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도 수직상승에 연구는 걸음마 수준
임상현장 항생제 사용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사용약물 한정…내성 범위는 확대

 ESBL 생성균을 비롯 내성균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한정된 상황인 것에 비해 그람음성균 내성의 범위는 계속해서 늘어간다.

ESBL 유전자는 균간 매개체인 플라스미드나 세균의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인테그론(integron)을 통해 넓은 범위로 전달돼 페니실린(penicillin), 세팔로스포린을 비롯해 다약제에 내성인 경우가 많다. 다약제 내성인 경우 적합한 항생제를 찾기 힘들어 치료시기가 늦어지고 치료 실패율도 증가하게 된다.

 한양의대 내과 배현주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ESBL 생성균 치료에 대한 무작위 시험 자료가 없고 약제의 임상자료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간의 임상 및 미생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ESBL에 사용 가능한 항생제를 제시했다.

 배 교수는 ESBL 생성균 치료에 우선 카바페넴 계열 약물들을 권장했다. 배 교수는 일부 연구에서 세팔로스포린이 카바페넴에 비해 치료실패율이 높았다며 강 교수가 발표한 세팔로스포린이 ESBL 생성균에서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의견과 방향을 같이했다.

 또한 4세대 세팔로스포린인 세페핌도 일반적으로 ESBL 생성균에 불안정적이고, 지역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CTX-M형 효소는 약물을 쉽게 분해해 치료성공률이 낮다고 말했다.

 세파마이신(cephamycin) 계열 항생제인 플로목세프(flomoxef)의 경우 카바페넴과 비슷한 안정적인 치료효과와 90% 이상의 ESBL 생성균에 감수성을 보이지만 쉽게 내성을 일으켜 안전성에 대해서는 자료가 부족한 형편이다.

게다가 PABL 생성 폐렴간균의 경우 세파마이신에 내성이 있고 ESBL 생성 효소를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교적 새로 개발된 타이게사이클린(tygecycline)은 녹농균을 제외한 대장균, 폐렴간균, 엔테로백터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이균에는 효과가 있는 약물로, 대장균과 폐렴간균에 감수성이 높았고 내성도 4% 밖에 안돼 ESBL 생성균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다른 약물들이 불안정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반면 카바페넴 계열 약물들은 지속적으로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과다 사용에 의한 내성균 발현을 고려한다면 임상적 유용성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배 교수는 강조한다.

 무조건 카바페넴을 쓰지말고 항생제 감수성 결과에 따라 치료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내성은 아직도 진행중

 하지만 카바페넴 계열 약물도 완전한 안전지대는 아니다. 우준희 교수는 내성그람음성간균의 치료에 4세대 세팔로스포린과 카바페넴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지만 내성을 보이는 그람음성균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DC도 카바페넴 계열 약물들에 내성을 보이는 그람음성간균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CDC는 카바페넴 계열인 이미페넴(imipenem)과 메로페넴(meropenem)에 내성을 보이는 그람음성균으로 녹농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이균, 엔테로박터균, 폐렴간균 등을 비롯 버크홀데리아 세파시아(burkholderia cepacia), 프로테우스 종(proteus species), 세라티아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 스테노트로포모나스 말토필리아(stenotrophomonas maltophilia) 등을 제시하고 있다.


 타이게사이클린은 녹농균 외에 효과
 내성 4%…ESBL 생성균 치료 사용 가능



 이 중 녹농균과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이균은 대표적인 카바페넴 내성 그람음성간균으로 꼽힌다. 녹농균과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이균 모두 병원감염의 주요 원인으로 인공호흡기관련 폐렴, 카테터관련 혈류감염, 피부연조직감염, 요로감염 등을 일으키고, 녹농균은 국내에서 MRSA 다음의 원내감염균이다.

