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따라 혈당조절 속도·강도 달리해야

 최근의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ACCORD"·"VADT" 연구 재분석 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연구는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A1C 목표치 7%보다 낮게 정상범위로까지 혈당조절 시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를 검증한 대표적 사례다.

 결과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면서 혈당조절 전략을 둘러싼 열띤 논쟁을 야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A1C 6% 대로 혈당을 조절한 그룹이 기존 수치를 목표한 대조군 대비 심혈관사건 예방에 차이가 없거나 사망위험을 증가시키는 결과가 파생된 것.

 "ACCORD" 연구가 중단되면서 과도한 사망위험을 설명하기 위한 추가분석들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임상현장의 혼선을 단번에 풀어줄 시원한 해답은 제시되지 못했다. ADA에서 발표된 두 연구의 재분석은 당뇨병 환자의 집중 혈당조절 전략을 놓고 "ACCORD"에서 과도한 사망, "VADT"에서 미진한 혜택의 원인을 찾아보기 위한 시도였다.

 명쾌한 해답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이전 분석의 몇가지 귀결점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측면에서 전반적인 결론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퍼즐조각 역할을 한다.

ACCORD 재분석 결과
"집중적으로 낮게 조절된
A1C 수치 만으로
사망위험 설명 불가"



 연구팀의 결론은 "7% 미만으로 조절된 A1C 수치의 단일인자 만으로 과도한 사망위험을 설명할 수 없으며, 집중조절 결과가 사망위험의 필연적 예진인자도 아니다"는 것이다.

 애초의 연구에서 과도한 사망위험이 혈당 집중강하 전략과 연관성을 보였지만, "낮은 A1C 수치가 원인일 것"이라는 주장은 이번 재분석에서도 확인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반면 재분석은 혈당조절(A1C)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사건 또는 사망위험 감소를 위한 표적이 돼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1년 간 A1C 변화를 분석한 결과 낮게 조절될수록 사망위험이 줄어드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A1C 6%를 기준으로 1% 증가할 때마다 사망위험은 20%씩 높아졌다. 연령·당뇨병 이환기간·심혈관사건 과거력 등 여타 인자를 보정한 후에도 결과는 유지됐다.

 연구팀은 현재 저혈당·체중증가·특정 약물 또는 병용 등 여타 사망위험 증가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을 진행 중이다. 이번 분석에서는 중증의 저혈당증이 양그룹 모두에서 높은 사망위험과 연관성을 나타냈다.

VADT 재분석 결과
"집중 혈당조절
시작 시점에 따라
심혈관사건 혜택 차이"


 "VADT" 연구에서는 집중치료군과 표준치료군의 심혈관 혜택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재분석에서 집중 혈당조절 시작 시점에 따라 하위그룹을 구분한 결과 특정한 차이가 드러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당뇨병 진단 후 15년 이내 시점에서 집중 혈당강하 치료가 이뤄진 그룹은 사망을 포함하는 심혈관사건 위험감소 혜택이 확인됐다.

 이환기간이 10~15년인 그룹에서 집중치료가 실시될 경우 심혈관사건 위험 감소의 정도는 40%로 조사됐다.

 반면, 16~20년 시점의 집중강하 전략은 혜택이 없었으며 20년 후 시점에서는 위험이 오히려 증가했다. 21년 이상 이환기간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은 2배 이상 높아졌다.

심혈관사건 또는 사망위험 증가의 여타 잠재적 위험인자로는 저혈당·심혈관사건 과거력·고령·신기능 장애 등이 언급됐다. 중증의 저혈당증에서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부작용 위험은 집중치료군과 표준치료군 모두에서 확인됐다.

두 연구 "환자 특성 고려를"

 두 연구에 대한 재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면 당뇨병 환자의 집중 혈당강하 전략과 관련한 몇가지 결론이 가능해진다.
 우선 당뇨병 환자의 사망 및 합병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주표적이 혈당조절(A1C)이라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며 간과되서도 안될 사항이다. 두번째로, 집중치료 전략의 혜택을 위해서는 환자에 따라 혈당조절의 강도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ACCORD" 재분석팀은 낮은 A1C 수치가 사망위험 증가의 직접적 원인이 아님을 밝히는 동시에 혈당이 급격히 조절될 경우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언급했다. 집중조절군에서 A1C 6% 대 목표를 위해 다제·다량의 약물이 투여됐고, 대상 환자들에 대한 과도한 통제가 이뤄졌다는 지적을 기억해야 한다.

