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 가이드라인서도 권고 불구 적정수가 마련 안돼


 우리나라도 AHA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표준적인 저체온법 치료를 심정지 후 회생한 환자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전국 5개 종합병원에서만 시행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적용률은 극히 낮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2006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심정지 후 회복환자에 대해 AHA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표준적인 저체온법을 시행한 분석결과를 갖고 있다. 총 32명의 대상 환자에 대해 외부 냉각방식(External cooling blanket)으로 ROSC 직후 약 3~4시간에 걸쳐 체온을 32~34도로 낮춰 24시간 동안 유지한 이후 정상체온으로 다시 회복시키는 치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생존해 퇴원한 환자가 14명으로 44%, 특히 신경학적 후유증이 거의 없는 CPC 1 혹은 CPC 2의 신경학적 상태로 생존한 환자는 19%로 2002년 "NEJM"의 연구결과와 비슷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현재도 대상이 되는 심정지 회복 환자 모두에게 저체온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수가 낮고 보험적용 안돼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저체온 치료법에는 정식으로 "심정지 후 회복환자에 대한 저체온법 치료" 명목의 수가가 책정돼 있지는 않으며, 서울대병원의 경우 표준적인 저체온법 시행 시 초기 저체온 유도에 사용되는 Cold blanket에 책정된 수가인 "체외 체온 조절법"에 해당하는 5만원의 비용만 청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체온법을 적용하는 데 거의 실시간으로 체온을 재고 생체징후를 측정하는 등 저체온법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의료인력의 집중적인 처치가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효율적인 저체온 치료를 위해 비용을 들여 전용 의료기기를 도입해 사용하는 경우에도 비급여로 200만원 정도의 수가가 추가되기 때문에, 치료 전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비용의 부담으로 치료의 선택이 쉽지 않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돼 저체온법 치료의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유로 가이드라인에서 조차 권고하는 치료법이 국내에서는 거의 적용 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료계·보건당국 인식 전환해야

 원외 심정지 환자의 응급처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의 연쇄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빠른 신고, 빠른 심폐소생술, 빠른 제세동, 그리고 빠른 전문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우선적으로 자발순환의 회복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빠른 심폐소생술로 일단 자발적인 순환이 회복돼야지만 비로소 저체온법 등의 소생 후 치료를 추가적으로 하여 생존율 개선 및 심정지 후 뇌손상의 최소화를 논할 수 있다.

 나상훈 교수는 "아직도 친지나 가족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에 심정지 환자의 손을 따고 우황청심환을 먹이는 등의 민간요법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생존의 연쇄고리의 가장 첫 단계인 빠른 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다는 점에서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판단된다. 심정지가 생긴 경우에는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되는데, 초기 응급처치를 빠르게 시작하지 않으면 회복의 기회를 놓쳐 사망에 이르는 경우를 수 없이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저체온 치료는 우선적으로 심정지 후 자발순환이 회복된 환자에서 시행하였을 때 효과가 있는 치료이므로 국내에서도 보험적용 등이 필요한 중요한 치료로 생각한다. 하지만, 저체온법을 적용하기 위해 일단 먼저 성공적인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대국민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의료계와 보건당국은 ROSC 상태에서 저체온법을 통해 사망률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심정지가 있은 후 자발순환이 회복된 환자에서 저체온법의 사망 및 신경학적 후유증 감소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고, 국내에서도 RCT는 아니지만 관찰연구가 외국과 비슷한 정도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 환경에 적용해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장기적 측면에서 비용효과 역시 높은 것으로 최근 보고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정지 환자의 회복 후 치료에서 현재까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유일한 치료가 저체온법이며, 이를 통해 사망률과 장애비율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상훈 교수는 "심정지 후 생존해 퇴원하는 경우에도 거의 누워만 있고 의식도 없어 항상 다른 사람의 보조를 받아야하는 경우라면, 단순히 사는 문제보다 회복 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부담을 지게 된다"며 "저체온 치료의 혜택은 단순히 생존율을 증가시킨다는 점보다는 이왕 많이 살리면서 뇌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좋은 회복(Good recovery)"이 많아진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상위를 차지하며, 국민보건 악화와 의료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의학적 방법이 있다면 장기적 측면에서 적극적인 적용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심정지 환자의 저체온법에 대한 연구와 함께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의료계와 정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전문가 조언


