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상환제에선 서약식 의미 없어
"판매·구매자 충분한 논의 필요" 불참

 의약품 리베이트가 6월들어 의약계를 흔들고 있다. 국회에서, 호텔에서, 협회 주최로 연일 토론회, 세미나, 서약식, 결의대회 등을 통해 리베이트 문제 제기와 대책을 연이어 발표, 바야흐로 의약계가 리베이트 정국에 깊이 빠져있는 셈이다.

 현재 모든 법적 제도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복지부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속만 하면 되겠느냐는 의료계의 주장이 여전히 부딪히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실거래가상환제" 하에서는 이번 서약식도 하나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 분야 연구원이나 시장주의를 읽고 있는 의료계 인사들은 현재의 제도 아래서 제약사는 음성적 비가격 경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박사는 지난 10일 심재철 의원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약가거품론과 복제약 중심의 의약품 생산구조, 리베이트 수수행위 등 보험약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들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보험약가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박사는 제약사간의 가격경쟁 가능성을 봉쇄한 개별 실거래가 상환제의 개선, OTC 약품의 약국외 판매허용, 생동성시험 관리체제 정비를 전제한 성분명처방 검토 등 약가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그는 "후발복제약보다 선발복제약에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은 무리가 있다"며, 동일성분 복제약들간에 존재하는 가격차이는 약가거품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복제약가를 동일성분내 최저가로 조정하되, 생동인정을 받은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을 구분해 수가를 적용하는 방법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윤 박사의 견해다.

 그는 개별 실거래가상환제는 평균실거래가로 전환해 가격경쟁요인을 갖도록 하거나, 참조가격제로 전환해 본인부담을 통한 가격경쟁을 구현하는 시스템으로의 개선을 강조했다.

 서울의대 의료정책실 권용진 연구교수와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연구조정실장도 "리베이트 제제"보다 "약가제도 개선"이 먼저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리베이트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실거래가상환제" 개선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더욱이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양쪽 모두에 대해 처벌 강화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과연 리베이트가 없어질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병협은 11일 복지부와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가 공동주최한 의약품리베이트 근절 선언에 의료계가 불참한 것은 리베이트 근절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가 충분히 시간을 두고 논의할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EU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복지부가 다국적제약업체 이익을 대변하는 EU상공회의소와 윤리서약식을 공동주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약품을 구매하는 의료단체 대표들이 의약품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윤리경영(리베이트 근절) 선언에 공동서명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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