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간암연구, 만성 B형간염 환자군서도 생존기간 혜택 확인

Child-Pugh A·BCLC stage C 환자
국내 가이드라인 권고에도 포함 추진


 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6개월 정도이다. 진행성이란 잔존 간기능이 충분하지 않아 50년 이상 간세포암 완치를 위한 표준치료로 사용되어 온 절제술이 어려운 경우 및 전이된 경우를 의미한다. 이들에게 다만 몇 달만이라도 생명을 연장하는 것 만큼 간절한 소망은 없을 것이다.

 국소 간세포암종은 조기진단시 간이식, 절제술, 경피에탄올주입술(PEI), 고주파열치료술(RFA), 경간동맥화학색전술(TACE) 등에 의해 근치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반 수 이상의 환자는 진단 당시 진행암 상태이다.

중등도 이상으로 질환 진행시 내원하여 절제술은 환자의 20% 미만에서만 시행되고 있으며, 절제수술을 하지 못하는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서구와 아시아 모두 10%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내에서는 일부 환자만이 조기에 내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발된 최초의 간세포암종 항암제 소라페닙은 새로운 병기로서 국내외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되고 있다.

"SHARP 연구"로 소라페닙이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승인을 받은 이후 이 약물에 대한 관심은 간세포암종 환자수가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 매우 높았으나 B형간염으로 인한 환자 비율이 매우 높다는 유병률의 차이로 선뜻 약물을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이유는 일부 연구에서 B형간염 기인성 환자의 예후가 C형간염 기인성 환자보다 낮다고 보고했기 때문. 이에 중국은 제품 허가를 위해 아태 지역 내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요구했고, 이후 "아태간암연구"가 진행되게 됐다.

 "아태간암연구"는 아태 지역 내 간세포암종 유병률이 높은 중국, 한국, 대만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Lancet Oncol 2009;10:25). 연구설계에 병인론의 지역차가 반영되어 B형간염 환자 73%, C형 8.4%로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소라페닙 3상연구인 "SHARP"의 12%, 30%와 차이를 보였다. 참여 환자의 대부분은 과거 전신요법을 받은 경험이 없는 Child-Pugh A, BCLC stage C 환자로 소라페닙 또는 위약을 투약했다.

 일차종료점으로 중앙생존값, 병이 진행되기까지의 시간(TTP), 증상 동반 진행까지의 시간(TTSP), 질환조절률, 안전성을 평가했다.

 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소라페닙의 전반적인 효능은 "SHARP 연구"와 유사했다. 두 연구의 생존기간에 대한 혜택은 위약대조군 대비 각각 32%, 31% 높게 나타났다. B형간염 기인성 환자에서도 전반적인 효능이 유사함을 확인한 것이다.

 중앙생존값 비교시 소라페닙군은 6.5개월, 위약군은 4.2개월로 위약군 대비 32% 늘었으며, TTP는 위약군 대비 43% 연장됐다. 질환조절률 평가시 완전반응 환자는 두 군 모두 없었으나 부분반응, 안정상태가 4주 이상 지속된 경우는 소라페닙군이 35.3%로 위약군의 15.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p=0.0019). 반면 TTSP에서 두 군 사이 의미있는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SHARP 연구"와 유사했으며, 가장 흔한 부작용은 손발피부발진, 설사, 피로감으로 3~11%의 환자에서 관찰됐다. 약물부작용으로 투약 중단까지 이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아태간암연구를 근거로 소라페닙은 지난 해 3월 국내에서도 판매승인 됐다. 소라페닙은 대한간암연구회·국립암센터 간세포암종 진료가이드라인 개정안에서 Child-Pugh A, B 환자에서 간의 전이가 있거나 다른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고 진행할 경우 시행토록 권고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은 막바지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오는 27일 대한간암연구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발표된다.

■ 소라페닙은 어떤 약?

정상세포 피해 최소화 다중표적 항암제

 다양한 고형종양에 대해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소라페닙은 표적항암제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다중표적항암제이다.

