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팀, 뇌자도 검사 통해 청각기억기능 저하 첫 확인

정신질환의 암 이라 불리는 정신분열병의 발병 가능성을 미리 알아냄으로써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팀(제1저자 신경순)은 신경외과 뇌자도센터 정천기 교수팀과 공동으로 뇌자도(MEG)를 이용해 정상인과 고위험군 34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정신분열병 고위험군의 청각 기억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저하되어 있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정신분열병 환자에서 청각 기억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환청 같은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질병발병 이전의 상태에서 최첨단검사를 통해 뇌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성과는‘정신분열병 고위험군의 뇌자도를 이용한 전주의적 청각처리’제목으로 국제적인 정신과 학술지 ‘Biological Psychiatry(생물정신의학)’ 6월호 표지에 소개됐다.

이 학술지는 인용지수(IF)가 8.456 으로 1백여 개 정신과 학술지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1%가 앓고 있는 정신분열병은 비현실감을 느끼고, 환청 망상처럼 현실에서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을 경험하거나 이유없이 대인관계를 기피해 점점 외톨이가 되는 등의 증상으로 인해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

특히 환청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청각 기억기능이 정신분열병 환자에서 크게 저하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신분열병의 진단 이전 고위험군에서 뇌이상이 있다는 것을 밝힘으로서 발병후 치료가 어려운 정신분열병의 조기 예방 및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준수 교수팀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정상인 18명과, 고위험군 16명에게 뇌자도검사를 했다.

고위험군은 현재는 뚜렷한 정신병적 증상이 없더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관계사고(나와 관계없는데도 관계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 착각이나 가벼운 환각 등이 있으면서 학업성적이나 대인관계의 저하, 불안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으로, 이를 방치할 경우 1~2년 후 정신분열병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의 평생 유병률 1%에 비해 훨씬 높은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자도란 청각 감각 운동 시각 기억 언어 인지 등 뇌의 기능이 뇌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찾아내는 첨단 검사법으로, 1/1000초 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뇌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실시간 기록해 고해상도의 동영상을 얻을 수 있다.

뇌종양 등 뇌질환 수술 시 뇌의 중요 기능이 손상되어 수술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부작용을 방지하기위해 선진국에서는 뇌수술 전 필수검사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는 2005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에 처음 설치됐다.

뇌자도 검사 결과, 고위험군에서도 정신분열병 환자와 같이 평균적으로 청각 기억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저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파검사(EEG) 등을 통해 정신분열병 환자의 청각 기억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최첨단 검사법인 뇌자도 검사를 통해 아직 병적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고위험군에서도 이미 기능저하가 나타나고 있음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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