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인력 부족·3분 진료로는 환자 발견 못해

 충주에 사는 15세의 문모양.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야 했고 손도 제대로 쥐지 못하는 질병을 앓던 그는 3년 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아주대병원 유전질환센터(센터장 김현주)를 찾았다.

 부모는 모두 말을 듣지 못하는 장애가 있었고 오빠는 같은 질병으로 10대때 사망한 가족력이 있었는데 여러 검사 결과 희귀난치병인 "헐러(Hurler)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경증의 정신질환이 동반하는 열성 유전질환으로 늦게 진단할 경우 정상적인 성장이 안되는 것은 물론 심장과 골격에 나쁜 영향을 주어 10~20대에 주로 사망한다.

그러나 조기진단 할 경우 효소치료제를 통해 완치는 어렵더라도 건강은 한결 좋아지며, 성장도 하게 된다. 국내에는 20여 명 정도로 극히 드문 질환이다.

치료비로는 비싼 약제비탓에 1년에 약 1~2억원이 들어간다. 문양의 경우 부모 모두 장애 가족으로 100% 국가지원을 받고 있다.

 3년간 꾸준히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문양은 올해는 더욱 밝아진 모습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가정의 달을 보내고 있다. 최근 학교에서 가진 연극공연에서는 가장 많은 대사를 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는 등 맑고 푸른 5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희귀난치성질환자들에게 이러한 성공적인 케이스는 흔치 않다. 대부분은 진단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50만명 환자 중 등록 2만4000명

 현재 의료계는 희귀난치성환자가 약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비 혜택을 받는 등록환자는 지난해말 현재 111종 2만4000여명 뿐. 정부는 지난 2001년 만성신부전증, 혈우병, 근육병, 고셔병 등 4개 질환에 대해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지정, 의료비 지원을 시작한 이래 이처럼 확대 됐으나 80% 이상은 등록을 못하고 있다.

 등록률이 낮은 이유는 "진단"이 되지 않아서다. 의료계에 따르면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지 않거나 찾는다해도 현재의 3분 진료로는 환자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유병률이 높지 않은 이유 등으로 우수한 전문인력이 꺼리는 분야며, 제약회사들도 같은 이유로 신약개발 등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결국 정확한 통계가 없고 이에 따라 정책 마련이나 지원이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김현주 한국희귀질환연맹대표(아주대병원 유전질환전문센터장)는 "의사가 처음 환자를 접했을때 가족력 등을 비롯 많은 진료행위가 이뤄진 후 희귀난치병이 의심되면 큰 병원으로 전원해야 하고, 대학병원에서도 충분한 진료시간과 검사가 이뤄져야 확진할 수 있다"며, 30분 이상 충분한 진료가 불가능한 현재의 의료체계를 지적했다.

 특히 장애판정 시기를 "장애의 원인질환 등에 관해 충분히 치료하여 장애가 고착됐을 때 등록"하도록 하고, "기능 향상이 진행되는 경우 판정을 미루도록 한" 기준도 등록이 더딘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구수경 연구관은 "대부분 희귀질환이고 일부 난치성질환인데 "신청"을 하게 되면 재산 등을 살펴보고 최종 판단하게 된다"며, 진료시부터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의사의 코드 신청만을 대상으로 모든 환자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그는 크론씨병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확진을 다시 요청했더니 500명으로 줄었다며, 정확한 진단과 등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희귀난치성환자로 등록되면 "신청"한 날로부터 소급적용 한다. 복지부는 현재 지원하고 있는 111종 약 400~500개 질환에서 더 확대, 800개 질환 13만명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 판독은 현재 병리학과 진단검사의학을 전공한 전문의와 대한의학유전학회에서 인증한 전문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학회에서 인증한 전문의는 8명. 결국 이 분야의 임상이 가능한 전문의는 20~30명에 불과, 희귀난치성질환자로 등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김현주 센터장은 "이 분야는 경제적 이익이 없고 평생 연구에 매달려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의사들의 발길이 멀어지고 있다"며, 이 분야가 있는 의료기관을 공중보건의사 배치 대상기관에 포함시켜 전문인력으로 활용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제도적 지원 움직임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어려움이 계속되자 국회에서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제정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은 동료의원 21명과 함께 "희귀질환관리 및 희귀질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희귀난치성질환의 예방긿진료긿연구 및 지원을 정책화하기 위한 것으로 복지부가 5년 마다 희귀질환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이에 따른 사업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또 3년마다 실태·역학조사를 실시하고, 희귀질환의 효율적 연구와 치료를 위한 사업, 희귀질환 치료 비용을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희귀난치병 치료제 수입시 수입관세와 부가세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두 의원은 "희귀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어렵고 치료제가 비싸 환자와 그 가족들이 엄청난 사회긿경제적 고통을 받는다"며, 법률적 근거 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4년 전 영화에 데뷔한 이래 인기 뮤지컬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강민휘씨는 다운증후군 환자다.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뒤따른다면 제2, 제3의 강민휘씨가 푸른 5월을 기쁘게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