나 상 훈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순환기내과

저체온 치료 3단계로 적용



 저체온 치료는 일반적으로 3가지 단계로 구분해 적용한다.
 1. 저체온 유도(Induction)
 심정지 후 ROSC 가 20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환자에 대해 저체온 유도를 하게 되며, 체온을 유도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 체외 냉각방식(External cooling): 냉매를 이용한 coolng blanket이나, 아이스팩을 환자의 체표면에 접촉해 체온을 낮추는 방식.
 - 체내·혈관내 냉각방식(Internal cooling): 차가운 생일 식염수를 혈관내로 주입해 체온을 낮추는 방식.
 어느 냉각방식을 사용하든지 저체온의 적응이 되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저체온을 유도하며 보통 0.6~0.8도/hour 정도의 속도로 냉각해 목표체온 32~34도에 도달하게 한다. 체온은 중심체온(core temperature)을 기준으로 한다.
 2. 저체온 유지(Maintenece)
 유도방식에 의해 저체온이 유도되면 12시간에서 24시간 정도 32~34도의 체온을 유지하는 단계.
 3. 정상체온 회복(Re-warming)
 냉각방식을 줄이고, 최소한 8시간 이상에 걸쳐 서서히 체온을 올려 정상체온을 회복 시키는 단계.

세부적 적용기준은 만들어가는 중

 저체온법 시행 방법에 있어 기본적인 저체온 유도, 저체온 유지 및 정상체온 회복의 방법은 어느 정도 표준화돼 있다. 예를 들어 "유도단계에서는 가능한 빨리 저체온 유도를 시작한다. 유지단계에서는 31도 이하로 너무 낯추면 안되고 32~34도 정도의 경도 저체온 만 12~24시간 유지하고, 24시간 이상 하지는 않는다. 정상체온을 회복시킬 때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8시간 이상에 걸쳐 서서히 회복 시킨다"의 방법을 말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적용에 있어 저체온 유도 방법으로 냉각방식을 체외 또는 채내방식으로 하는게 좋은지, 대상환자는 모든 심정지 후 회복 환자인지, 심실세동 후 회복한 심정지 환자에만 해당하는지, 심정지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급성 심근경색이나 폐색전증 등의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를 한 이후에도 저체온법을 모두 적용해야 하는 지 등의 기준은 연구가 많이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저체온을 유도하기 위한 체외·체내 냉각방식을 적용한 전용 의료기구는 이미 개발돼 있으므로 구매를 할 수 있는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도 저체온 치료법의 기본적인 원칙이 정해져 있고, 전용장비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저체온 유도 및 유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표준적인 저체온 치료는 일정 정도 이상의 병원에서는 시행할 수 있는 치료로 생각된다. 전용장비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저체온법을 시행하는 경우 추가적인 의료인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의 의료보험체계에서 현실적으로 모든 병원에서 저체온치료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2~34℃ 저체온 유지는 치명적 부정맥 위험 낮아

 연구를 통해 제시된 저체온법의 부작용 우려는 크게 4가지 정도로 나뉜다.

 ▲낮은 체온으로 심장이 불안정해져 발생하는 치명적인 부정맥 가능성 ▲혈전의 발생이 증가하거나 오히려 출혈 위험성을 높이는 혈액응고장애 ▲면역력 저하에 의한 폐렴 등 감염의 위험 ▲고혈당을 비롯한 여러 대사기능의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저체온 유도를 29도 미만으로 지나치게 하지 않고 32~34도의 경도의 저체온을 유지하는 경우 치명적인 심장 부정맥의 발생은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체온 유도 기간 중 항응고 요법이나 기계호흡 유지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 부작용 합병증의 발생은 기존에 저체온법을 시행하지 않는 심정지 후 회복 환자와 비교해 의미 있게 증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보면 저체온 치료 시 얻을 수 있는 긍적적인 효과와 비교하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나상훈 교수의 설명이다. 저체온법의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할 경우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으므로, 임상적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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