 전 와파린을 대체할 목적으로 새로운 항응고제 지멜라가트란(ximelagatran) 개발에 도전했으나, 간손상 부작용으로 쓴잔을 마셨던 "아스트라제네카"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클로피도그렐

 ADP(adenosine diphosphate) 수용체, P2Y12와 결합해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대표적 티에노피리딘계 항혈소판제 클로피도그렐은 ACS 환자의 치료에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임상결과 개선효과는 "CURE(Clopidogrel in Unstable Angina to Prevent Recurrent Events)"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NEJM 2001;345:494-502).

 클로피도그렐 치료그룹의 주요심혈관사건(심혈관 원인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이 9.3%로 위약군(11.4%) 대비 유의한 예방효과를 보였다(P<0.001).

 하지만 "PLATO" 연구와 함께 게재된 논평(NEJM 8월 31일자 온라인판)에 따르면, 클로피도그렐은 ▲작용발현의 지연 ▲약물반응의 개인 간 편차 ▲혈소판 억제효과의 비가역성 등 3가지 측면에서 결점을 안고 있다.

 체내 흡수된 후 약물성분이 활성화돼 P2Y12와 결합하기까지 CYP(cytochrome P-450) 동위효소와 관련된 2단계의 생체변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유전적 다형성(genetic polymorphism)과 약물 간 상호작용에 민감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CURE" 연구에서 클로피도그렐 그룹의 주요출혈(major bleeding) 빈도는 3.7%로 위약군(2.7%) 보다 유의하게 높았다(P=0.001). 그럼에도 클로피도그렐이 핵심요법으로 자리한 것은 위험 대비 혜택의 우수성 때문이다. 이후 개발된 신약들도 클로피도그렐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다.

 ◇프라수그렐

 프라수그렐은 티에노피리딘 계열의 신규 항혈소판제로, 역시 P2Y12에 비가역적으로(irreversibly) 결합해 작용한다. 하지만, 클로피도그렐과 비교해 빠른 작용시간과 강력한 혈소판 억제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로피도그렐 대비 프라수그렐 효과의 우수성은 "TRITON-TIMI 38"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NEJM 2007;357:2001-2015). 1만명 이상의 ACS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프라수그렐 그룹의 주요심혈관사건 비율은 9.9%로 클로피도그렐군(12.1%) 대비 유의한 개선효과를 나타냈다(P<0.001).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이 약물의 아킬레스건은 상대적으로 높은 출혈 부작용 위험이다.

 "TRITON-TIMI 38" 연구에서 클로피도그렐군 대비 프라수그렐군의 주요출혈 위험도가 높았다(HR 1.32, 95% CI 1.03-1.68, P=0.03). 클로피도그렐 대비 효과는 좋았으나,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티카그렐로

 이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항혈소판 요법의 과제는 여전히 출혈위험을 높이지 않으면서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키는데 맞춰져 왔다. 새로운 항혈소판제 개발이 계속 시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티카그렐로는 체내 흡수된 후 여타 생체변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그리고 가역적으로 P2Y12와 결합한다. 클로피도그렐과 비교해 유효성 면에서 빠르고 강력한 치료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표된 "PLATO(Platelet Inhibition and Patient Outcomes)"에서 이같은 효과가 입증됐다.

 2만 여명에 육박하는 ACS 환자를 대상으로 티카그렐로와 클로피도그렐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한 결과다.

 일차종료점인 주요심혈관사건은 두그룹이 각각 9.8% 대 11.7%로 신규 약물그룹의 우수성이 확인됐다(P<0.001). 문제로 제기됐던 주요 출혈은 두그룹이 각각 11.6% 대 11.2%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P=0.43). 학계는 티카그렐로가 클로피도그렐 보다 우수한 효과에 출혈 부작용 위험은 높지 않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3개 RCT 세부 비교

 현재까지 P2Y12와 결합을 통해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들과 관련, ACS 환자에서 임상결과 개선효과를 검증한 대표적 RCT 연구들은 "CURE(클로피도그렐)", "TRITON-TIMI 38(프라수그렐)", "PLATO(티카그렐로)"로 요약된다. 이들 연구결과를 좀 더 세밀히 분석해 보면, 각 항혈소판제들이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보다 명확히 살펴볼 수 있다<표>.
 우선, "CURE"·"TRITON-TIMI 38" 연구에서는 강력한 혈소판 억제효과와 더불어 출혈위험이 증가했다. 두 연구 모두 시험군의 주요출혈이 대조군과 비교해 높은 빈도를 보였다.

"PLATO" 연구는 티카그렐로와 관련한 주요출혈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non-CABG 관련 출혈은 클로피도그렐 대비 높았지만(4.5% 대 3.8%, P=0.03), CABG 관련 출혈위험은 양그룹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논평은 이같은 결과가 가역적으로 P2Y12와 결합하는 티카그렐로의 이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PLATO" 연구의 주요 종료점은 아니었지만 시험군의 전체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4.5% 대 5.9%, HR 0.78, 95% CI 0.69-0.89). 나머지 두 연구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한 부분이다.

 전체 사망률 검증이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연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티카그렐로가 출혈로 인한 사망위험을 높이지 않으면서 허혈로 인한 사망위험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데서 이유를 찾고 있다.

 반면, "PLATO" 연구에서는 나머지 두 연구에서 발견되지 않은 여타 부작용 위험이 있었다. 호흡곤란(dyspnea, 13.8% 대 7.8%, P<0.001)), 혈청 요산(15±52 대 7±31, P<0.001)), 혈청 크레아티닌(11±22 대 9±22, P<0.001)이 클로피도그렐군 대비 증가했다.

논평에 따르면, 이들 부작용 위험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분석 또는 연구가 요구된다.

탑건의 등장인가, 선택의 추가인가?

 "PLATO" 연구결과의 핵심은 신규 항혈소판제 티카그렐로가 기존 클로피도그렐 대비 출혈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가운데 심혈관사건 위험은 더 낮춰준다는 것이다.

 혜택과 위험의 저울 위에 혜택 쪽에 추(錘) 하나가 더 올려진 셈이다. 한 대학병원 심장내과 전문의는 "PLATO" 연구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티카그렐로의 효과와 안전성이 성공적으로 검증된다면 기존 약물의 결점을 보완한 "탑건(Top Gun)" 항혈소판제가 등장하게 된다며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PLATO" 연구에 대한 논평은 티카그렐로의 등장으로 인해 항혈소판제 선택이 추가되면서 환자 별 맞춤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티카그렐로 역시 선택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논평은 이 신규 약물이 관상동맥 해부학적 소견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와 CABG 시술이 불가피한 환자들에게 선호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COPD, 고요산혈증, 중등도 또는 중증의 신부전, 과도한 출혈 고위험군 등에서는 사용이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견해 역시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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