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병 이환 노인 환자에선 특히 감별 주의를

 [J Korean Med Assoc 2008;51:960-974] = 진단을 새삼 강조하는 이유는 타과에도 어지럼증 질환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경과의 경우 비슷한 안진 결과를 보이는 어지럼증 질환들이 있어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 신경과의 어지럼증들은 단순히 전정기관의 이상 뿐만 아니라 뇌의 이상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BPPV와 메니에르병과 구분해야 할 질환으로 우선 추골기저동맥부전을 꼽을 수 있다. 추골기저동맥부전의 경우 뇌간의 이상징후 없이 나타날 경우 BPPV나 메니에르병에 의한 급성 어지럼증과 유사한 징후를 보이기 때문. 이에 신경과 의사들은 어지럼의 지속시간으로 구분하라고 말한다.

BPPV는 수초에서 1분 이내, 메니에르병은 몇 시간인데 비해 추골기저동맥부전증은 보통 수분간의 지속시간을 보인다.

 소뇌·뇌간 경색도 어지럼증과 심한 균형장애가 나타나 이과적 어지럼증과 구분해야 한다. 후하소뇌동맥(PICA) 영역의 소뇌에 국한된 작은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에는 다른 신경학적 이상증상 없이 어지럼증과 균형장애만 나타나 전정신경염과 유사하게 나타난다.

 또 운동조절장애가 나타나도 경미하게 나타나고 안진검사에서도 보이지 않을 수 있어 가성 전정신경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 어지럼증과 자세불안정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뇌졸중 고위험군 노인환자의 약 25%에서 내측 PICA 영역의 소뇌 경색이 관찰됐다는 연구는 질환의 감별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고혈압, 당뇨병 등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진 노인환자들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부충동검사에서 정상소견, 어지럼증의 정도에 비해 심한 균형장애, 주시유발성 안진, 경한 구음장애, 후두부의 심한 두통동반 등이 있을 경우 신경과적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또 빈도는 낮지만 급성 일측성 말초성 전정병처럼 보이는 안진과 보행장애를 보일 경우에도 소뇌경색의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당부한다.

 기립성 어지럼증은 체위성 어지럼증이라는 측면에서 BPPV와 유사하게 보인다. 오랫동안 누웠다가 일어날 때,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날 때 혈압이 떨어지면서 발생해 수초에서 수분 어지럼증이 지속되기 때문.

 하지만 기립성 어지럼증은 일어설 때만 발생하는 것으로, BPPV가 누울 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문진을 통해서 잘 구분해야 한다.

편두통 환자 4명 중 1명은 어지럼증
개별적 증상·연관 여부 구분 우선돼야

 이광선 회장은 현재 진단이 애매하고 신경과와의 협진이 필요한 질환으로 편두통을 꼽는다.

 편두통은 어지럼증을 비롯해 난청, 이명, 이충만감 등 이과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어 메니에르병과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또한 이비인후과와 신경과 모두에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다루기 힘들다는 점도 협진을 강조하는 이유다.

 편두통 환자의 약 25%에서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들 중 어지럼증의 유병률은 일반인의 3~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반대로 만성 어지럼증 환자에서의 편두통 유병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편두통성 어지럼증에 대한 용어만도 편두통과 연관된 어지럼증, 편두통과 연관된 전정질환, 전정성 편두통, 편두통성 어지럼증, 양성 재발성 어지럼증 등 정립되지 않았다.

 진단에서는 어지럼증과 편두통이 개별적으로 나타난 것인지, 편두통성 어지럼증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편두통성 어지럼증은 두통과의 시간적인 연관성도 보이지 않고, 두통의 전조증상처럼 선행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타나거나 두통보다 늦게 어지럼증이 생기기도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어지럼증과 두통이 같이 동반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에서는 큰 의미가 없지만, 재발성 어지럼증 환자에서는 편두통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치료는 일반적인 편두통 치료와 같으나 발작의 횟수가 잦거나 대중요법에 의해 잘 조절되지 않을 때는 배타차단제, 칼슘이온통로차단제, 삼환계 우울제를 이용해 예방치료를 하기도 한다.


증상 이해 어렵고 복잡…전문가 부족
지역별 관련 진료과 협진 체계 구축 필요

 이번 세미나를 총괄한 이호기 대한이과학회 개원이사(소리이비인후과 원장) 역시 어지럼증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경과는 물론 일부 이비인후과 개원의도 손사래를 칠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어지럼증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뜻. 게다가 각 진료과들이 서로의 영역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만큼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호기 이사는 병원에서 어지럼증센터를 내원한 환자 중 이과적질환이 아닌 경우 같은 지역의 신경과 개원의에게 환자를 의뢰하는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어지럼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수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3차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 1차 의료기관들이 이런 협진을 취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어지럼증 검진에 핵심적인 V-ENG의 경우도 다른 기계들에 비해 비싸지는 않지만 개원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귀의 날"을 맞아 어지럼증을 주제로 환자들의 이비인후과 검진을 권장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의 올바른 발길 재촉과 함께 이를 위한 지식과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회차원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 의사들도 자체적으로 지역 내에서의 네트워크 구성이나 장비에 적극적인 투자와 활용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이광선 대한이과학회장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삶의 질"과 밀접…진단 필요성 홍보해야


 "아직 이비인후과와 평형장애를 연결시키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아요."

 대한이과학회 이광선 회장은 일반인들이 아직 청각 이외의 이비인후과의 진료범위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지럼증, 귀도 점검해보셨나요"를 올해 "귀의 날" 주제로 정하고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이 회장은 어지럼증을 비롯한 평형장애 환자들은 신경과나 내과에 찾아가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 신경과에 찾아가지만 어지럼증 전문가가 많이 없다는 것. 뇌졸중, 파킨슨병 등 중요한 질환에 비해 어지럼증이란 "증상"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평형기능검사로 진단할 수 있는 이과적인 어지럼증을 MRI 촬영 등을 시행해도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어지럼증이 생사에 관련된 증상은 아니지만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어지럼증 자체가 일상생활을 힘들게 할 뿐더러 부적절한 진단과 치료는 환자의 일상복귀를 그만큼 늦추는만큼 적절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지럼증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기는 이비인후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최근의 젊은 개원의들은 어지럼증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의 개원의들은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도 말했다. 이에 30일 세미나에 어지럼증에 대한 세션을 마련 BPPV에 대한 강의과 함께 비디오 교육도 진행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연구회에서 분과학회로 분립된 지 3년. 이 회장은 아직 내실을 다져야할 때라고 말한다. 대국민 홍보는 진행하고 있지만 대외활동보다는 교육을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이에 강의와 강좌들을 새로 개설하고 홈페이지에 자료실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학회의 학술적인 위상과 수준을 높여 학회 뿐만 아니라 이비인후과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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