 단일 표적치료제가 암세포 또는 혈관내피세포 중 하나를 차단하는 원리라고 한다면, 다중표적항암제는 정상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는 물론이거니와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내피세포까지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따라서 치료효과는 높이는 반면,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들이 정상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쳐 생겼던 탈모, 구토 등의 부작용은 줄여 상대적으로 내약성이 우수하다.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는 간세포암종의 혈관생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신생혈관 형성은 간세포암종의 성장과 진행에 중요하다. 소라페닙은 종양세포인 Raf kinase, VEGFR-2, PDGFR-ß, c-kitreceptors와 동시에 종양혈관의 serine/threonine 및 수용체 tyrosine kinase를 표적으로 한다.

Journal Brief

소라페닙군 중앙생존값 31% 높게 나타나
SHARP연구

 [NEJM 2008;359:378]= 과거 전신요법을 받은 경험이 없는 21개 국가 602명의 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에게 소라페닙 또는 위약 투약 후 일차종료점으로 전체 생존기간과 TTSP를 평가했다.

 소라페닙군의 중앙생존값은 10.7개월, 위약대조군은 7.9개월로 소라페닙군이 31% 높게 관찰됐다(p<0.001).
 TTSP는 두 군 사이 차이가 없었다.

 이차종료점인 영상의학적 진행까지의 시간은 두 군이 각각 5.5, 2.8개월이었다(p<0.001). 설사, 체중감소, 손발피부발진, 저인혈증 등의 부작용이 소라페닙군에서 보다 빈번히 관찰됐다.

 대한소화기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대한 평론은 대부분의 대상 환자들의 간기능이 비교적 잘 보존된 Child-Pugh A 환자들이었으므로 추후 Child-Pugh B 또는 C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2008;52:268).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아시아 환자 중앙생존값 서구보다 낮아
지속적 국소치료술도 최대한 치료 군과 비교 임상 진행돼야

김 윤 준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병원 내과

소라페닙 "아태간암연구" 임상 연구의 문제점


 간암에 대한 기존의 전신화학치료법 중 생존율의 증가를 가져오는 약제가 없다는 점을 고려시 소라페닙의 등장은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한다.

 "SHARP 연구"의 결과는 간암의 원인이 다른 유럽, 북미, 남미, 호주에서의 결과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만성 B형간염의 유병률이 높은 지역에서의 결과가 관심사였다. 2009년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태 지역에서의 결과가 발표되었고 여기서도 유의한 중앙생존값의 증가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예상대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진행된 간암의 중앙생존값은 북미 등 지역과 비교하여 낮은 결과를 보여 아시아 지역의 간암이 더 예후가 나쁨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생존 곡선의 유의한 차이는 역시 확인되어 아시아 지역에서의 소라페닙의 역할에 대하여 다시 고려해 볼 필요가 생겼다.

 아시아 지역은 전통적으로 많은 간암을 경험하고 북미 등에 비해 더욱 적극적인 국소치료법을 시행한다.

 특히 TACE는 이번 연구나 "SHARP"에 포함된 환자군중 많은 환자에서 실제로 시행을 했고, 시행 도중 간암이 약간 진행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생존율의 향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TACE로 치료를 받아 생존율의 향상을 보일 수 있는 환자들이 포함되었다는 점이 "아태간암연구"와 "SHARP 연구"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소라페닙이 진정한 생존율의 향상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병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TACE, 혹은 TACE와 PEI 및 RFA 등과의 병합요법으로 최대한 치료를 한 군을 대조군으로 설정해야만 할 것이다.

 소라페닙의 등장이 향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주문맥이 침범당한 경우나, 림프절이나 전신적 전이를 가진 경우 등에 대하여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수술, 이식, TACE, PEI, RFA 등의 기존 국소적 치료법과의 병합, 혹은 다른 항암요법제와 병합시의 효과에 대하여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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