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명확한 정책·대책 마련 시급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6개월이 지난 4월 13일 보건복지가족부는 "2008년 치매노인 유병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노인인구의 치매 유병률도 24%로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사회의 고령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해 20년 안에 100만 치매노인 시대에 돌입한다는 내용으로 치매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국내 치매 유병 인구가 조기발견과 체계적인 치료과정의 수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작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는 치매종합관리대책 중 치매조기검진사업 확대, 바우처 제도 도입, 치매 전문교육 등 일부를 앞당겨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치매 유병률과 치매 환자 및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 기존 시스템의 고질적인 인력난 문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가적으로 치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지금 국내 치매유병률과 의학계의 역할 및 방향을 알아본다.


빠른 고령화로 치매 지속적 늘어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맹제 교수팀은 "2008년 치매노인 유병률" 연구를 통해 세계의 고령화 속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세계적 현상으로 2030년에는 약 10억 명, 2050년에는 15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고령화와 함께 치매환자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매해 세계적으로 460만명의 새로운 치매 환자가 발생해 2008년에는 약 3810만명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포함된다. 2019년에는 노인인구가 14.4%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전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19년으로 일본의 24년, 미국 71년에 비하면 유래없이 빨라 치매환자의 수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치매 유병률 예상통계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08년 65세 이상 인구는 520만여명으로 2005년보다 84만명 가량 늘었다. 치매 유병률도 42만1378명으로 2005년 대비 10만여명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2010년 약 47만 명, 2030년 약 114만 명, 2050년에는 213만명으로 20년 마다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늙으면 오는 현상" 인식 바꿔야

 치매의 조기검진과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증가추세 때문만은 아니다. 치매라는 질병이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치매환자 증가에서 보이는 심각성에 비해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치매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 없이 보호 또는 방치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치매를 "늙으면 당연히 찾아오는 노화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치매 전환율이 높은 경도인지장애가 24%, 기억상실성 다중영역 경도인지장애가 43%의 유병률을 보여 잠재적인 치매환자수가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는 춘계학술대회에서 경도인지장애를 치매의 극초기 과정 또는 치매의 고위험군으로 인식하고 비중 높게 다룬 바 있다.

 학회에서는 치매 예방이나 치매로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차원에서 경도인지장애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약물 혹은 비약물치료를 통해 부분적 기억장애, 도구적 일상생활기능(IADL)의 부분적 제한, 감정·행동의 급격한 변화 등의 증상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복지부·시·군 별 조기검진 사업 구축

 치매환자들의 조기검진과 관리를 위해 복지부는 작년 9월 치매종합관리대책을 발표해 시행하고 있다. 복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치매관리사업은 보건소의 치매조기검진사업, 국가치매등록관리 DB 구축, 치매관리 인프라 구축, 치매관련 연구개발 투자확대, 치매가족을 위한 정서적 지지프로그램 보급 등이 있다.

 현재 시 단위의 광역과 구 단위의 자치구 별로 시행해 지역별 특징을 살림과 동시에 통합적인 관리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구축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구보건소에 치매상담센터를 설치, 근처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과 협력병원을 맺어 치매환자의 원인확인과 치료를 위해 협력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선별검사는 의사가 한국판 간이정신상태 검사(MMSE-K)를 통해 선별검사를 우선 시행하고 이후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정밀검진을 실시해 치매환자에 대한 세부 사항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검사결과에 따라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 후 협력병원으로의 이송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10년까지 서울 25개 모든 구 보건소에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현재도 시스템 운용에 필요한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많은 수의 환자들을 소화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복지부는 이런 현실과 연구결과를 반영, 70·74세 일반건강검진에 치매선별검사를 포함시키고, 치매조기검진사업을 실시하는 보건소도 118개에서 올해까지 192개로 확대해 내년에는 전국 모든 보건소에서 조기검진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여기에 필요한 인력보충을 위해 치매 전문교육도 운영하고, 저소득 치매노인에게 치료비와 관리비용을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도 내년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일반·의료단체간 교류 활발

 하지만 현재 운영 혹은 계획되고 있는 치매종합관리사업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제도들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평가 도구나 기준 등이 실용적으로 개선되야 한다는 점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의료계도 치매가 불치병에서 예방·관리가 가능한 질병까지 도달했지만 자체적인 역량만으로 이를 사회 전체에 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사회적인 홍보가 필요하고 정책에는 의학적인 자문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치매관리사업의 진행과 질적 향상을 위해서 대한치매협회, 대한치매학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등 일반 및 의료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연구를 청탁하는 등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복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국가치매등록관리 데이터 베이스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 이 데이터 베이스는 대한치매학회와 대한노인정신의학회가 공동으로 구축, 완성단계에 와있고, 치매관리도구 표준화 사업도 진행 중에 있다.

"노인" 앞세운 학회 너무 많아

 일부에서는 자문역할을 할 노인성질환의 전문가 그룹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현재 노인성 질환 관련 학회들은 적게는 8개, 세부학회까지 포함하면 12개로 추정되고 있다. "노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학회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인성 질환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세부 학회들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난립"과 "전문화" 사이에서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 하지만 총체적인 관리와 의견교류를 위해 "통합" 혹은 "연합"이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29일 노인관련 학회에 이름을 더한 대한노인신경의학회는 다양한 시각과 분야에 따라 각각 활동하고 있는 학회들이 "노인"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연결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도 표현해 통합 및 연합의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학회의 통합이나 연합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학회가 가지고 있는 세부분과나 활동의 성격들이 다르기 때문. 이에 대한치매학회는 사전에 교류의 통로를 만들었다.

 대한치매학회의 경우 대한노인신경의학회의 활동 범위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대한치매학회가 신경과 전문의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신경심리, 노인간호, 사회복지 등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느 한 쪽으로 통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치매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준비위원회에 임원을 파견해 사전에 의견 교류 및 활동을 조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현재 파견된 임원들은 대산신경정신의학회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통 분야에서 창립된 새로운 학회를 인정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는 치매의 종류가 다양하고 범위가 넓은 만큼 학회가 생기는 것에 이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특히 치매의 경우 국가적인 사업인만큼 학회 간의 성격 차이를 인정하고 뜻을 모으는게 효율적이고 의학계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복지부와 대한치매협회, 대한치매학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등의 단체들은 5월 초 국가치매관리 사업단을 창립한다는 계획이다. 이제까지 비정기적으로 사안 위주로 논의를 가져오던 것을 공식적인 절차로 안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노인문제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노인의학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리게 됐다. 하나된 목소리가 올바른 정책 구축에 기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