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1056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노조는 고용 보장이 안될 경우 지속적으로 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분란이 일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주문 물량 취소는 물론 상당한 매출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병원계도 현재 산별교섭을 진행하고 있고, 다소 강경 노조 성향이 많아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불황기에 파업은 환자들의 불편을 넘어 뼈를 깎는 고통 이상의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병원들 구조조정 인해 갈등 깊어져
화합기반한 관계만이 살아 남을 것
"국민건강 책임" 역할 잊지 말아야



 최근 병원계에서는 인천성모병원의 "노사 단체협약 해지" 문제로 시끄럽다.

인천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대책위원회를 결성, "2005년 영양과 직원 부당해고 사태 이후 조합원들에 대해 노조 강제 탈퇴작업을 벌여 당시 240명에서 현재 40명으로 줄었고, 지난 1월에는 20여년간 지켜왔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 기획조정실장은 "노조가 병원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노령의 병원장 수녀는 물론 직원들을 폭행하며 병원 업무를 방해하는 과격행위를 일삼았고, 다수의 직원들이 노조에 염증을 느껴 탈퇴한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펼쳤다.

또한 기존 단체협약 해지 내용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아님을 분명히 했지만, 좀처럼 노사 갈등이 씻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축소 운영 방침에 따라 국공립병원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시설관리업무를 외부 용역에 맡기고, 용역회사와 임금을 동결하는 수준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공공노조 오은영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시설관리 용역업무에 대한 계약은 충분한 시설관리 인력을 확보하고,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 노사간 산별중앙교섭도 3일 7차 교섭까지 진행된 가운데, 순조롭게 이어지다가 사측에서 노무사를 대표로 인정하라는 주장과 함께 퇴장을 강행했다.

상견례 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 그동안의 교섭이 순탄하게 진행되다가 맞은 날벼락이라 해석한 보건의료노조는 "9일 8차 교섭시 사측이 성의 있는 안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전면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사측이 수용하지 못하는 노조의 요구는 경영상 어려움의 이유에서다. 불황기인 현 상황에서는 비정규직 채용 금지 등은 어려운 부분이며, 노조의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병원은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거의 불가능하고, 노조에서 고용 안정을 절대적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위기를 겪더라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실제 지난해 노사 갈등을 겪었던 A병원장은 "인력이 넘쳐나고 잉여 인력도 존재하는데 비해 사립대학법 상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형태"라며 "그러다보니 고임금 단순직 비중이 매우 높아 경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요즘 들어 경영위기 상황을 일부 수용한 노조가 고용 안정을 지키는 대신, 명예퇴직제도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앙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연세의료원 등은 최근 20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병원측은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시기이며, 병원 운영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고통 분담을 직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반발하지만 위로금 비율을 늘리면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며 절충점을 찾아나서고 있다.

그러나 불황기의 노사 갈등은 자칫 극단의 대립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불황기의 노사극복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불황기에 노사갈등이 발생하면 기업은 위기극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회복 불능에 빠질 우려가 많다"며 "특히 임금 삭감, 고용 조정 등과 같이 노조 측이 수용하기 힘든 현안들이 많아 노사 간 협력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불황기에는 평소 노사 간 신뢰가 어느 정도였는지, 또 미래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냉혹한 시험기라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불황기는 노사간 협력을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이를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김태정 수석연구원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면 서로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노사관계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면모로 전환해 위기극복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계에도 노사 화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1일 중앙대의료원 노사는 올해 노사협상을 산별교섭에서 자율교섭으로 전환하기로 결정, 보건의료노조는 물론 병원계를 놀라게 했다.

 이정남 노조 중앙대의료원지부장은 "자율교섭을 통해 노사협상이 상호 신뢰와 존중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선진병원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기로 한 것"이라며 "직원 모두를 최고로 만들어 주겠다는 하권익 의료원장을 믿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 원장 역시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노조 사무실부터 들를 정도로 노사 화합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노조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상호신뢰와 존중을 토대로 병원계의 모범이 되겠다"고 선포했다. 내부적으로 노조에 대한 비난이나 원장에 대한 불만없이 잘해보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노사협력 선언문을 발표한 연세의료원 노사는 지난 2일 "고객에게 사랑받는 병원", "고객에게 신뢰받는 병원", "고객 감동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병원" 등의 내용을 담은 "고객감동을 위한 사랑·섬김 선포식"을 가졌다. 또한 환자와 고객 섬김의 마음의 표현으로 "혈액 나눔 캠페인"을 함께 진행, 박창일 의료원장, 조민근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100명의 직원들이 즉석에서 혈액기증 서약서를 제출하는 등 노사공동의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도 무분규 타결을 이뤄냄으로써, 개원 이래 6년 연속 무분규 협상 타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진엽 원장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세계경제의 공황과 열악한 의료환경,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사화합과 상생의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상호 신뢰와 믿음을 통한 노사문화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가 노사관계에 대해 "대립적"이라고 응답했으나 노사 타협에 대해서는 73.6%가 "바람직하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화합에 기반한 노사관계를 원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 노사 문화도 분명 달라져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노사간 신뢰와 협력은 슬기로운 경영위기 극복 방안이 될 수 있으며, 향후 병원 경쟁력 강화에도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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