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경 숙
닥터안 자연사랑연구소장

 지난주 미대사관 공보과에서 마련한 "기후변화와 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세미나에 참가하기 위하여 인터넷 자료를 찾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의 연설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몇 구절 속에서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해와 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어 그의 블로그와 정책 사이트도 방문하고 twitter.com에서 오바마대통령의 follower로 등록도 하였습니다.

 "지구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 있는 시점에서 더 이상 어리석은 정책을 펼칠 수 없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입니다.

이미 매우 심각한 폭풍과 산불과 가뭄이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2억5천만의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게 될 것입니다.

북극의 얼음은 과학자가 예견한 것보다 더 빨리 녹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은 제가 원하는 저의 딸을 위한 미래가 아닙니다. 우리들 중 누구도 자녀들을 위해 이러한 미래를 원하지 않습니다. 만일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하고, 대담하게 행동한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 2007년 Barack Obama

 저도 20여 년이 넘도록 여러 어려움 속에서 환경운동을 해 온 이유는 딸과 그리고 그 딸의 자녀들이 한정된 자원을 가진 하나 뿐인 지구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유를 들자면 건강을 위해서 환경이 소중하다는 것을 의학을 통해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환경운동을 왜 해야하며, 어떻게 하면 됩니까?"가 아니라 "의사인데 왜 환경운동을 하세요?"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 질문은 동료 의사들에게서도 종종 듣기에 메디칼업저버의 지면을 빌어 의사가 환경운동을 하여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적어봅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연환경 파괴는 인간의 생존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인공장기가 만들어지고 평균 수명이 곧 100세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인간은 산소와 물, 음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 너무나 나약한 존재임을 우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면 환경운동의 가장자리가 아닌 가장 중심에 의사들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중요한 이유는 의료 활동이 매우 에너지 집중적이며 많은 폐기물과 유해물질을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1995년 미국 환경부는 병원의 소각로가 dioxine과 mercury를 대기 중에 배출하는 주요인이라고 밝혔고, 의료계는 사람을 치료하는 임무를 가진 병원이 오히려 유해물질을 배출하는데 대해 반성과 함께 즉각적인 노력을 하여 5600여개였던 병원소각로를 현재는 70여개로 줄었습니다.

또한 오염을 감소시켜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언문에서 인용한 "Health Care Without Harm(HCWH)"이라는 국제적인 연합체를 구성하였는데 현재는 약 50여 개국의 500개의 조직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HCWH에 의하면 병원은 상업 에너지의 10% 이상을 소모하고 있으며 아직도 환경을 위협하는 많은 물질들을 배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의료인은 전문인이라는 것입니다. 환경과 건강에 관련된 정보를 검증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 해결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전 과정에서 전문지식이 요구됩니다.

 끊임없이 대두되는 환경과 건강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과 혼선을 막고 환경관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지식을 제공하는데 있어서 의사가 가장 적합한 전문가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의료인들은 그 누구보다도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합니다. 의사들의 참여는 의외로 쉽습니다.

병의원은 다양한 지역주민들에게 개방된 곳이고,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교육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환자들에게 특히 혈압, 당뇨, 비만 등 생활습관병 환자들에게 운동과 채소 먹기를 권하면서 환경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기만 하면 됩니다.

환자들은 자신들의 실천이 자신의 건강은 물론 지구환경을 지키는 적극적인 활동임을 인식하고 쉽게 습관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기실에 재미있고 유익한 환경관련 책과 리플렛을 비치하고, 근무자도 종이를 아껴 쓰는 습관을 익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병원의 규모가 조금 크다면 green hospital 만들기에 동참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최근 "The Lancet"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건강관리시설의 2% 만이 "green"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지만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린병원 기준에 적합한 시설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린병원은 기본적으로는 접근 용이성, 친환경적 소재 이용, 직원들의 환경교육, 치유 정원 꾸미기, 재활용, 유해물질 사용 자제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린병원은 병원 자체의 운영비 감축과 환경개선은 물론 지역사회의 건강과 경제 그리고 사회적인 이익까지 창출할 수 있습니다(우리나라의 경우 포스트 교토의정서에 따라 2013년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에 해당될 경우 총량제한(cap & trade),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인한 산업 활동의 위축이 초래될 수 있는데 병원도 예외가 아니므로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시설을 설비하고 절약하는 습관을 익혀야 할 것입니다).

 의협 또는 지역의사회에서 NGO, 학교, 기관과 함께 환경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최근 의협이 NGO와 함께 전개하고 있는 불용의약품수거운동, 걷기운동, 손 씻기 운동, 금연운동 등이 좋은 예인데 이로써 지역사회의 건강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의료인들의 이미지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제부터는 의사가 환경운동의 일선에서 가장 소중한 역할을 담당하여 "환경운동가"하면 가장 먼저 흰 가운의 의사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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