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립과학원 산하 의학원 보고서

"소수민족에 대한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적 차이는 엄연한 현실이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문제는 차이가 존재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다."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 산하 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은 최근 미국 내 인종 간 의료서비스의 차별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표,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불평등한 치료: 의료서비스의 인종, 민족적 차이에 대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미국내 소수민족(인종)들이 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고있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환자의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뿐만이 아니라 의사들의 인종적 편견도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있어 "차이"라기 보다는 "차별"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 내 다양한 인종별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종합검토한 결과, 많은 소수인종들이 혈관우회술이나 신장투석, 이식 등 고급의술의 혜택을 백인들에 비해 적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인용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美 뉴욕주의 주요 의료기관에서는 흑인 환자의 혈관형성술이나 우회술 치료율이 백인에 비해 37% 정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이들 흑인 환자의 90%가 아예 수술을 받지 못했으며 이는 의사들이 수술을 권고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질환별로 부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오히려 높아 흑인들이 당뇨병으로 인해 하지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백인들에 비해 3.6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美 Washington Hospital Center의 심혈관 전문의 Cameron Akbari 박사는 "소수인종에 대한 당뇨성 심혈관질환 치료가 장기간 소홀히 다뤄져 이들 중 많은 환자들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위험에 처해 있거나 이미 절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의료서비스의 인종간 질적 차이는 소수민족계 의사의 부족, 언어문제로 인한 환자와 의사 간의 커뮤니케이션 장애, 의료기관의 지역적 특성, 생활수준에 따른 저가 의료보험 등 사회ㆍ경제적인 측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진단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수인종에 대한 의사들의 편견에 대한 지적이다.

의학원 측은 이에 대해 "백인과 같은 고가의 의료보험 서비스를 받는 소수인종의 경우에도 질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사들의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이 이를 조장한다는 많은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이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통해 경험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인종, 민족적 차별이 보건의료에도 영향을 미치고있으며 전반적인 보건체계, 의료공급자, 환자, 의료보험관리자 모두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의학원의 주장이다.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미국시민들 중 인종에 대해 뚜렷한 편견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소수인종들에게 무의식 중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보고서는 교육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와 미래의 의료공급자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회를제공하고 자신의 의료결정이 주관적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받는 피해는 국가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환자들이 최상의 진료를 받고 의사의 진료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는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해 의료서비스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 줄 것과 관련 기관들이 이 분야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와 대책방안 제시를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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