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 접목 표적 항암제 개발에 "구슬땀"
협력 벤처업체 원내 입주 커뮤니케이션 원활화 꾀해


 에디슨이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구를 발명하기 1년 전 영국의 물리학자 조셉 스완이 "최초"의 전구를 발명했다. 이처럼 과학 법칙에는 최초의 발견자가 아니라 그 발견의 가치를 높인 후대 과학자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21세기 의료계 산업 역시 과학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2006년 12월 복지부는 혁신형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 중 암 연구중심병원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선정하고 5년 계획으로 총 22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키로 했다.

 여기에 병원과 산업체의 매칭펀드로 년 63억원 수준의 연구비가 지원되는 이 사업의 주요 목표는 5년내 임상진입이 가능한 기술개발이다.

 이를 위해 산학연과 손잡고 매진한 지 3년도 안되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항암제, 분자영상기술 개발의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거 기초의학 연구에서 임상진료라는 일방적 통행방식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빠른 성과다. 혁신형 암 연구중심병원사업단 김홍중 국장은 "병원은 바이오 의료산업 가치사슬의 중심이다. 이제는 병원이 관련 연구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의료산업기술의 개발과 소비가 모두 병원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암 연구중심병원으로 4개의 연구과제를 실행중이다. 이중 3개는 이미 임상시험을 진행 또는 눈앞에 두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 공동으로 진행중인 1단위 과제(책임자 노성구·크리스탈지노믹스)는 분자표적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로 현재 1개 항암제에 대해 스위스 CRO(임상시험수탁기관)에서 전임상 연구를 완료했으며 올해 말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발 성공시 한국인에 특이적인 항암제를 개발했다는 성과와 더불어 개발기간을 단축했기에 약가 경쟁력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택적 약물 전달 기술 등 주목

 항암제 개발의 포인트 중 하나는 암세포로의 선택적 약물전달 기술이다.

그렇기에 2단위 과제(책임자 최은경·방사선종양학과)는 나노메디슨을 이용한 항암제 전달기술개발이다. 인하대 화학공학과, ㈜삼양사가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나노 전달체에 대한 유효성과 임상적용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나노기술은 향후 10년간 유망한 기술로 전망되고 있는 분야로 의료진단 부문에는 이미 적용되어 왔다. 이 기술을 항암제에 적용시 암세포로의 약물전달 특이성을 높이고 종양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도 연장이 가능해 적은 용량으로 좋은 효과를 내며 부작용은 낮출 수 있게 된다.

 3단위 과제(책임자 문대혁·핵의학과)는 ㈜퓨처켐, 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종양 진단·치료평가를 위한 분자영상기술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이미 1개 종양 표지자에 대한 임상시험 진행 및 식약청 승인 과정에 있다. 현재의 분자영상기술로 확인이 어려운 1cm 미만 또는 많은 수의 암세포를 찾아내는 역할은 종양 표지자 연구에 부여된 숙제이다.

 지난 해 12월 새롭게 시작된 4단위 과제(책임자 김태원·종양내과)는 선택적 세포사멸을 이용한 혁신 항암제 개발을 목표로 한미약품과 공동연구를 수행중이다.

 최은경 사업부단장은 "기술융합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경향"이라고 말한다. 융합연구의 포인트는 커뮤니케이션이다. 협력연구를 진행시 가장 빈번히 나타나는 문제점은 참여 연구자가 대화는 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 그렇기에 같은 공간에서 연구하는 것은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벤처업체가 병원내 입주토록 하여 공동연구를 진행토록 돕고 있으며 지난 23일 연면적 7800평 규모의 아산생명과학연구소 증축에 착공해 바이오벤처업체를 추가 유치함으로써 아산교육연구관과 함께 최고의 연구 인력과 최첨단 연구장비를 갖춘 연구소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처럼 순탄하게 사업이 진행된 배경은 종양내과 출신인 이정신 병원장이 사업단장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측은 참여 연구자의 진료시간을 경감하고도 진료 인센티브를 보존하고, 이에 대한 진료인력을 충원하는 등 연구력 강화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한편 다국적 제약사와의 임상 경험과 암 연구중심병원사업단 선정을 통해 서울아산병원은 "연구형 중심병원"이라는 목표로 향후 주력 연구분야인 심혈관질환, 뇌, 당뇨병으로 산학연 협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비전을 향해 순차적으로 접근해 가는 서울아산병원이 의료산업의 "융합연구"의 모범사례로 자리잡을지 지켜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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