 임상의들은 이같은 전략에 대해 진료현장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환자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괄적 적용은 또 다른 부작용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VADT" 재분석의 경우, 환자의 임상적 특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확인해 준다.

집중 혈당조절 전략이 모든 환자에게 유효한 것이 아니라 당뇨병 이환기간·연령·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의사들이 환자의 특성에 맞게 위험요인을 배제한 상태에서 적절한 혈당조절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한마디

당뇨병 장기화땐 혈당 조절 서서히

김 대 중
아주의대 교수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몇가지 합의점으로 귀결되면서 조금씩 정리돼 가는 측면이 있다. 종합하면 당뇨병 신규 환자들의 경우 40~60대까지는 큰 문제 없이 초기에 좀 더 철저한 혈당 관리를 통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UKPDS" 연구를 보면 "레거시 이펙트(legacy effect)"에 의해 효과가 20~30년까지 유지된다.

 하지만, 당뇨병이 장기간 진행된 상태에서 심혈관사건 등 합병증이 있을 경우는 무리하지 말고 혈당을 서서히 조절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ACCORD"의 경우 약제가 너무 많이 쓰이는 등 임상현장과는 동떨어진 감이 있다. 여타 부작용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혈당은 잡았는데 체중증가나 저혈당 등 부작용 생기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임상특성 상 7% 밑으로 낮추기 힘든 경우가 있다. 공격적인 전략을 쓰면 낮출 수도 있겠으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혈당 "어떻게" 낮추는가가 중요

김 광 원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결론은 두가지 메시지로 요약된다.

 "당뇨병 초기에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과 "고령이거나 합병증 위험이 높은 심혈관사건 고위험군의 경우 너무 급격한 조절을 시도하지 말라"는 것이다.

 두 가지 기본원칙을 놓고 본다면, 고혈당 치료는 "얼마나" 낮추느냐에 더해 "어떻게"라는 방법의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

 물론, 혈당조절의 중요성이 간과되서는 안된다. 환자의 특성에 따라 여타 부작용 위험을 고려해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조절하라는 것이다.

 무리하게 급격히 낮추다 보면 약의 양, 종류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파생된다.

 특히 혈당만 바라보고 많은 약을 쓸 경우 부작용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나이, 이환기간, 합병증 위험인자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파악해 적절한 전략의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심혈관사건 예방 위한
고혈당 조절 권고 성명


 룆Circulation 2009;119:351-357룇=미국심장협회(AHA)는 올해 초 "ACCORD"·"ADVANCE"·"VADT" 연구결과에 대한 해석과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예방에 관한 고혈당 조절 권고 성명은 "연구들이 혈당조절 목표치에 대한 주된 변화의 필요성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혈당조절 전략에 있어 개별 환자에 따른 추가적인 분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AHA 성명의 권고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뇨병 환자에서 미세혈관 합병증 예방과 관련 비임신 성인에게 적용되는 A1C의 전반적인 목표치는 7% 미만이다.
 ▲대혈관 합병증의 경우 더 많은 증거가 확보되기 전 까지는 A1C 7% 미만의 혈당조절 목표치가 타당하다.
 ▲일부 선택된 환자에서 저혈당이나 여타 부작용 위험이 배제된다면 A1C 7% 미만보다 더 낮은 조절도 타당할 수 있다. 선택된 환자군에는 짧은 당뇨병 이환기간, 긴 잔여수명, 심혈관질환이 없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반대로 일부 선택된 환자에서 목표치보다 덜 엄격한 수준의 조절도 타당할 수 있다. 선택된 환자군은 저혈당증 과거력, 잔여수명의 제한, 진행성 미세혈관 합병증 또는 대혈관 합병증, 장기간의 이환으로 혈당조절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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