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새로운 모기종 국내도 나타나
예방·치료 약 내성 진행…지역·종류 맞는 약물 선택해야











국내 유행기간 늘어나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아직까지 국내에서 관찰되는 모기는 삼일열 말라리아 모기 뿐, 아프리카나 인근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열대열 말라리아 모기가 관찰된 적은 없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감염위험 지역의 교류를 통해 유입된 환자들은 있어도 열대열 말라리아 모기의 생존유지 최저 온도가 18℃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겨울동안 생존할 수 없다는 생태적인 이유도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조건들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간 정부조정회의(IPCC)는 2007년 보고서에서 기온 상승이 물리적, 생물학적 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해수면의 변화가 식물과 동물들의 생존가능 지역을 고위도지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 특히 모기는 온도, 습도, 강수량 등 다양한 기후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매개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채준석 교수는 4월에 열린 "기후변화건강포럼"에서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모기종과 진드기종이 발견되었고 진단되지 않았던 뇌염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오 인해 국내에는 없던 매개체 종들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고 동물숙주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천의과학대 미생물학과 박재원 교수도 이미 기후변화가 국내 말라리아 유행기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2002년 5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하던 말라리아 환자수가 2006년에는 4월로 당겨졌고 감염발생 종료기간도 2002년 10월 말에서 2006년에는 11월 초순으로 늘어났다는 것.

 또한 현재 말라리아의 피해가 극심한 아프리카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 지역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1990년대 이전 감염자수는 동남아시아에 더 많았지만 이후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파가 아프리카의 감염자수를 급증시켰다는 것이다.

외국 방문땐 해당지역 예방제 챙겨야

 기후변화와 함께 말라리아의 예방·치료 약물에 대한 내성도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WHO도 초반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퇴치 사업에서 부적절한 항말라리아제의 사용으로 전역에 클로로퀸(chloroquine) 내성 말라리아가 퍼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과 말라리아 종류에 맞는 약물의 사용을 당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항말라리아제는 클로로퀸으로 삼일열 말라리아의 예방과 치료에 사용된다. 한국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클로로퀸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아직 일반적인 사실이 아닌 만큼 클로로퀸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 베트남 등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열대열 말라리아가 유행하고 있고 클로로퀸에 민감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 해남·윈남성 지방의 경우는 열대 아프리카 지역과 함께 시기에 관계없이 1년 내내 열대열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알려져 있어 인접국과 교류가 많은 우리나라의 항말라리아제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문제에 대해 클로로퀸과 주변 국가에서 내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메플로퀸(mefloquine)의 병용 사용을 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약물 모두에 내성이 있는 경우는 희귀의약품센터에 의뢰해서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해외출국 전 방문지역에 따른 예방제를 챙기고 복용기간을 숙지할 것을 강조했다. 중앙·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할 경우에는 클로로퀸 단독요법이나 프로구아닐(proguanil) 병용요법을,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할 경우에는 아토바쿼온(atovaquone)과 프로구아닐 복합제나 메플로퀸(mefloquine)을 예방제로 권장하고 있다.

 WHO는 아프리카 열대열 말라리아의 치료제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 기반 복합제(ACT)를 새롭게 추가했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노바티스(Norvatis)사의 코아템(Coartem, artemether 20mg/ lumefantrine 120mg)도 ACT에 해당한다.

표준화 이뤄진 감시·예방시스템 필요
교차감염 위험지대 공항 방역 주목을


 한편 국내에서는 신풍제약이 WHO가 세계비영리기구들과 설립한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와 협약을 맺고 개발한 파이라맥스(Pyramax, artesunate with the 4-aminoquinoline pyronaridine)의 사하라이남지역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3상임상을 지난해 완료, 올 여름 국내 식약청과 유럽의약품국(EMEA)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약물 내성의 대부분이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다며 약물 내성 말라리아의 국내 유입 위험도를 경고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 내 지역별로 내성이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연구(PLoS 2009;6:e1000055)는 약물 내성의 관리가 까다롭다는 점을 보여준다. 백신의 실용화 가능성이 요원한 상황에서 사전예방의 중요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기반 연구 활용 인력 부족

 채준석 교수는 매개체의 채집을 통한 분포, 밀도, 신규 매개체 구분 등 생물시료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역학연구들을 축적하고 예보·경보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을지대학교 기모란 보건대학원장도 소규모·취약집단·지역별·분야별 연구를 축적하고 이를 통합해 질병에 대한 모델링을 산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를 담당할 보건인력의 부족과 인력양성을 위한 시스템의 부재도 언급했다. 말라리아에 대한 변이 종류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기반연구와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모기를 포함한 매개체를 감시하고 체계적으로 분석·연구할 수 있는 "벡터넷(Vector Net)" 구축을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전국 36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기 채집장소도 늘리고 나아가 야생동물까지 관리해 매개체 전염병 예측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축에 40억, 연간 유지비용 2~3억이라는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로 인해 시료채집의 지속적인 관찰과 업데이트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고 부족한 인원의 보충과 교육시스템 구축이라는 문제 역시 묶여있다.

 박재원 교수는 생물시료채집에 있어서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생물들이 대상이 되고 있지만 표준 자체에 대한 정립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위적인 채집은 추후 종합하고 활용하는데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것. 선진국의 경우 산업화, 연구 등 목적에 따라 시료의 표준을 정해놓은 상태라고 말하며 시스템의 구축 전에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항 방역, 보건·경제 블루오션

 박 교수는 이와 함께 공항의 방역 시스템 역시 보완해야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박 교수는 1999년 미국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 전염사례(NEJM 2001;344:1807-1814)를 예로 들며 공항을 통한 교차감염의 심각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1999년 뉴욕의 시민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인근 주의 조류, 동물, 모기에게 전염된 후 2001년 미국에서 가장 큰 환승공항인 아틀란타를 포함한 동남부지역으로 옮겨갔고 2003년 3개의 주를 제외하고 미국 전역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박 교수는 현재 에어프랑스(Air France)나 말레이시아항공(Malaysia Air)의 경우에는 기내에서도 살충제를 뿌리는 등 방역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내 공항에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위험지역을 오가는 사람과 짐에 대해서 아무런 방역체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2015년 환승인구가 62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공항의 경우 교차감염의 근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공항방역시스템이 없는만큼 표준 정립을 통해 위기대비 능력을 갖추고 타 공항들에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인 이익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한 결과 창출을 위해서는 말라리아 전문가 부족과 의료계의 인식 부족이라는 국내의 상황을 개선시키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위해 질병관리본부는 각종 매체를 통한 일반인 교육과 함께 의사회, 약사회와 함께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계에서도 사전교육과 취약분야의 전문가 양성이 단기간에 이뤄지는 부분이 아닌 만큼 적극적인 인식개선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도움말: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팀장
 ▲박재원 가천의과학대 미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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