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재료비 상승 진료비 증가 불러

비용증가 대비 효율성 따져봐야
고가장비 도입 후 속앓는 병원도


















1.수술용 로봇 다빈치의 본체와 로봇 팔.
2.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다빈치 로봇<위>을 이용해 로봇 원격 조정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제품화된 단일경로 복강경 전용 수술도구가 도입된다면 이에 대한 비용의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에서 이 수술방법이 과연 유용성이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용 증가폭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단일경로 복강경의 경제적 측면의 장점은 기존의 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도구는 일체형 포트나 길이가 긴 투관침 정도로 비용이 높지 않으며 또 어느 정도의 비용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기구의 발전으로 수술 시간이 줄어든다면 더 많은 수술이 가능하게 돼 결과적으로는 경영 측면에서도 이익이 된다는 것.

 그러나 최근 가파른 치료재료비의 상승세가 진료비 증가의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적정한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향후 단일경로 복강경 수술의 확산을 위한 적정한 비용산정에 대한 학계와 정부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단, 치료재료비 산정 인색해질 것

 최근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요양기관의 진료실적을 토대로 진료비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치료재료 비용은 연평균 16.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된 치료재료의 비용은 2005년 8354억원에서 2006년에는 1조2180억만원으로 45.8%가 증가했다. 치료재료비용이 건강보험 총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4년 3.6%, 2005년 3.3%, 2006년 4.2%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관련 최근 건보공단이 마련한 토론회에서 정형근 이사장은 "향후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치료재료의 고급화, 인구고령화로 인한 치료재료의 사용증가 등으로 치료재료가 진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했다.

 치료재료비 급증현상의 원인이 의료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치료재료의 도입이 늘고, 고가 치료재료 선호 증가 등에 있다는 해석으로 공단은 치료재료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치료재료 가격결정과 유통구조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로봇수술, 복강경보다 6배 비싸

 최소침습수술에 혁혁한 공을 세운 또다른 주인공은 단연 로봇수술이다. 2006년 "신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기준"을 통과한 수술로봇 다빈치는 현재 비급여로 시행되고 있으며 환자가 부담하는 수술비용은 1000만원 안팎이다.

 초기 26억원 선에서 국내에 도입된 다빈치는 환율 상승 등으로 최근 35억원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2005년 세브란스병원에서 다빈치를 처음 도입한 이후 로봇수술이 언론의 주목을 받자 많은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다빈치를 도입,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다빈치는 21대에 이른다. 아시아 전역에 30대가 보급된 점을 보면 우리나라의 보유대수는 가히 독보적이다.

 모 대학병원장은 "마치 다빈치가 없으면 첨단병원이 아닌 것처럼 비춰지는 분위기라 서둘러 도입했다"며 "철저한 준비없이 경쟁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도입한 병원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커녕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서 5번째 안으로 다빈치를 도입한 모 대학병원은 도입 2년이 지나도록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자 다빈치를 중고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상태다. 다빈치 보급이 수요를 넘어서 현 시점에서 도입해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병원계의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대한내시경복강경학회 최윤백 회장은 "복강경 수술에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평균 200만원인데 반해 로봇수술은 1200만원이다.

로봇수술이 복강경수술에 비해 6배 높은 비용부담이 있는 것인데 과연 6배만큼 효율적인가는 의문이다"라며 "로봇수술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외과 영역 수술의 경우 쉬운 방법이 있는데 굳이 로봇을 이용해 어렵고 비싸게 하는 것에는 반대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빈치는 투관침의 역할을 하는 로봇팔도 10회 사용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도록 돼있어 초기비용 뿐 아니라 유지비용도 많이 든다"며 "로봇 수술이 소화기 영역의 거의 모든 수술에서 가능하고 안전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기존의 복강경 수술에 비해 높은 비용과 수술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은 공통된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초기 단계의 로봇수술이 갖는 외과적 수술에서의 의미를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현재 전립선암 수술에서 입증되는 것과 같은 로봇 수술의 장점이 외과영역에서 확인된다면 더욱 많은 부분의 복강경 수술이 로봇수술로 대체될 것임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고에서 보여지듯이 현재의 로봇수술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점인 오랜 수술 시간과 이에 따른 비용 발생, 고가의 수술 기구를 이용해야 하는 점은 분명히 해결돼야 할 문제다.

다빈치 재평가 없이 계속 비급여

 이우정 교수에 따르면 다빈치를 이용한 로봇수술은 2006년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이후 2~3년마다 받는 재평가 없이 계속 비급여로 시행하도록 통보를 받았다. 워낙 고가의 수술이다보니 보험으로 흡수하는 것이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수술비가 1000만원이 넘는 지금도 복강경 수술이 더 적합한 담낭절제술에 로봇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있어 돌려보내기 일쑤다. 언론의 과장된 홍보가 환자에게 정말 이익이 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 꼴"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로봇수술을 급여로 전환하면 굳이 로봇수술을 할 필요가 없는 환자들도 로봇수술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로봇수술의 종주국인 미국에는 현재 740대의 다빈치가 보급됐다. 연간 평균 수술 건수는 로봇 한대당 60여건이 안된다. 이중 절반 이상은 전립선암 등 비뇨기과 수술이다. 미국에 비해 인구수가 7분의 1인 우리나라에는 현재 21대가 보급됐으며 연간 평균 수술건수는 대당 100건이다.

 이 교수는 "현재 로봇을 도입해 적자를 보는 병원도 적지 않지만 미국의 상황과 향후 우리나라 국민소득 상승을 고려한다면 로봇수술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며 "단 다양한 수술방법 중 환자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법의 하나로 로봇수술을 선택하는 것이지 로봇수술이 만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흉수술 노츠, 임상 적용 일러

 무흉터를 지향하는 경향의 극치는 노츠(NOTES, 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s Surgery)일 것이다. 외과 전문의들은 현재의 기술력에서 노츠가 최소침습수술의 마지막 단계라고 보고 있다. 노츠는 구강이나 질, 항문 등 자연개구부를 통해 내시경을 통해 수술을 하는 방법으로 복부에 전혀 상처가 나지 않는 수술방법임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험적인 수술방법으로 주로 동물수술 위주로 수술술기와 기구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중으로 아직 사람에게 적용하기에는 불안한 수술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전호경 교수는 "스코프의 안정성, 봉합의 문제, 감염율이 높아지면 안된다는 등 몇가지의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상용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최소침습수술의 목적인 무흉터, 통증의 최소화에 가장 부합되는 수술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위의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아 자연개구부를 통한 내시경 삽입 외에도 복강경을 추가로 이용하는 등 완벽한 형태의 노츠는 찾기 어렵다. 또 무흉수술을 위해 정상적인 장기를 천공해야 한다는 점은 노츠의 한계다.

 서울의대 한호성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외과)에 따르면 최소침습수술이 적합한 수술은 두 가지의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수술에 의한 상처, 스트레스를 총칭해 injury라고 한다면 수술에는 외부에 가해지는 procedure injury와 내부 장기에 가해지는 access injury가 있다.

 한 교수는 "최소침습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려면 외부의 인저리와 내부 인저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이유로 가장 보편화된 복강경 수술이 담낭절제술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강경수술이 진화되고 로봇수술에서 노츠까지 등장하는 등 외과 수술은 더 적고 작은 상처를 추구하는, 궁극적으로는 상처가 없는 수술방법을 지향하고 있다.

곧 외과에서 "Big incision, Great surgeon"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상처없는 수술을 할수록 훌륭한 의사라는 "No scar, Great surgeon"라는 말이 나타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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