 두 균 모두 기본적으로 내성이 높고 최근에는 사용가능한 모든 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팬드러그-내성(pandrug-resistant)을 보이고 있다. 현재 오래된 약물인 폴리마이신(polymyxin)과 최근 개발된 타이게사이클린, 도리페넴(doripenem)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제한적인 범위 뿐이고 효과의 안정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실정에서 세계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항생제 적절한 사용이 대응 전략

 약물에 내성을 가지는 기본적인 원인은 세균의 유전적 구조에서 찾을 수 있지만 임상현장에서 항생제의 부적절한 사용 역시 여기에 한 몫하고 있다. ESBL의 위험 인자 중 하나가 약물의 이전 사용력이라는 점은 이를 반영해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항생제 독성과 내성 발생률를 최소화시키는 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차원에서 여러 차례 강조해 개선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지역사회는 물론 수술실에서 아직도 예방조치 명목으로 항생제가 남용되고 있다.

 수술 시 항생제 사용은 수술 종류에 따라 선별적으로 사용되야 하며 적절한 항생제의 선택, 사용시점 및 기간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미흡한 수술장의 환경에서 가이드라인이나 적극적인 대책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수술 절개 한 시간 이내에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하고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예방적 항생제 투여를 중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고, 반코마이신의 경우 투여시간이 길기 때문에 절개 전 2시간 이내에 투여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항생제 처방빈도는 2003년 입원진료 49.4%, 외래진료 31.9%의 항생제 처방률이 2004년에는 입원 61.4%, 29.8%로 증가했다.

이로인해 MRSA의 경우 내성률은 70~80%로 상승했고 주 치료제인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보이는 VRSA가 나타났다. 그람음성간균도 높은 순응도를 보인 시프로플록사신의 사용빈도 만큼 내성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국가항생제내성안전관리사업 연구보고서, 식품의약품안전청, 2007).

인력·시스템 예산 부족

 이런 상황이지만 국내에서 그람양성음성균에 대한 연구는 그리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표준화된 내성 균주가 없고 균주 획득도 어려워 산발적이고 단편적인 연구들에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200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국가항균제내성안전관리사업의 일환으로 2006년 항균제내성 균주은행을 구축, 항균제 내성 연구를 활성화시키고 효율화를 기해 국내 항균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균주은행은 2006년에는 임상에서 1909주, 비임상에서 3940주를 데이터 베이스화했고 2007년 임상에서 1435주, 비임상에서 4421주를 추가했다.

 하지만 우준희 교수는 이를 실질적으로 병원 내 감염관리시스템에 적용하기에는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병원에서 원내감염을 담당하는 인력과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 여기에 신종인플루엔자 A의 여파로 TFT 운영을 비롯 원내감염 대책들은 관심부족으로 인해 구체적인 로드맵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또한 중소병원이 병원감염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은 이 문제가 지역보건에 대한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3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에서는 항생제 내성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구축돼 있지만 중소병원에서는 경영진이나 실무자 모두 감염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은 물론 이를 위한 동기부여도 거의 없었다.

한편 대형병원에서도 기본적인 인프라는 구축돼 있었지만 인력의 수나 전문성은 낮았다(중·소형 병원에 대한 병원 감염관리 및 항균제 사용 현황조사와 체계적인 관리 방안 연구,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건강증진사업지원단, 2008).

신종플루와 함께 다뤄야

 신종플루가 팬데믹(pandemic)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백신에 대한 관심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사전에 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플루 감염자나 환자들이 갈 곳이 병원이라는 자명한 사실 앞에 적절한 병원환경 유지를 위한 노력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사전 대비의 중요성을 언급한다면 병원감염의 문제는 신종플루와 함께 다뤄져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또한 현재 MRSA나 VRE 등 그람양성구균에 대한 치료제는 개발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관리가 어려운 그람음성간균은 새로운 대처법도 없이 지속적으로 내성을 얻어가며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제약사들도 항균제 자체에 대한 이윤이 떨어져 개발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의료시설의 감염예방을 위해 무조건적인 투자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예방전략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통해 적절한 절차들로 구성돼야 하겠지만 우선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항생제 사용을 포함한 통일된 원내감염예방 가이드라인부터 마련·배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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