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마다 안전·예방 만반 준비 고심…일부선 "너무 민감할 것 있나"

대규모 국제학술대회
마스크·손 세정제 등 준비

병원계 마련 지역주민 공개강좌도
줄줄이 연기




이달부터 추계학술대회 및 각종 국제학술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학술대회장에 손씻기, 마스크 등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을 신종플루에서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진·고민수 기자
msko@mmkgroup.co.kr


 대한의학회(회장 김성덕) 산하 146개 학회들이 본격적인 추계학술대회에 돌입했다.

 지난 달 29일 대한조혈모이식학회가 추계학술대회의 서막을 올린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지난 4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를 필두로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주요 학회들의 추계학술대회가 거의 매주 개최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학회의 학술대회를 국내에 유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다수의 국제학술대회도 예정돼 있다. 또 국내 학술대회라 하더라도 해외 유수의 석학들을 초청해 강연하는 세션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학회도 국제학술대회를 방불케 한다.

 이처럼 본격적인 학술대제전이 시작됐지만 일부 학회들은 예년에 없던 "신종플루"라는 복병의 등장에 학술대회 자체가 위축되지 않을까 적지 않은 신경을 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7000명을 넘어서고 있고 4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각종 단체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전국 지자체에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군집성 행사는 가급적 취소하고 불가피한 경우 행사를 연기 또는 축소할 것을 당부하는 긴급 공문을 보냈다.

 병원계도 신종플루 감염을 막기 위해 각종 행사를 취소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아주대의료원은 개원 15주년을 맞아 9월 한달간 개최할 예정이던 건강공개강좌를 잠정 연기했다.

 의료원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 감염에서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며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행사일정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도 신종플루 감염을 우려해 건강교실이나 특강 등 주요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의 경우 신종플루 감염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감염의 우려가 있는 자리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근 보건소에 학회 신고하기도

 최근 국제학술대회 개최 예정인 학회 관계자들에게는 주요 연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건강상태 및 참석 여부를 재차 확인하는 업무가 추가됐다.

 또 학회장 인근 보건소에 대규모 행사가 있음을 알리고 신종플루 의심 환자 발생시 이송하겠다는 내용의 협조를 구해 놓으며 학회장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다각적인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대회장이라는 폐쇄된 장소에 수천명의 사람들이 운집하는 만큼 비말을 통한 전염의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조직공학재생의학회는 48개국에서 15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서울 잠실롯데호텔에서 진행하며 학회장 입구 및 컴퓨터 이용 공간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했다.

 또 마스크 1000개를 구비해 학회장 입구에 비치했으며 필요시 체온을 잴 수 있도록 체온계도 준비했다. 이외에도 학회장과 가장 가까운 보건소인 송파보건소에 학회 규모 및 날짜 등을 신고하고 신종플루 의심 환자 발생시 즉각 이송할 수 있도록 연락을 취해 놓았다.

 학회 이일우 총무이사(가톨릭의대 교수)는 "의사들이 많이 참석하기 때문에 환자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가장 가까운 보건소와 서울아산병원이나 경찰병원 등 인근 거점병원들의 상황을 파악해 놓는 등 최소한의 대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를 공동주최한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의 김동욱 단장(연세의대 교수)은 "워낙 참석인원이 많고 세계 각국에서 오기 때문에 해외 참석자들이나 행사 주관자들도 신종플루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국내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했다가 신종플루에 감염되면 국가 이미지에도 좋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술대회 위축 우려

 모든 학회들이 이처럼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 면역력이 있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알려진 만큼 민감한 대응 역시 불필요하다는 것.

 오는 18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는 한양대 류마티스관절염 연구센터 역시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는 하지만 너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배상철 센터장(한양의대 교수, 한양대류마티스병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에 일본 연자들이 많아 사전에 신종플루로 인한 참석 여부를 재차 확인했다"며 "일본의 경우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올 5월부터 국공립병원 의료진들의 해외 출입국을 제한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해외 출입이 신종플루 감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출입국 제한이 폐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배 센터장은 "신종플루에 대한 경고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반 독감처럼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학술대회 자체가 위축되지 않도록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을 자제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상식 수준의 예방책을 실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하는 것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국제간심포지엄을 개최한 대한간학회도 위험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회 양진모 총무이사(가톨릭의대 교수)는 "기존에 만성질환을 갖고 있거나 노인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위험한 것이지 건강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이번 심포지엄에도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14개국에서 400여명의 임상의들이 참석했지만 신종 플루에 대해 언급한 해외연자나 참석자들은 없었다"고 밝혔다.

 양 이사는 또 "단체활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정부에서 휴교령이나 단체활동 금지 등 강력한 제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이상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의협이나 의학회에서도 학술대회에 대한 별도의 신종플루 예방 지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손씻기·마스크 최소한 예방 필요

 한편 의학회 김성덕 회장은 "학회 회원들이 대부분 의사들이고 예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질병관리본부에서 마련한 지침이 있기 때문에 의학회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위험성이 크지 않은 만큼 자율적인 예방대책을 세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예방 지침이 강제성이 없고 학술대회 등 별도의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학회가 이를 숙지하고 철저히 실천할리는 만무하다.

 일각에서는 신종플루에 대해 각각의 학회마다 다른 대응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모 여의사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소화기 관련 학회에 다녀온 후 신종플루 양성으로 확인된 바가 있는 만큼 학술대회장은 신종플루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감염학회 우준희 이사장(울산의대 교수)은 "학술대회가 실내에서 이뤄지고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기 때문에 신종플루 감염에 대한 개연성은 있지만 위험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그러나 최소한의 예방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철저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의무사항으로 둔다면 감염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을 대하는 의료진일수록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과 보호는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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