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백신 Ⅲ상 시험결과

에이즈백신의 예방효과를 검증하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일부 시험군에서 HIV감염 예방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백스젠(VaxGen)이 실시한 에이즈백신(AIDSVAX) III상 임상시험에서 백인그룹을 제외한 일부 소수민족,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그룹에서 에이즈바이러스 예방효과가 나타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 그룹의 경우 샘플사이즈가 소규모였으며, 시험 참가자 중 다수를 차지했던 백인그룹에서 효과가 미흡하게 나타나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회사측 설명에 따르면 이번 발표에는 초기 분석자료를 근간으로 한 결과만이 포함돼 차후 추가자료에 대한 분석을 실시, 오는 29일 보충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피터 피오트 유엔에이즈퇴치계획(UNAIDS)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에이즈백신의 치료효과가 명백히 검증됐다"며 에이즈 치료약 개발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세우는 동시에, "AIDSVAX가 왜 일부 인종에서만 효과를 보였는지에 대한 명확한 검증작업은 물론, 현재의 에이즈 예방노력을 확대 및 지속해 나가야 한다"며 앞으로 해결해야 과제들이 산재해 있음을 강조했다.

WHO측도 "이번 시험이 에이즈백신 개발의 첫단계에서 매우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었지만, 모든 종류의 HIV에 작용하는 백신을 개발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AIDSVAX III상 임상시험은 에이즈백신의 감염예방효과를 검증하는 최초의 대규모 임상시험이었다. 이번 시험에는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 5,4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중 대부분은 남성이었으며 동성연애자였다.

시험은 특히 AIDSVAX가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HIV감염을 예방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I, II상 시험에서는 이미 백신의 안전성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 작용이 검증됐다.

회사측에 의하면 AIDSVAX는 미국, 서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에 확산돼 있는 HIV-B 감염에 대한 민감도 저하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HIV 종류는 모두 11가지로, 모든 에이즈바이러스에 효과를 갖는 백신 개발이 최대의 과제다.

그로할렘 브룬트란트 WHO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지속적인 에이즈백신 개발은 인류공동의 목표로 남아 있다"며 "특히, 사하라사막 남부지역에서 창궐하고 있는 에이즈바이러스 차단 백신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백스젠사는 현재 태국에서 HIV-B와 HIV-E 백신에 대한 또 다른 III상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2,500여명이 참가하는 이 시험은 AIDSVAX에 이어 에이즈백신의 감염예방 효과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며, 올해 말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백스젠은 또한 전세계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의 50%을 차지하고 있는 HIV-C에 대한 백신을 개발중이며 현재 임상전 연구단계에 있다.

이같은 노력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주축으로 공공 및 사설단체들이 각종 에이즈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중이며, 브라질·케냐·태국·페루·우간다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총 22가지의 에이즈백신이 시험을 거쳤거나 진행단계에 있다.

UNAIDS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4,200만명이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중 3,000만명이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신규 감염자는 50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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