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18일 양일간 대구 코엑스에서 2009년 순환기 관련학회 춘계통합학술대회가 개최됐다.
매년 대한심장학회·한국심초음파학회·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함께 하는 통합학술대회는 심장혈관학 분야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국내외 학술적 성과를 교환하는 대표적 순환기 학술축제의 장이다.
올해는 대한심장학회 산하 혈관연구회가 "Pulse of Asia in 2009"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번 학술제전에서 발표되고 논의된 내용 중 하이라이트를 뽑아 자세히 살펴 본다.





허혈성심질환에서 약물치료 Vs PCI Vs CABG
"모범 답안은 없다" 환자따라 선택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세션 중의 하나는 허혈성심질환 환자의 중재시술에 대한 토론이었다.
 스텐트 기술의 급속한 발전 및 적용범위 확대, 관련 부작용 위험 보고 등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둘러싼 현안들이 다각적 관점에서 조명됐다.

 현재 스텐트 적용범위 확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약물치료 대 PCI 대 관상동맥우회술(CABG)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논의의 핵심을 짚어본다.

안정형협심증에서 약물치료 Vs PCI
- 치료 후 증상 심하면 PCI

 "안정형협심증 환자에서 두 치료법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점에서 다뤄져야 하며 최종 결정은 임상자료와 환자상태를 고려한 임상의의 판단에 달려있다."

 안정형협심증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과 달리, 아직 치료선택의 명확한 지침이 제시돼 있지 않다. "안정형협심증: 중재시술의 역할"에 대해 발표한 김명곤 교수(경희의대 심장내과)에 따르면 ACS는 급성기 치료에 있어 환자 병력·증상·이학적 소견·검사결과에 따라 PCI 또는 약물치료 선택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확립돼 있으나 안정형협심증은 그렇지 않다.

 "안정형협심증의 약물치료" 발표자로 나선 이철환 교수(울산의대 심장내과) 역시 "현재 표준진료 권고안에서 고위험군 ACS 환자에 PCI의 우선적인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안정형협심증의 경우 예후가 매우 좋아 PCI를 통해 사망률과 심근경색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PCI의 기술발전과 적용범위 확대에 따라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안정형 역시 PCI를 통해 원활한 혈류를 확보해 놓은 것이 좋지 않겠냐는 암묵적 믿음이 형성돼 왔던 것도 사실. 이같은 믿음에 제동을 건 것이 "COURAGE" 연구다.

 안정형협심증의 전형적 증상을 나타내는 2287명의 환자를 4.6년간 관찰한 결과, PCI군과 약물치료군의 사망 및 심근경색증이 19% 대 18.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두 연자는 여러 연구결과를 근거로 안정형협심증 환자에서 PCI가 약물치료 대비 사망·심근경색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키지는 못한다는데 공통된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협심증의 증상조절·운동능력 및 삶의 질 향상 등에 있어 PCI군이 약물치료 대비 우수하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는데도 의견이 일치됐다.

 이철환 교수는 "젊고 활동량이 많으며 협심증 증상이 심한 경우 병변부위를 PCI로 교정한 후 예방치료 시행을, 활동이 많지 않은 노인 소혈관질환 또는 증상이 경하거나 없는 경우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해 보고 증상개선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PCI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명곤 교수 역시 "약물치료 중에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심한 증상 또는 비침습적 검사에서 중등도 이상의 허혈이 유발되는 경우는 PCI를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중혈관 병변에서 PCI Vs CABG
- 사망·심혈관질환 발생률 비슷


 PCI 선호의 입장을 밝힌 현민수 교수(순천향의대 순환기내과)에 따르면, CABG는 다중혈관 병변 환자의 표준치료로 위치를 지켜 왔다.

"BARI" 연구에서 CABG군의 10년 생존율이 PCI 대비 월등한 차이를 보였으며, 표적병변 재시술률 역시 더 적었다. 하지만, 일련의 연구에서 약물용출성스텐트(DES)의 다중혈관 병변 치료효과가 보고되면서 임상현장에서는 두 치료방법이 모두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중혈관 병변에서 두 치료법을 비교한 일련의 연구들은 몇가지 공통된 결과들을 일관되게 제시한다. 우선 PCI와 CABG의 예후, 즉 사망 및 심혈관질환의 발생이 큰 차이가 없었다.

