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手術)은 말 그대로 손이 하는 일. 수술실에서 외과의사의 손에 들린 메스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였으며 이를 대신할 "무엇"은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공상과학만화에서 보던 로봇이 수술하는 장면은 이제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됐다. 일부 수술에서는 기존의 방법보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더 선호되며 전립선암에서는 로봇수술이 표준기법으로 인정되는 시대다. 학문의 융합이 상상과 현실의 간극도 좁히고 있는 것이다.
 의료로봇은 이미 현대의학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는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상상이 현실이 되었듯이 노력한다면 못 이룰 꿈도 없는 법. 국내 의료로봇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아시아 최고를 넘어서 세계 정상의 의료로봇 대국을 만들겠다며 "Made in Korea" 의료로봇을 만드는 의사들을 만났다
.


 다빈치 국내 첫 소개한 "로봇의사"
 기계 이해할 수 있어야…의료로봇학과 구상중

이우정 연세의대 교수


 편안한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등장한 이우정 교수(세브란스병원 외과)는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유쾌하고 호탕한 강의를 시작한다.
 이 날의 강의는 좀 특별했다. 학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한국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인간 vs 로봇, Robotology를 위한 초학제적 모색" 심포지엄에서 강연을 한 것. 좌중들은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소위 "예술"을 하는 디자인 관련 전문가들과 공학도, 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었다.

이 교수는 이들에게 수술용 로봇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의료로봇 기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어릴 적 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아 중학생 때부터 특허를 내기 시작했다는 이 교수. 이런 그의 관심이 의학과 공학의 만남을 자연스레 시도하게 되지 않았을까?

 "기계에 관심이 많아서 본과 3학년 때 라디오·TV 수리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당시에는 전파사를 차릴 수 있을 정도의 자격증이었죠. 호기심에 배운 건데 수술용 로봇을 들여오면서 기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의대에서는 배우지 않은 지식이니까요."

 수술용 로봇 "다빈치"를 국내에 최초로 도입해 자타공인 로봇의사로도 통하는 이 교수는 외과 영역에서 로봇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의사들에게 의학 뿐 아니라 공학적인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대학원 과정에 의료로봇을 다루는 학과를 구상 중이라고.

 특허를 받은 상품만도 너덧 개나 되는 이 교수는 현재 국산 다빈치 및 끝이 구부러지는 복강경 수술 기구, 단일경로 복강경 수술을 위한 일체형 투관침 등을 개발 중이다.

 다빈치의 기능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국산 다빈치는 식약청 허가에 문제가 없다면 2년 내 시판될 예정이나 아직 마땅한 이름을 짓지 못해 고민이다.

 번득이는 이름이 생각났다면 이 교수에게 제보를 하시길…. 유쾌한 그의 전매특허 강의 뿐 아니라 로봇에도 전매특허가 가능해지길 기대해본다.


영상유도수술로봇 탄생시킨 주인공

국내 전문가 소통의 장 "대한의료로봇학회" 창립

김영수 한양의대 교수

 관심을 두고 있던 영상분야의 IT 연구를 1995년도 부터 시작해 어느덧 14년이나 됐다. "처음 영상유도수술 분야를 하게 된 것은 초기의 이 분야 기기들이 제가 임상에 사용하기 불편하고 제한이 많았습니다.

그런 문제점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공대 교수들과 협의하여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오늘에 이르게 됐네요." 지난 해 의료로봇 개발에 대한 각 계 전문가들의 소통의 장을 만들고자 "대한의료로봇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이기도 한 김영수 교수(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김 교수는 2002년부터 6년 동안 "양방향 방사선 투시기 로봇시스템(BFRS, Biplane Fluoroscopy Robot System)이라는 영상 유도 수술로봇 개발에 성공해 2006년 과학기술부의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주목받는 발명가이기도 하다.

 뼈·뇌 등 빈 공간이 없어 영상 유도 하에 수술하도록 개발된 로봇으로 로봇팔에 어떤 수술도구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수술분야를 확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 이전 희망 기업을 찾지 못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다고. "시간이나 비용이 만만치 않고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기술이전을 고사하는 것 같아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영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향후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국산 의료로봇개발은 어려워질 것입니다. 의사와 공학자들이 연구해 개발에 성공해도 판매는 기업의 몫이니까요."

 학회를 창립하게 된 것은 국제 의료로봇학회인 "ISCAS(International Society for Computer Aided Surgery)"에서 상임이사를 맡으면서 비로소 국내에 많은 의료로봇 전문가들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개발과 상용화까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모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의료로봇은 수술을 하는 의사와 로봇공학이 소통해야 하는 새로운 분야로 결국 의사와 로봇기술자들의 협력 여부에 따라 발전의 속도에 차이가 나는 겁니다. 로봇 기술이 발전한 일본이 의료로봇 분야에서는 미국 등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아시아지역의 의료로봇학회인 ACCAS(Asian Conference on Computer Aided Surgery) 창립멤버이기도 한 김 교수는 향후 2~3년 후에 열리는 ACCAS는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세계 최고는 아직 어렵지만 아시아 최고는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홍미 기자
사진·고민수 기자 msko@mmkgroup.co.kr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