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발생 ´헬리코박터´와 유전·식이인자 복합반응 결과

Helicobacter pylori(H. pylori)는 전세계 인구의 반수 이상이 감염되어 세계적으로 가장 넓게 분포하고 있는 균이다. 만성위염과, 소화성궤양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정립돼 있으며 위암과 악성림파종(mucosa-associated lymphoid tissue(MALT) lymphoma)의 원인으로 인정되고 있어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듯 하다.

1. H. pylori의 역학, 전파경로
H. pylori 감염 빈도는 연령, 지역적 분포, 종족간에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의 H. pylori 유병률은 20세에 10%로 낮다가 60세에 50%로 노령층으로 갈수록 점차 증가하나,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미 20세 이전에 높은 유병률을 나타낸다.

2000년도 우리나라 전국적 역학조사 결과 16세 이상 성인에서 66.9%의 높은 혈청학적 유병률을 보인 반면 15세 이하의 소아에서는 17.2%로 낮아 개발도상국의 감염 형태에서 선진국형으로 이행되는 단계로 생각되고 있다.

특히 성인에서의 H. pylori 유병률의 위험인자는 성장기에 방을 함께 썼던 사람 수 및 성장기 생활수준이었고 소아에서는 식수, 어머니학력 및 가족수입이 의미있는 위험인자로 나타나 H. pylori 감염은 성장기의 열악한 사회경제적 조건 특히 밀집된 상호 접촉에 의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적으로 감염되며 소아에서는 이러한 요인외에 식수원이 중요한 인자로 분석되었다. 따라서 H. pylori 감염은 구강에서 구강, 대변에서 구강으로 전염된다고 생각된다.

2. H. pylori의 병리기전
H. pylori에 감염된 사람의 대부분이 무증상이나 20%에서만 위·십이지장 질환으로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균주간의 병원성 차이(병독인자), 균에 대한 개인의 유전적 감수성(숙주인자) 및 위내 환경적 요인(환경인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일례로 높은 위산분비 양상을 보이며 체부의 위축성 위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십이지장궤양과, 체부의 위축성 위염이 흔히 동반되는 위궤양이나 위암 환자 사이에는 H. pylori에 의한 병태생리 기전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는데 H. pylori의 병독성의 차이와 함께 감염 시점이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즉 위체부 벽세포(parietal cell)에서의 위산분비가 많을 때 H. pylori에 감염되면 H. pylori는 위산이 분비되는 체부를 피하여 주로 전정부에서 증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무증상의 전정부 위염이 생긴다.

더욱 진행하여 위산 분비를 자극하는 가스트린 분비가 증가하면 십이지장내로 많은 양의 위산이 유입되게 되고 십이지장 구부에 십이지장염과 위상피화생(gastric metaplasia)이 발생, 이곳에서의 H. pylori 증식이 가능해짐으로써 십이지장궤양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위산 분비가 적은 시기에 감염되면 H. pylori가 전정부는 물론 체부에서도 잘 서식하여 염증이 진행되고 이로 인한 벽세포 감소로 위산 분비가 더 적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로 인해 선위축(atrophy)이나 장상피화생, 림프여포(lymphoid follicle) 형성이 다병소성(multifocal)으로 일어나며 일부군에서는 위궤양이나 위암으로 진행한다고 추측되고 있다. 특히 H. pylori가 십이지장궤양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십이지장궤양 환자에서의 H. pylori 양성률이 95%로 높고, H. pylori 제균에 실패했을 경우 1년 이내의 궤양 재발률이 60~70%로 높으나 제균 후에는 거의 재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궤양의 경우는 십이지장궤양보다 H. pylori와의 연관성이 다소 낮은데 그 이유로 NSAID가 위궤양의 중요 원인이라는 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H. pylori가 제1군의 위암 발암인자로 인정 받은 이후 주로 역학적 연구로 뒷받침되었으나 62주간의 H. pylori에 감염된 Mongolian Gerbil의 37%에서 위암 발생이 관찰되었다는 1998년 보고 이후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H. pylori 감염군의 극히 일부에서만 위암이 발생함으로써 H. pylori 단독으로 유발한다기 보다 숙주의 유전인자와 식이인자(과도한 염분의 섭취나 Vit C 부족으로 이어지는 낮은 채소 섭취)의 복합적 반응 결과라고 설명되고 있다.

3. H. pylori의 진단 및 치료
H. pylori 감염 진단법은 내시경 사용 유무에 따라 침습적 방법과 비침습적 방법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침습적 방법의 가장 대표적 검사가 조직 요소분해검사(rapid urease test)와 조직검사이며 비침습적 방법으로 혈청학적 검사와 13C-요소호기검사가 있다.

