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간판분야 "+α" 찾아야
경쟁 국가·병원과 차별화된 기획 필요

 지난 1일 외국인 환자 유치가 합법화된 가운데, 그야말로 너도나도 의료관광상품 개발 "붐"이 일고 있다. 관광에 대해서는 무지하더라도, 건강검진상품 하나라도 다른 병원에 비해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구상해볼 수는 없을까. 여러 병원들의 다양한 상품을 토대로 우리 병원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볼 수 있다.

  현재 각 병원들이 앞 다퉈 출시, 홍보하고 있는 의료관광상품은 크게 건강검진상품과 미용성형상품으로 나뉜다.

 건강검진상품은 기본 건강검진 비용을 병원 자체적으로 책정해 두거나, 관광업체와 협약을 통해 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국내 병원들은 미주 지역에 집중적으로 출시한 가운데, 고려대의료원 기본검진상품의 경우 남 480달러, 여 500달러, PET-CT검진 970달러를 책정하고 있다.

 동서신의학병원은 양한방종합검진 상품을 통해 기본검사에 사상체질진단, 맥진검사 등의 한방검진을 합쳐 남 450달러, 여 550달러를 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항공권과 건강검진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으며, 필수정밀검사 610달러, 10대 암검진 1400달러, VIP 정밀 2900달러 등으로 정해놓고 있다.

 지방에서는 건강검진에 자연경관을 이용한 관광상품을 내놓고 있다. 안동병원 굿모닝 헬스투어는 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 낙동강 레프팅, 골프 및 레저가 하나의 상품으로 연결된 의료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관광자원이 가장 풍부한 제주도는 도 차원으로 건강제주 관광프로그램을 여행상품으로 만들었으며, 서귀포에 휴양형 주거단지를 조성한 이후 휴양형 의료시설도 유치해 의료관광도시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미용성형상품의 경우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개원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기존에 인기 있었던 한류, 미용, 쇼핑 등의 관광상품을 의료에 접목시키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다.

 서울시 맹정주 강남구청장과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박인출 회장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예치과 등 강남구 6개 의료기관·쇼핑 명소·먹을거리·압구정 문화 등을 패키지로 묶은 상품을 선보였다.

치료는 물론 선정릉·봉은사·코엑스·압구정 로데오거리·은마재래시장·청담동갤러리·김치박물관 등을 다양하게 포함, 강남도 보여줄 관광자원이 많다고 강남구청 측은 자신했다.

 부산에서는 일본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토대로 서면에 위치한 뷰티스피부과 등 4개 의료기관이 오사카에서 부산을 오가는 동안 크루즈에서 하룻밤을 묵고, 여행객이 원하는 곳에서 시술을 받도록 3박 4일 크루즈 여행상품을 기획했다.

또한 지난달 한국관광공사는 일본 2대 대형 여행사인 KNT와 공동으로 기존에 일본인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던 마사지 및 스파 위주의 미용(에스테) 상품을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의 메디컬 스킨케어 상품을 접목시켜 "메디컬 에스테"로 업그레이드, 출시했다.

 중국의 경우 중증 시술 의료상품 판매와 홍보를 법으로 금하고 있는 점도 잘 알아야 할 부분. 따라서 주로 관광에 주력한 미용성형상품 위주의 상품이 홍보되고 있다.

관광공사는 4박 5일간 청와대, 경복궁 등 서울 명소들을 방문하는 것을 비롯해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인 제주도 관광, 메디컬 스킨케어를 묶은 상품을 기획했다.

순천향 부천병원은 우선적으로 미용성형 상품을 출시,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학병원과의 합작 국제진료센터를 건립한 뒤 중증 환자 유치를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관광과 의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상품을 접목해 볼 수 있다.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지하에 위치한 인터케어 건강검진센터는 호텔과 연계된 편리한 검진이 가능하면서도 다른 대형병원보다 10~15%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미국 설명회를 통해 카지노를 연계한 상품을 소개하면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역시 숙박과 휴식이 가능한 검진 시설을 노리고, 최근 노보텔이 입주해 있는 대구 시티센터에 입점했다.

 외식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의료관광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 생겨났다. 가르텐비어 강남역점은 의료관광 에이전시인 아이라이크코리아와의 협약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홈페이지에 있는 쿠폰을 출력하면 할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건강검진+지역투어" 상품 인기
지자체장 직접 나서 "치료+관광" 기획도
외국인 환자 지역 따른 문화적 고려 필수


 이밖에 다양한 관광자원과 연계한 상품을 기획해 볼 수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유지윤 책임연구원은 "녹색성장을 위한 한국형 의료관광 모델 구축방향" 세미나에서 "의료서비스와 관광산업이 상호 활발하게 연계, 융합될 수 있는 한국형 의료관광 발전모델의 창출이 필요하다"며 "병원 중심의 해외환자 유치 뿐만 아니라, 보양온천 개발 등 지역의 관광자원과 연계한 건강관리 중심의 웰니스관광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환자 지역에 따른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것도 필수. 극동러시아 에이전시 Korpus의 파볼로비치 대표는 "환자 중심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예컨대, 러시아환자를 수용할 경우 매운 한국 음식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서구식 식단으로 배려해야 하며, 한식보다 2배 이상 비싸다는 가격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에 그치면 상품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현지 언론은 물론, 에이전시, 여행사, 보험사에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성형외과 이상준 대표원장은 "출시한 의료관광 패키지 상품은 현지 초대형 여행사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인기를 모을 수 있는 것"으로 전제하며 "현지 언론은 물론 의료관광 전문 업체 등과의 제휴 관계 구축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광공사 정진수 전략상품팀장도 "희망 의료기관과 함께 의료관광 박람회 참가는 물론 시카고, LA, 마이애미 채널에 TV 광고를 방영할 것"이라며 "박람회 프로모션사가 보유한 6만여명의 고객에 한국 의료 관광을 소개하는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부 고객 만족도 중요하다. 의료마케팅 컨설팅업체 메디투스 오승훈 대표는 "국내 환자가 대기실에서 느끼는 1시간이 외국인 환자에게는 10시간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국내 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소 김오숙 파트장도 "외국어 홈페이지 보완 및 제작 병원 소개 자료 등 기초적인 것부터 기존 제휴기관과 유대 강화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며 "무엇보다 직원들이 서로 비전을 공유하고, 외국인 환자 유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업계에서는 병원이 의료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토로한다.

 "왜 한국인지? 왜 그 병원인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업체는 물론, 환자들도 유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상품 하나를 기획하더라도 경쟁국, 경쟁병원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한국에서만, 또는 우리 병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문화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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