 해당 병변에서 PCI 선택을 옹호하는 주장의 배경이다. 하지만, 또 다른 종료점인 표적병변 재시술률에 있어서는 PCI군이 전반적으로 더 높은 위험도를 보인다. CABG 선호 입장을 발표한 배장환 교수(충북의대 심장내과)는 PCI군의 높은 재시술률이 장기적으로는 주요심혈관사건(MACCE)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두 연자 모두 올해 3월 발표된 "SYNTAX" 연구결과를 주장의 논거로 삼았다. 좌주간부 또는 다중혈관 병변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CABG군의 심혈관사건 발생률이 PCI군 대비 낮게 나타났으며, 표적병변 재시술률은 PCI군이 더 높았다.

반면, 현민수 교수는 주요 종료점 가운데 재시술률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에서 두 그룹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뇌졸중은 PCI군이 더 낮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해당 연구에서 정의된 "SYNTAX score" 적용 시 수치의 높고 낮음에 따라 결과가 유사해지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현 교수는 현재 임상에서 다중혈관 병변에 PCI가 엄연히 시술되고 있는 점, DES를 통해 재시술률이 더 낮아졌고 앞으로 감소폭이 더 증가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환자의 상태 및 특성이 성공적 시술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PCI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좌주간부 병변에서 PCI Vs CABG
- 수술 위험성 등 면밀 검토 후 선택

 좌주간부 병변의 PCI 대 CABG 선택을 놓고 벌어진 토론에는 서울의대 흉부외과 김기봉, 울산의대 심장내과 홍명기 교수가 연자로 나섰다.

 김 교수는 "SYNTAX" 연구결과를 근거로 CABG 우수성에 대한 논리를 펼치는 한편, 단점으로 지적된 높은 뇌졸중 발생률 역시 심폐바이패스를 사용하지 않는 관상동맥우회술(OPCAB)로 극복할 수 있다며 향후 우위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홍 교수 역시 "SYNTAX" 결과에 기반해 고령을 포함한 수술의 고위험군·좌심실구혈률이 정상인 환자·분지 병변이 아닌 개구부 또는 주간부 병변에서 PCI를 추천할 수 있으며, 수술의 위험성이나 병변의 해부학적 구조 등 전반적 상태를 면밀히 검토해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혈관질환 예방, HDL-C 조절 중요
생활요법 지속 어려워 니코틴산 등 약물요법 늘어나

 성균관의대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는 "낮은 HDL 콜레스테롤(HDL-C)의 치료"에 대해 발표,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HDL-C 조절의 중요성과 실제 임상현장에서 택할 수 있는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지질이상은 LDL-C만을 기준으로 했던 과거의 고지혈증에서 중성지방과 HDL-C도 함께 고려하는 이상지혈증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스타틴 효과에도 불구하고 잔여 위험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HDL-C 조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운동과 식이조절 및 체중감소는 HDL-C 조절에 일정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HDL-C를 5~10% 증가시키며 운동의 빈도와 강도가 높을수록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식이도 HDL-C에 영향을 미치는데, n-3다중불포화지방산·오메가-3지방산·저탄수화물 식이 등이 개선효과를 보인다. 성 교수는 저지방식이의 경우 LDL-C를 낮추기는 하나 HDL-C도 동시에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운동과 식이를 통한 10kg 정도의 체중감소로 20%의 HDL-C 증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성 교수는 설명했다.

 생활요법은 효과에 비해 지속하기 힘들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HDL-C 증가효과의 약물요법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약물 중에서는 니코틴산(nicotinic acid)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 사용 용량을 통해 15~30% 정도의 HDL-C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나, 안면홍조 등의 부작용 사례가 걸림돌이다. 제형의 변화로 부작용 위험을 낮추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피브레이트(fibrate)제제는 중성지방을 25~45%까지 감소시키고 HDL-C를 10~15%가량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VA-HIT", "BIP" 연구 등에서 심혈관 사망과 심근경색 예방효과를 보였으나 "DAIS", "FIELD"에서는 HDL-C 상승효과가 5~6% 정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CETP억제제로 개발이 진행된 토세트라핍(torcetrapib)은 높은 HDL-C 상승효과에도 불구하고 혈압상승과 사망률 증가 등의 우려로 개발이 중단됐으나, KTT70545 등 동계열 약물 개발노력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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