문제는 어떤 경우에 H. pylori 검사를 시행할 것이냐인데 H. pylori 감염률이 50% 미만이고 위암 발생률이 낮은 서구에서는 소화기 증상이 있는 경우 H. pylori 검사를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위암 발생률이 높고 기능성 위장장애 환자가 많으며, 소화기 증상이 없는 16세 이상 성인의 감염률이 66.9%로 높은 우리나라에서, 소화기 환자들 모두에게 H. pylori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는지, 그리고 양성일 경우 H. pylori 제균요법을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현재는 위·십이지장궤양이나 MALTOMA 환자와 같이 H. pylori와의 인과관계가 확실한 경우에 한하여 H. pylori 검사를 시행하고 치료하자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그 이유는 H. pylori 제균법이 고가이며 부작용이 많다는 점, 그리고 제균율이 높아야 80~90%이며 실패할 경우 항생제 내성이 문제가 되고, 제균에 성공한 경우에도 재감염률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분석과 대비책이 강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균의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대상에게까지 제균요법을 시행한다면 내성률의 증가만 초래할 것이기에, 제균요법 대상 선정에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H. pylori 제균이 어려운 이유는 H. pylori가 위점막 점액과 위상피에 존재하기에, 항생제가 점액층을 통과하거나 위점막을 통해 분비되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과 함께 낮은 pH에서 분해되기 쉬워, 높은 살균력을 나타내는 항생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항생제의 단독요법으로는 제균효과가 전혀 없고, 이제병합요법 또한 그 제균율이 낮아, 현재는 1차 시도(first line)로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제(PPI)에 2개의 항생제(clarithromycin과 amoxicillin내지 clarithromycin과 metronidazole)가 추가되는 삼제병합요법의 1~2주 치료를, 2차 시도(second line)로 PPI가 포함된 4제요법(bismuth, tetracycline(또는 amoxicillin), metronidazole) 7일 이상이 추천되고 있다.

제균요법에 흔히 쓰이면서 내성이 자주 발생하는 항생제로 5-nitroimidazole(대개는 metronidazole)과 clarithromycin이 있다. Metronidazole의 내성률은 호주와 미국 경우 30~36.9%였으나 개발도상국에서는 70~80%로 높은데 우리나라에서는 65%와 74.3%로 보고된 바 있고, metronidazole 내성이 있는 경우 이 약제가 포함된 삼제병합요법의 제균율은 60~65%로 낮다.

최근 clarithromycin의 내성은 호주와 미국의 경우 10.1~15.7%로 보고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metronidazole과는 달리 clarithromycin 내성의 경우 clarithromycin이 포함된 삼제병합요법의 제균율이 0~25%로 낮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H. pylori의 재감염에 관하여는 연간 0.36%에서 35.5%까지 보고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11% 정도로 높아 제균 후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하겠다.

4. H. pylori 감염의 예방
이처럼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 제균 요법에 한계가 있는 바 H. pylori 감염 예방 및 제균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실험되고 있는 것이 백신 개발이다. 그 이론적 배경은 H. pylori 자연 감염에 의한 위점막 면역기전 즉 Th1-type CD4(+) T-cell 반응에 대해서 H. pylori가 회피(evade)할 뿐 아니라 이러한 면역 반응에 의해 위병변이 오히려 심해지지만, 성공적인 백신에 의한 Th2-type 반응(T-helper type 2, humoral and T-cell 반응)에 의해서는 H. pylori 감염이 예방되고 제균됨이 동물 모델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강 면역요법이란 H. pylori 항원과 함께 면역 반응을 증강하는 보강제(adjuvant)를 먹여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보강제란 그 자신뿐만 아니라 같이 투입되는 항원에의 면역반응을 자극하는 것으로 구강으로 투여되는 항원에 대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겠다.

문제는 H. pylori 면역요법에서 자주 써온 cholera toxin(CT)과 labile toxin(LT, 설사를 유발하는 대장균 세포주에서 얻은 열에 약한 장독소)이 ADP-ribosylating activity를 지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설사와 같은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점막 보강제가 개발 되어야 H. pylori에 대한 구강 면역요법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안은 yeast나 세균(대개 Lactobacillus나 Bifidobacteria)과 같은 probiotics인데 그 기저 이론은 이들 자신이 H. pylori와 같은 병원균과 경쟁함과 동시에 항생물질인 biocines를 생성함으로써 병균을 죽인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들만으로 H. pylori가 제균되거나 감염 예방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H. pylori 균 수를 감소시킴으로써 염증이나 궤양, 암 예방 효과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5. 향후 연구 전망
H. pylori에 대한 향후 연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들에 모아지리라 생각된다. 즉 서양에서는 H. pylori의 병독인자 즉 VacA, CagA 등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동양에서는 질환별 차이가 없음으로써 이들 외의 병독인자가 추정되는 바 이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하리라 여겨진다.

한편 최근 개발된 microarray 방법은 수천 수만개의 유전자 발현을 동시에 알아볼 수 있어 H. pylori와 숙주세포 상호간에 주고 받는 영향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병독인자 연구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H. pylori의 위암 발생 분자생물학적 기전에 대해서는 CagA 단백질이 숙주세포로 이동·인산화되면 상피세포 신호전달체계와 상호연관하여 위암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에대한 작업 또한 본격화될 전망이다.

동시에 구강 백신 개발을 위한 적절한 점막 보강제의 개발 및 면역 후 생기는 위염과 같은 부작용 예방을 위한 연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구강 면역요법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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