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고객 만족"은 기업의 기본 사명이며, 환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병원 역시 그러하다.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LG경제연구원은 "그러나 실제 기업에서 고객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 중심적이라고 선언한 기업조차 그들의 니즈와 선호가 고객을 대변한다고 잘못 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을 전담하고 책임지는 CCO(Chief Customer Officer)의 역할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CCO란, 보통 기업 내에서 고객 관련 이슈들을 전담하고 책임지는 담당자를 말한다. LG경제연구원 황혜정 연구원은 "기업 내에서 고객의 대변인(Customer Advocate)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에서 매출, 이익 등 기업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을 의사 결정의 중심에 반영시키는 노력을 한다"고 설명했다.

 1984년 미국 시스코(CISCO)에서부터 시작됐으며, 전세계적으로 2003년 CCO가 있는 기업이 불과 30개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300개로 늘었다.

국내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CCO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생겨났다.

 현대해상은 얼마전 CCO로 상무급을 두고, 명예사원으로 임명된 불만고객 8명과 실시간 핫라인 시스템을 가동했다.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은 회사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잠재적인 핵심고객이며, 고객의 불만 내용을 서비스와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뱅크로 삼겠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CCO의 정확한 역할은 무엇일까. 고객만족을 중시하는 병원에서 CCO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미국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고객 관련 전문연구원인 브루스 템킨(Bruce Temkin)이 분석한 결과, CCO의 주요 책무는 고객 연구를 관할하고 VOC(Voice of Customer)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크게 4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영남대병원은 고객만족팀이 CCO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만족팀은 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 누구나 병원에 대해 제안, 칭찬, 불만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고객의 말씀" 보드 전시회를 매년 개최한다.


특히 전시회를 통해 칭찬·친절 사례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보드 절반 가까이를 고객들이 제시한 불평·불만사항으로 채운 쓴소리까지도 공개한다. 내부 구성원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이에 따른 올바른 조치와 피드백을 유도해 나가기 위해서다.

 또한 CCO는 전 조직에 걸쳐 고객 중심적인 문화를 형성해 나간다. 모든 구성원을 교육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 중심적인 마인드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원장 등 주요 보직자들이 직접 나서서 고객만족 활동을 펼치면서, 다른 직원들에 귀감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은 이달부터 "CS천사 서비스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병원 방문 고객들의 불편사항 해결을 위해 직원들이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씌어진 어깨띠를 걸치고, 병원 각 진료과 및 검사실을 방문해 불편사항을 청취하는 것이다. 실시 첫날에는 김광문 원장이 직접 나서 인사를 건넸다.

특히 접수된 환자의 불편사항은 고객 서비스실을 통해 병원장에게 핫라인으로 바로 전달, 즉시 개선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아주대병원도 이번달 내내 현관에서 인사하기 캠페인과 로비 순회 친절 캠페인을 펼친다. 기관장, 임상과장, 팀장, 수간호사 등 임원급을 중심으로 먼저 움직여 전직원으로 확산해 나가게 했으며,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한시간 동안 병원 현관에서 고객에게 인사하기, 차 문 열어주기 등의 활동을 한다.

 CCO는 고객 관점에서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하게 한다. 고객에게 전달된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불만이 있을 경우, 불만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고객만족팀이나 고객센터에 접수된 불만을 토대로 원장 승인 하에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제일병원은 최근 KTX를 이용하는 지방 암 환자를 위해 서울역에서 병원까지 환자를 승용차로 이송시켜 "Pick Up"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방 환자들의 교통이 다소 불편하다는 불만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암 환자와 보호자가 병실에서 생활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 콘도형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서비스도 함께 시작했다.

목정은 원장은 "대부분 여성 환자다 보니 여성의 감성코드에 맞는 세심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호응도가 매우 좋다고 밝혔다.

 경기도립의료원 의정부병원은 공공의료기관에서는 이례적으로 지난달부터 "선택식단제"를 시행했다. 고객 선호에 대한 배려없이 획일적인 병원 급식메뉴가 제공되던 데 따른 불만을 개선, 입원 환자가 선택식 메뉴와 일반식 메뉴 중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김영찬 원장은 "고객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아이디어가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홈페이지를 새롭게 리뉴얼한 삼성서울병원은 고객들이 진료나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할 때 가장 불편을 겪던 부분인 위치 정보를 대폭 개선했다.

 3D와 멀티미디어를 통해 단계적으로 안내하는 위치 안내 서비스를 홈페이지에 담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료예약을 문의하면 단시간 내에 담당 코디네이터가 진료예약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일반 이용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 상의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더 나아가 CCO는 고객 만족을 향상시키기 위한 비즈니스 과제를 발굴, 사업 계획에 반영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중앙대용산병원 민병국 원장은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를 갖고, 이를 경영 방침에 반영한다. 병원에 입원중인 환자 및 보호자들을 초대, 병원을 이용하는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고객 중심의 병원을 만들기 위해 고객의 작은 소리도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민 원장은 "용기를 갖고 고객들을 대면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가짐으로써, 오히려 내가 병원 경영에 힘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부천 서울여성병원은 홍보실에서 기획한 태교음악회가 산모들이 함께하는 지역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를 연례행사로 기획했다.

지난달 열린 태교음악회는 병원에서 출산한 경험이 있는 개그우먼 김지선씨의 오프닝 무대를 시작으로 산모와 예비아빠가 직접 참여하는 게임을 진행하고 임산부들을 위한 유용한 산전관리 교육시간을 가졌다.

이선진 홍보실장은 "분만과 불임 전문병원으로 입지를 구축하게 되면서, 지역 주민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화서비스 기획으로 병원의 사회적 책임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고객과의 접점에 서있는 병원에서는 현재 고객만족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장을 중심으로 고객만족팀 등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요즘 기업의 움직임처럼 CEO에게 적극적으로 고객만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CCO 직책 자체를 별도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모든 직원이 고객의 불만을 개선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객만족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CCO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직원에 불과하더라도 나부터 CCO가 되어 본다면 나를 통해 매일 만나는 고객은 우리 병원을 만족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김광문 원장은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씌어진 어깨띠를 걸치고,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들었다.
















◀중앙대용산병원 민병국 원장은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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