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안구운동장애·균형장애 같은 자율신경장애 동반

 어지럼증의 유병률은 17~39%, 평생 유병률은 23%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그럼에도 어지럼증의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알고리듬에 의한 진단이 힘들기 때문이다.

 어지럼증은 시각, 전정기관, 중추신경계를 비롯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서 나타나고 환자들 역시 통일되지 않은 방법으로 증상을 표현하기 때문에 문진만을 통해 정확한 진단이 힘들다.

 어지럼증은 특성에 따라 크게 회전성, 실신성, 균형장애, 심인성, 안성, 복합성, 가성 어지럼증 7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비인후과에서 강조하는 특성은 회전성으로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한다.

 회전성 어지럼증은 환자가 세상이 움직인다고 느끼는 현상으로 정신을 잃을 것 같거나 아득해지는 느낌의 실신성 어지럼증과 구분해야 한다. 회전성 어지럼증은 흔히 현훈이라고도 불리며 안구운동장애, 운동실조, 균형장애, 구역질, 구토 등 자율신경장애가 동반되기 쉽다. 또한 난청, 이명 등과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실신성 어지럼증은 뇌의 당이나 혈류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증상으로 저혈당, 기립성 저혈압, 부정맥, 울혈성 심부전, 혈관성 미주신경발작 등에서 야기되기 때문에 문진과 함께 병력청취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또한 붕 뜨거나 넘어질 것 같은 느낌, 머리 안이 도는 느낌 등을 보이는 심인성 어지러움 역시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불안장애, 우울증, 신체형장애, 히스테리아, 외상후 증후군 등에서 유발되기 때문에 회전성과 구분해서 진단할 필요가 있다.















이과질환 중 BPPV 가장 많아
메니에르병·전정신경염·내이염등 어지럼증 동반

 이비인후과에서 다루는 어지럼증 질환들로는 이석증으로 알려진 양성돌발성두위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 전정신경염, 내이염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BPPV는 어지럼증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질환으로 10년 사이 진단과 치료가 가장 많이 발전한 질환이기도 하다. BPPV는 체위적 어지럼증으로 머리를 특정방향으로 움직일 때 갑작스럽게 일시적으로 발생한다. 보통 수분동안 지속되고 구역질, 구토가 동반되기 쉽다.

 BPPV는 아침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일어날 때, 잘 때, 누울 때, 누웠다가 일어날 때, 자다가 옆으로 돌아누울 때, 고개를 숙이거나 위를 쳐다볼 때 등 다양한 체위에서 발작적으로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지만 심한 머리 충격, 내이질환, 장기간 누워있는 경우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BPPV는 대부분 자연관해를 이루지만 빠른 개선을 위해 현재 수술이나 전정억제제 투여 대신 이석정복술(Canalith Reposition Maneuver, CRM)로 치료한다.

 이석정복술은 반고리관으로 떨어져나간 이석 부스러기들을 원래자리로 되돌리는 술기로 임상에서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고 치료율도 높고 예후도 좋다.

전문가들은 BPPV는 체위 변화에 의해 잠깐씩만 발생하지만 환자들이 구역질, 구토, 비특이적 어지럼증이 남아있을 때 모두 어지럽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수 시간 또는 수일 간 지속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당부한다.

 BPPV와 함께 꼽히는 어지럼증 질환으로는 메니에르병이 있다. 메니에르병은 1861년에 처음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환으로 현재 내림프수종, 바이러스감염, 자가면역기전, 외상으로 인한 내이의 변화로 인한 발생이 보고돼있다.

흔히 어지럼증과 연계되어 구역질, 구토와 함께 난청, 이명, 이충만감이 나타나고 BPPV와 달리 어지럼증이 수 분에서 수 시간 지속된다. 또한 병이 진행될수록 난청이 심해지고 청력이 감소된다.

 경과가 지나면서 회복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뇨제, 베타히스틴을 통한 약물치료를 수개월 시행하되 장기간 지속하지는 않도록 한다.

약 70~80%가 회복되지만 재발될 경우를 고려해 과로, 스트레스를 피하고 저염식 식단을 맞춰 예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증상이 만성화돼 청력이 완전히 소실되거나 재발이 잦을 경우에는 전정기관 제거를 하기도 한다.

 급성 일측성 말초성 전정병(Acute Unilateral Peripheral Vestibulopathy, AUPV)은 감염, 외상,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말초성 어지럼증으로 전정신경염 증후군, 현훈을 동반한 돌발성 난청, 미로염 등이 해당된다.

보통 수 분에서 수 시간동안 지속되고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명, 난청 등의 증상은 동반되지 않는다.

 AUPV로 인한 어지럼증은 수주에 걸쳐 호전되지만 걸을 때 어찔하고 중심을 잡기 힘든 느낌은 수주에서 수개월동안 지속될 수 있다. 진정억제제는 급성기에만 사용하고 환자의 상태가 안정 되는대로 중단하도록 한다.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감염으로 인한 내이염도 어지럼증을 유발하고 난청, 이명 등 이과질환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눈을 보면 귀를 안다
안과검진으로 정확한 확진 가능

 이광선 대한이과학회장(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이비인후과에서 눈은 귀의 창"이라며 안진을 통한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과적 어지럼증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BPPV 치료에서 CRM이 수술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는 V-ENG를 사용한 안진을 통해 정확한 병변을 확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BPPV에서 이석은 머리 움직임에 의해 반고리관을 자극하고 반사적으로 눈이 여기에 반응하게 된다. 이런 원리로 V-ENG는 후반고리관, 수평반고리관, 전반고리관 중 병변부위를 특정하게 된다.

 BPPV 이외에도 V-ENG를 포함한 평형기능검사를 통한 진단은 신경과를 비롯한 다른 어지럼증 질환들과 구분하는데 필요하다.

 이과에서 수행하는 평형기능검사는 전정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의 정적불균형 측정과 인위적인 자극을 통한 동적불균형 측정으로 구성된다.

시운동검사, 자발안진 눈기울임검사 등 안진을 통한 정적불균형 검사를 통해 전정계의 급성 이상 유무를 파악하고 두부충동검사, 머리흔듬검사, 동적시력검사, 체위안진, 진동안진, 과호흡안진, 소리유발안진, 냉온자극반응검사, 회전의자검사 등 동적불균형 측정을 통해 잠복하고 있거나 특정 자세·부위에서의 전정계의 불균형 여부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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