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억제제·이뇨제 혈압조절 효능 비교
NEJM·JAMA 정반대 연구 결과 발표

최근 새로운 고혈압 치료제가 이뇨제보다 고혈압을 조절하는데 더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New England J. of Medicine 2003;348:583~592).
호주 학자들이 수행한 이번 연구의 결과는 불과 두 달 전에 미국의 과학자들이 발표한 또 다른 연구 사례의 결과와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고혈압 치료제와 관련된 논쟁을 가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결과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ACE inhibitor)가 심장마비의 발생과 이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는데 있어서 이뇨제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뇨제를 사용하는 경우에 비해 ACE 억제제를 복용할 경우 심장마비나 이로 인한 사망 위험이 무려 17%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이같은 결과는 모두 총 6,083명의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4년에 걸쳐 약물의 효능을 추적, 평가하는 방식의 연구로 얻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연구 내용이 미국 의학회지인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JAMA) 지난해 12월 18자를 통해 발표된 ALLHAT 연구사례 결과와 정반대라는 것이다(JAMA 2002;288:2981~2997).

당시 연구에서는 약 4만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친 추적 조사를 시도했다.

이 연구의 요지는 이뇨제가 다른 고혈압 치료제에 비해 고혈압을 조절하는데 같거나 오히려 더 좋은 효능을 보이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하면 고혈압 환자들에게 이뇨제를 1차 치료제로 처방한 후 상태에 따라 2차적으로 ACE 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삼을 경우에는 사정이 반대로 변한다.
이뇨제는 과량의 수분을 체외로 배출시킴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효능을 나타낸다. 이뇨제 투여 후 환자가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되면서 과량의 수분이 몸밖으로 제거된다.

이에 반해서 ACE 억제제는 혈관이 수축하도록 유도하는 물질을 차단하는 약리기전을 갖고 있어 혈관수축이 차단되면 혈액이 이동하는 혈관의 표면적이 넓은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혈압을 낮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의학저널의 임상 연구 발표가 상반된 내용의 결과를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연구 수행 조건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NEJM에 실린 호주 연구에서는 참여자의 95%가 백인인데 반해서 JAMA에 게재된 임상 연구에서는 흑인들이 35%를 차지했다. 또한 호주 연구에서는 흡연자들이나 당뇨병 환자들이 더 적었고 임상 연구에 사용한 이뇨제와 ACE 억제제 제품도 서로 달랐다.

이 두 연구의 공통점은 임상에 남성과 여성 모두가 참여했다는 정도이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나 구성이 다르더라도 결과에 담긴 내용이 너무 반대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내용 모두가 진실이라고 보기는 불가능하고 그만큼 이뇨제와 ACE 억제제의 고혈압 조절 효능에 대한 논란은 가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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