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원하기전에 미리 준비하자
서비스 낮아지거나 불편함 느끼면 환자는 금새 "안녕"

 "할머니, 오늘은 어떠세요? 무릎은 좀 나아지셨어요?"
 근래 무릎관절이 안좋아 정형외과를 자주 찾고 있는 68세 김모씨는 원장이 친절하게 자신을 불러주고 알아봐주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어딘가 한구석이 쑤셔오면, 또 다시 원장을 찾는다. 자식에 대한 자랑이나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도 한다.
 결국 한달에 절반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는 김씨는 이 병원의 단골로 핵심고객(우량고객)이 됐다. 하지만 매일 와도 알아보지 못하거나 그저 또 왔구나 하는 정도의 서비스를 한다면 김씨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병원을 빨리 나서고 싶어할 것이다. 결국 핵심고객을 잡기 위한 VIP 마케팅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자기 병원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신규 유치보다 기존고객 유지가 이익


 핵심고객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병원을 방문하는 빈도가 많거나 지불한 진료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CRM 프로그램이 많이 도입돼 핵심고객을 쉽게 판단할 수 있어 편리하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고객과 관련된 의료기관의 내·외부 자료를 분석·통합, 고객 특성에 기초한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지원하며 평가하는 과정을 말한다. 병원의 효과적인 전략수립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발생되는 고객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CRM 프로그램 중 하나인 ezCRM을 구축하고 있는 이지케어텍 오성용 과장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결과 분석, 고객 분석, 마케팅 효과 분석, 서비스 만족도 분석 등을 통해 고객중심 업무로 개편하게 한다"며 "병원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으며, 수익창출과 매출 증대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제대 백병원 백수경 부이사장은 "CRM은 타깃으로 하는 시장에서 이익을 주고 가치를 선사하는 고객에 특히 신경을 쓰는 활동"이라며 "핵심고객과 함께 동반자로 나아가게 되면 고객 스스로도 교체 비용이 크므로 옮기지 않고, 가격 민감성이 떨어지며 새로운 고객에 대한 긍정적인 구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핵심고객은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병원에 대해 매우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태에서는 말 한마디, 사소한 서비스 하나로도 쉽게 이탈하게 된다.

 그렇다고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핵심고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병원계에서는 올해 들어 호텔에서 도입하는 개념인 컨시어지를 육성,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핵심고객을 만드는 방법이 시도됐다.

 예치과의 예아카데미는 "메디컬 컨시어지"라는 새로운 직종의 상표권을 등록하고, 지난 3월 첫 인증시험을 거쳐 5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컨시어지란, 호텔에서 극장표나 음식점 예약, 여행수속 등 고객의 심부름들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 담당자를 말한다. 메디컬 컨시어지는 이를 병원에 적용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신라호텔에 있는 프리미엄 예치과를 이용하는 고객 개인별로 진료 일정과 상황을 일대일로 관리해주고, 치과에서 운영하는 스파 서비스 등의 예약을 잡아준다.

 예치과 컨설팅담당 메디파트너 구혜련 팀장은 "처음 코디네이터가 생겼을 때는 병원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고객들의 니즈가 높아진 만큼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며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병원 코디네이터에서 한 단계 진화한 메디컬 컨시어지를 만들게 됐다"고 부연했다.

 각종 정보를 활용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하며, 고객의 각종 편의를 도모해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이들을 통해 예치과만의 핵심 고객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역 내 다른 기관의 핵심고객을 우리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화의료원은 지난 5월부터 현대백화점 목동점 상위 10%의 VIP 고객을 대상으로 백화점 VIP 휴게실에서 1 대 1 건강상담 서비스와 건강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 개인별 집중적인 건강상담을 통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VIP 고객 중 희망자에 한해 사전 예약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지역 내 구매력이 있는 고객을 잡는 동시, 올 초 개원한 이대여성암전문병원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화의료원 관계자는 "지역 백화점을 이용하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이화 브랜드의 인지도 및 호감도를 제고하고, 구매력이 있는 이들을 핵심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천에 개원한 연세제이치과 2호점은 오픈행사로 한달간 네일아트와 에스테틱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서비스가 낮아지거나 불편한 점이 생기면 고객들의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1호점에 비해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눈을 돌렸다.

병원 관계자는 "전문적이고 실력 있는 치과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여성고객들과 VIP 고객을 위한 에스테틱과 네일아트 서비스도 함께 진행하는 것"이라며 "신규고객 뿐만 아니라 그들을 핵심고객으로 유도하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모색 중"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러브피부성형외과는 외국인 특화진료를 위해 삼성역에 아이러브아디포스 삼성점을 개원하면서 특별한 서비스를 계획했다.

백화점과 같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편리하게 병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하고, 외국인 특화진료를 위해 통역직원은 물론 최고급 리무진 및 호텔룸서비스까지 준비한 것이다. 얼마전 2009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출전하는 미인들이 방문, 병원의 세심한 시설에 감탄하고 돌아갈 정도였단다.

 이처럼 핵심고객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그 병원만의 특별함을 느낄 정도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이 역시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핵심고객의 비중을 높인 것 같다고 생각해 내버려두는 동시에 그 비중이 내려갈 뿐이다.

 백수경 부이사장은 "의료서비스는 신규고객에 대한 프로모션 자체가 제한적이며, 경쟁 심화는 기존고객 유지가 신규고객 유치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요인"이라며 "신규고객 창출에는 기존고객 유지에 비해 5배 비용이 필요한 만큼, 기존고객의 충성도 높이고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는 것은 장기적인 이익에 중대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병원에서 할 수 있는 VIP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실 현 의료수가 하에서는 많은 환자가 올수록 이득이 되는 급여 진료를 위주로 하는 병원이라면 비용과 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VIP 마케팅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을 포함할 수 있는 건강검진이나 피부, 미용성형 등의 비급여 영역에서나 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우리 병원의 VIP 고객은 있다. 그들을 위해 조금 더 세심하게 특별함이 느껴지도록 배려한다면, 불황 속에서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는 겪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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