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정책 선·후 바뀌어야
관련법 없어 소아청소년과 규정 따라


 부족한 어린이병원의 확충을 위해 150억 원의 국비를 지원, 양산부산대병원을 포함해 총 4개소의 어린이병원을 건립하고자 하는 어린이병원 건립 지원 사업.

 그러나 병원 건립 이후 재정 건실화를 위한 대책은 없어 순서가 바뀐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의 현실성 없는 의료수가 하에서 어린이병원의 재정 자립도는 극히 낮을 수 밖에 없고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재정누수가 발생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복지부는 정책의 선·후가 바뀐 것은 인정하나 어린이병원의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어느 법에도 어린이병원에 해당하는 법규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어린이병원 전공의 선발 및 모든 법규 역시 소아청소년과의 규정에 의거하고 있는 실정으로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 공식적인 병원장이 없는 점은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한 단적인 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김종성 원장은 "대외적으로 어린이병원장으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상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본원 산하의 소아진료부 소속으로 정식 직책은 "소아진료부원장"이다"라며 "소아 환자들도 통합진료가 요구, 어린이병원 내에 모든 과를 갖고 있어도 이를 규정할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학병원 내 소아청소년과를 따로 두어야 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역할은 공공의료 정부는 수수방관

 최근 열린 전국 대학어린이청소년병원협의회(회장 김덕희, 세브란스어린이병원장) 포럼에서 박형욱 의협 법제이사는 "요양기관강제지정제도와 사실상의 강제수가 제도 아래에서 어린이병원이 직면해 있는 문제점은 민간의료기관의 책임이라기보다 정부의 책임이라고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어린이병원은 공공의료의 개념이 큰 부분임에도 사실상의 강제수가 제도 아래서 법적인 테두리도 없이 민간의료기관이 재정 부담을 떠안으며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으로 어린이병원의 법적 지위 확보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박 법제이사는 "현재 헌법적 차원에서 어린이병원의 법적 지위나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다"며 "우리나라 보건의료 법령에서 어린이의 법적 지위와 관련 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 규정을 검토한 후 이를 영유아보육법과 비교 검토해 어린이 병원의 법적 지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후원 활성화돼야

 최 용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어린이병원은 근원적으로 의료 수익만으로는 그 운영을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못박았다.

 소아환자는 성인환자보다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보호자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공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환자 1인당 진료 수익은 성인환자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 더군다나 행위별 수가를 적용하는 우리나라 보험제도에서는 당연한 결과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구미에서는 어린이병원에 대한 개인과 기업체 등의 후원금과 정부의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일본의 어린이병원은 공공의 재원으로만 설립, 운영되는 국립, 현립병원들이고 대학에 소속돼 있는 어린이병원은 없다.

 최 교수는 "최근 국립대병원에 소속돼 국가 재원의 도움을 받아 병원들이 설립되고 있지만 설립 후 운영에 예상되는 재정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요즘 설립되는 병원들이 본래의 어린이병원 설립 취지에 부응하는 이상적인 병원보다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적은 병원을 만드는데 더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양산부산대 어린이병원을 설립하는데 있어 독립된 병원이 아닌 특성화 센터의 개념에서 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의료기관에 포함 검토 중

 복지부 공공의료과 손영래 과장은 "어린이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정부에서도 알고 있지만, 지원책 논의시 한계에 부딪히는 점이 어린이병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상 어린이병원 지정 및 재정지원 근거 조항 마련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린이병원의 기준도 모호해 어느 병원을 지원할 것인지도 문제다.

 손 과장은 "어린이병원이라고 주장하는 병원들을 모두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를 어린이병원으로 볼 것인가가 법적 근거 마련의 제일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어린이병원에 대한 관련 법을 제정 논의 중으로 법률 상 어린이병원 지정 및 재정지원 근거 조항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빠르면 올 하반기 대대적인 법률 개정이 이뤄질 전망으로 어린이병원, 전문재활병원 등을 국가가 지정하고 지정 병원은 국가에서 지원하겠다는 안이다.

 또 법령 마련 후에는 어린이병원에 대한 수가 차등화 방안 모색과 어린이 보건사업, 저소득층 어린이 비보상 진료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으로 꼬일데로 꼬인 어린이병원 적자 문제의 매듭이 풀릴지 주목된다.






복지부가 지원하는 "어린이병원 건립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 최근 문을 연 양산부산대어린이병원은 국립대병원이면서 어린이 친화적인 인테리어와 첨단 시설로 지역 주민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관련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어린이병원"이라는 간판을 달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 질병 양상 변화
급성질환 줄고 특수·만성질환 증가


 날이 갈수록 출산율은 감소세를 그리고 있는 반면 순환기계 및 소화기계 질환 등 특수질환을 가진 어린이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생활 향상과 식습관 등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우리나라의 질병 양상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1년부터 2006년 6월까지의 건강보험.의료급여 청구건수 및 금액을 산출한 결과, 고지혈증을 비롯해 고혈압, 당뇨, 비만 등으로 대표되는 성인병이 10세이하 소아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중 10세이하 어린이들에서 발생한 당뇨, 비만, 고혈압 등 5개 생활습관병에 들어간 5년간의 총 진료비는 114억2000만원에 달했으며 질환별 진료건수는 심장질환 6만1500건, 당뇨 2만2483건, 고콜레스테롤 8078건, 고혈압 5181건, 비만 4509건 순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증가율은 고콜레스테롤(21.8%)이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이 비만(5.9%), 당뇨(3.4%) 순이었다.

 최 교수는 사회 및 환경 변화에 따라 어린이 질병 양상이 변하고 있다며 어린이병원에 대한 정책이나 지원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의 발달로 과거에는 오래 생존하지 못했던 질병도 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특수질환 및 만성질환을 갖고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증가했고 유전질환 및 성인병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최 교수는 세부전문의 및 유전상담가와 같은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어린이 질병 양상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어린이질병 변화 양상
 ▲출산율의 감소로 어린이들의 수가 줄기 때문에 급성질환(상기도감염, 위장관염 등)은 그 빈도가 서서히 줄 것임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의 빈도가 현저히 증가
 ▲기후변화, 세계화 등으로 인해 새로운 질병이 발병되고 국가간 매우 쉽게 전파될 수 있음, 신종 질환에 대한 대비 필요
 ▲만성질환의 빈도가 현저히 늘었으며 이들은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많은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함. 즉 다양한 세부전문의 및 값 비싼 의료기구, 약품 등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임
 ▲유전학의 발달로 많은 유전성 질환들의 유전자가 발견되고 따라서 이들 질환의 치료 뿐 아니라 전문적인 상담의 필요성이 중요해짐
 ▲성인병(고혈압, 심혈관질환, 뇌질환) 등에 대한 소질도 어린 시기에 알게 되고 따라서 이들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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