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줄기세포·신경세포 신호 체계 뇌졸중·파킨슨병 치료에 힌트
전 세계적으로 조직 재생 및 치료를 돕는 재생의학 분야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세계 최대의 "TERMIS 2nd World Congress" 및 "2009 Seoul Stem Cell Symposium"이 열려 각국의 의학정보와 관련 기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환자를 위한 과학과 기술(Science and Technology for Patients)"을 주제로 지난 달 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다양한 임상시험 결과들이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포판 공학기술 임상 적용
세계 최초로 세포판 분리기술(cell sheet engineering)을 개발한 재료과학자이기도 한 일본 동경여자의과대학의 테루 오카노 교수는 환자 자신의 구강점막세포를 이용해 각막을 재생해 이식, 37명의 실명 환자들에게 시력을 되찾아 준 사례를 토대로 세포판 공학기술의 임상적용과 향후 전망을 발표했다.
오카노 교수는 "현재 각막이식 외에도 식도암의 경우 암세포를 제거한 후 안쪽 상피세포의 손상이 가장 문제였는데 구강 점막 세포를 배양한 후 상처 부위를 덮었더니 조직 재생이 이뤄져 수축을 막을 수 있었다"며, "현재 6명은 치료를 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고 3명은 치료를 위해 세포를 배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관련 분야의 가능성은 다양하다. 현재 임상 직전의 단계에 있는 것이 치주조직에 관한 연구이며, 그 다음이 폐가 상했을 때 세포판 분리기술을 이용 해 손상된 폐 조직을 위에서 덮어 막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만들기 어려운 것으로 잘 알려진 간 조직에 대한 동물실험도 연구중에 있다"며 "혈액 응고인자 장애는 간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질환에 대한 치료도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생체내 신경줄기세포로 뇌조직 재생 촉진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적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신경줄기세포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로널드 맥케이 박사는 생체내의 신경줄기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필수적인 신호전달체계를 규명하여 이들 신경줄기세포와 신경세포들 간의 유기적인 신호전달 네트워크가 뇌졸중과 파킨슨 질환의 개선에 매우 효과적임을 밝힌 임상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약리적으로 생체내 신경줄기세포를 타깃으로 해 손상된 뇌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맥케이 박사는 "사람의 세포를 이용한 임상은 이제 막 시작해 아직은 보고할 단계가 아니지만 배아 줄기세포를 제외한 임상은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이 연구의 진행과 임상 적용까지는 인간유전체 사업 완료에 걸렸던 10~15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방광 이식 성공 사례 소개
세계에서 가장 큰 재생의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미국 웨이크 포리스트대 안토니 아탈라 교수는 방광을 절제한 7명의 환자에게 환자 자신의 방광세포와 생체재료를 이용해 체외에서 바이오 인공방광을 제작해 이식에 성공한 사례 및 바이오 인공 요관 재생 100여례을 포함해 약 200명이 넘는 비뇨기과 환자에게 조직공학을 적용한 치료법을 소개했다.
아탈라 교수는 방광을 절제한 7명의 환자로부터 방광세포를 채취,증식한 뒤 생체 친화성 폴리머와 결합시켜 바이오 인공방광을 만들었다. 이어 환자 모두에게 방광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으며 바이오 인공요관 재생 100여건을 포함,총 200명이 넘는 비뇨기과 환자에게 조직공학을 이용한 치료법을 시행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역분화줄기세포 대량 분화 성공
연세의대 김동욱 교수(생리학교실)는 배아줄기세포 및 역분화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신경세포를 세계 최고 수준의 수율로 대량 분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한 과정과 이를 파킨슨병에 걸린 동물에 적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이식이 파킨슨병의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런 원리를 이용해 가바(GABA) 신경세포 및 희소돌기아교세포를 만들면 척수의 신호전달체계가 복원되고 손상된 척수외피가 재생돼 척수 손상이 치료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화시대를 맞아 줄기세포, 조직공학, 재생의학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단지 학문과 기술로서의 가치를 넘어 몇 년 후면 임상적용 및 상용화가 가능한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들과 출발은 같은데…
조직공학·재생의학 협동연구 위한 환경 지원 돼야
"우리나라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은 다른 선진국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으나 연구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나 시스템이 부족해 연구 활성화에도 어려움이 있다."
한국조직공학·재생의학회 이해방 명예회장(한국화학연구원 석좌연구원)은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 과학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자리가 되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구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대한 어려움은 과학자 뿐 아니라 임상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조직공학을 하는 과학자, 임상의들이 한 장소에 모여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 조차 없기 때문이다.
가톨릭의대 이일우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이 협동연구로 임상의사, 재료의학, 공학 등등 모든 연구자들이 처음부터 연구의 목적을 환자에 적용하고 플랜을 세워서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각 분야는 강하기 때문에 이들 연구가 더욱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모여서 연구할 수 있는 센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나 미국 등 중개연구의 실질적 성과를 내는 나라들의 경우 융합연구를 하고 있으며 재생의학은 투자한 것의 수백배 수천배가 나오는 국가 산업이 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만큼 국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맥케이 박사도 "사람에서 발생하는 질환들이 작은 세포의 파괴로 일어나는 것이며 이를 재생시킴으로써 치료하는 분야에서 줄기세포는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재생의학의 실용화까지는 각 국가별로 관심과 투자의 정도가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단장인 이동욱 교수는 "중개연구가 빨리 이뤄지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협동연구"라면서 "우리나라는 잘하는 분야도 있고 뒤떨어진 분야도 있지만 최근 정부의 활성화 방안의 마련으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해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