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의료인끼리" 소통 중요성 부각
환자 권리의식 신장 따른 법률적 시각 관심 증가

 의학에서의 융합은 임상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의학이 의사에 의한 환자를 위한 학문이지만 인간관계라는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해 다루는 인문학과의 만남은 빼놓을 수 없다.
 인문학과 의학의 접목이라면 흔히 "글을 쓰는 의사"나 의료윤리 같은 특정 인문학 분야와의 만남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환자가 의사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병원 내에서 각 전문과별 프로세스, 의료사고에 이르기까지 인문학은 개입되고 있다.
 

의료 커뮤니케이션 "넓을 수록 좋다"

 적절한 대화를 통한 신뢰감 형성은 결과적으로 치료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질환들의 치료전략에서 효과적인 결과를 위해서 환자와의 신뢰도 구축을 강조하는 것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의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뿌리를 내린 것은 2006년, 아직 그리 역사가 길지 않다. 하지만 의료 커뮤니케이션학회 임인석(중앙대 용산병원 소아청소년과) 회장은 의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반 구축은 늦은 반면 필요성에 대한 자각과 관심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의사들의 실기시험과정에 커뮤니케이션을 포함, 15%의 비중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이 1970년대 의대 교육과정에 커뮤니케이션을 포함시킨 것에 비하면 많이 늦은 셈이지만 지난 5월에 열린 의료 커뮤니케이션학회 춘계학술대회의 참가자 수가 200명이 넘었다는 점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해 주고 있다.

 병원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의사와 환자 간의 문제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각 전문과별 의사와 의사 사이, 의사와 간호사, 의사와 의료기사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의사소통의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임 회장은 서로 간의 대화 기술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했지만 그 이전에 서로가 서 있는 환경과 위치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덧붙여 누구나 쉽게 지적할 수 있고 당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의료사고까지 예방할 수 있다면 쉽게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나의 의료사고가 의료계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환자 혹은 보호자와의 신뢰도 구축을 통해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의대에서도 비중을 인식해 역할극을 통한 "나쁜 소식 전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교과서를 편찬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의료관광을 대비해 단순한 통역사가 아닌 의료통역사 양성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의료 커뮤니케이션의 비중과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정착할 것이라는 전망을 엿보게 한다.

의료법학 "깊을 수록 좋아"

 원활한 대화기술과 이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이 병원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협화음을 어느정도 줄여줄 수는 있겠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병원 역시 법률적 토대 위에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법률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의료법학은 이런 병원과 법률의 필연적인 접선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법학은 최근 연명치료가 논란이 되면서 사회에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기실 생명윤리, 병원과 의사의 계약사항, 의사의 의무, 환자의 권리, 장기이식, 건강보험 등 의료계에서 발생하는 전반적인 법적 문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윤성 서울의대 법의학과 교수(한국의료법학회 부회장·전 대한의료법학회장)는 의료법학이 사전에 의료계에 관련된 법적인 분쟁이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각 병원의 법무 담당자들은 사전에 의료분쟁을 예방은 물론 병원과 의료계의 사회적인 신뢰도 회복을 위해 적절한 제도가 확립·정비돼야하고 이를 위한 법조계 전문가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기본적으로 환자, 보호자와 의사, 의료기관 사이에 이뤄지는 "의료계약"은 민법에서 언급되는 다른 계약관계들과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권리와 의무관계의 경계부터 적절한 제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가 지난 11일 있었던 "2009년 대학병원 법무담당자 하계세미나"의 축사에서 "소비자의 권리가 향상되는 추세에서 진료의 효율성과 환자의 권리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지적한 부분은 의료법학의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의료법학을 다루는 학회로는 법률적인 시각에서 의료계를 바라보는 대한의료법학회(회장 김민중 전북대 법대 교수)와 의료계가 정책적 문제에 대한 법적 내실을 다지는 한국의료법학회(회장 정지태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현호 변호사·고려대 로스쿨 겸임교수)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교수는 접근 방향으로 구분하기 이 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한의료법학회는 매월 학술집담회를 진행하고 있고, 양 학회 합동 학술대회를 열거나 각 학회 프로그램에 선택적으로 참가하는 등 경계없이 교류하고 있다.

 이 교수는 병원 간 동료체계 및 네트워크 구축도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환자에게 정당한 보상·배상"을 공통된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병원 별로 취하고 있는 정책이 차이가 있는 만큼 정보의 공유를 통한 상호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교수는 "2009년 대학병원 법무담당자 하계세미나"에 많은 병원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날 세미나에는 제주도를 포함한 지방병원 법무담당자들도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