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31일 미국 올랜드에서 미국심장학회(ACC) 연례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세계적 순환기학술대회를 대표하는 이번 ACC에서는 폴리필 관련 임상인 "TIPS" 연구를 비롯해 "JUPITER" 연구의 추가분석과 해당 연구가 임상트렌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논의가 관심 속에 진행됐다.
 "SPOTLIGHT" 지면에 이어 올해 ACC에서 발표된 주요 연구의 내용들을 살펴본다.



ACC 연례학술대회가 열린 오렌지카운티 컨벤션 센터.


스타틴, 염증조절제 역할 조명
LDL-C·hsCRP 동시조절 심혈관사건 위험 개선

"JUPITER" 추가 분석

 지질조절제 스타틴이 염증조절제의 역할로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ACC에서는 지난해 발표된 "JUPITER" 연구에 대한 추가분석 결과들이 발표됐다.

 이중 관심을 끄는 것은 스타틴을 통한 콜레스테롤 및 염증 표지자의 동시조절이 심혈관사건 위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었다.

 "JUPITER" 연구에서는 고지혈증은 없으나 고민감도 C-반응성단백질(hsCRP)이 증가한 사람에서 로수바스타틴이 주요 심혈관사건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위약군 대비 44%). 이번 추가연구는 로수바스타틴의 이중표적(dual target) 치료전략이 실제로 임상결과의 개선에 어느 정도 혜택을 가져다 주는지를 분석했다.

 스타틴의 콜레스테롤 조절효과와 이로 인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 역시 일련의 연구를 통해 검증돼 온 가운데, 새로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떠오르고 있는 염증 표지자 hsCRP 조절 및 그 영향을 들여다 보기 위함이었다.

 연구팀은 "JUPITER" 연구에 참여한 전체 환자의 87%에 해당하는 1만5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20mg/day)군과 위약군의 심혈관사건 위험을 전향적으로 관찰했다.

 또한 환자들의 LDL콜레스테롤(LDL-C) 및 hsCRP 수치의 변화를 임상개시 시점과 1년경과 시점에서 측정했다.

 측정·분석결과, LDL-C 70mg/dL 미만에 도달한 환자군의 심혈관사건 위험은 위약군 대비 55% 감소했다. hsCRP 수치가 2mg/L 미만으로 조절된 환자군은 62%의 감소효과를 보였다. 두인자의 동시조절이 이뤄질 경우는 위험도 감소치가 더욱 크게 증가했다.

 LDL-C 70mg/dL 미만과 hsCRP 2mg/L 미만에 모두 도달한 환자군의 경우 심혈관사건 위험은 위약군 대비 65%까지 감소했다. LDL-C 70mg/dL 미만에 hsCRP 수치가 1mg/L 미만까지 달성된 경우에는 79%의 감소효과가 관찰됐다.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폴 리드커 박사(미국 브리검여성병원)는 "스타틴의 지질조절 효과가 임상결과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재확인됐으며, 여기에 hsCRP 조절 역시 대등한 중요성을 갖고 있음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특히, 두인자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조절할 경우 어느 한쪽 만 목표치가 달성된 것과 비교해 더 높은 심혈관사건 개선결과가 있었다는데 주목할 만 하다. 스타틴 투여 시 콜레스테롤에 이어 hsCRP 검사와 치료에 대한 요구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수바스타틴 VTE 감소에도 효과
상대적 위험도 43% 감소

 "JUPITER" 연구에 대한 또 다른 추가분석에서는 로수바스타틴이 정맥내 혈전 또는 정맥혈전색전증(VTE) 위험을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감소시켜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VTE는 정맥내 혈전생성으로 인해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거나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초기단계에서는 혈전으로 인한 혈류장애로 다리에 통증이 야기될 수 있으며, 혈관을 떠다니는 색전이 폐로 흘러들어갈 경우 치명적인 폐색전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JUPITER" 연구의 환자군에서 VTE의 발생빈도를 조사한 결과, 로수바스타틴군 34명·위약군 60명으로 시험군의 상대적위험도가 43% 감소함을 확인했다. 관심을 모았던 출혈빈도는 양그룹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의 폴 리드커 박사는 이와 관련 "심혈관질환 위험감소에 더해 이제 적극적인 스타틴 치료가 정맥내 혈전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고 의미를 밝혔다. 그는 또 "와파린이나 헤파린 등과는 대조적으로 스타틴 치료가 출혈위험에 있어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말기 신장질환자 스타틴 이점 없어

"AURORA" 연구

 "JUPITER" 연구 및 하위분석에서 여러 가지 특장점을 보여줬던 로수바스타틴도 말기신장질환(ESRD) 환자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막지는 못했다.

 장기간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ESRD 환자를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 효과를 검증한 "AURORA" 연구결과다. 신장질환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빈도는 2기에서 2.1%, 5기에서 26.6%로 단계에 따라 급증하는 현상을 보인다(NEJM 2004;351:1296-1305). 말기신부전 환자의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높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심장질환(31%)과 혈관질환(18%)이 국내 혈액투석 환자의 사망원인 중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50~80세 연령대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277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이중맹검·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들은 로수바스타틴(10mg/day) 그룹 또는 위약군으로 나뉘었으며, 심혈관 원인의 사망·비치명적 뇌졸중·비치명적 심근경색 감소효과를 비교했다.

 3.8년(중앙값) 기간의 추적조사 결과, 일차종료점에 도달한 환자들이 로수바스타틴군 396명·위약군 408명으로 시험군의 유의한 임상결과 개선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p=0.59).


와파린 부적합 심방세동 환자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병용 효과

"ACTIVE-A" 연구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이 심방세동(AF) 환자의 주요 혈관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줄여준다는 "ACTIVE-A"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와파린 부적합 판정으로 아스피린을 투여받는 AF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을 병용투여 시 혜택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현재 AF 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경구용 항응고제로는 와파린과 아스피린이 유일하다.

 하지만, 와파린의 경우 사용이 부적합한 환자들이 상당수에 이르며 이들은 아스피린 치료를 받게 된다. 아스피린은 와파린에 비해 AF 치료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연구팀은 아스피린 치료를 받고 있는 AF 환자 7554명을 클로피도그렐 또는 위약군으로 나누어 뇌졸중·심근경색·혈관 원인 사망·비중추신경계 전신성 색전증 등을 포함한 주요 혈관사건 위험도를 비교·분석했다.

결과는 클로피도그렐 병용군의 주요종료점 발생빈도가 11%로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는 뇌졸중 28%, 심근경색 23% 감소에서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편, 클로피도그렐군의 주요출혈은 연간 2.0%로 위약군(1.3%)보다 높게 나타났다. 치명적 출혈은 0.3% 대 0.2%로 차이가 없었다.

 주요저자 중 한명인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살림 유세프 박사는 이번 연구와 관련 "와파린 요법이 부적합한 AF 환자에서 아스피린에 더해 클로피도그렐을 추가하는 것이 수용 가능한 위험도에 전반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적 약물요법 심근경색 환자 오메가-3지방산 추가혜택 없어

"OMEGA" 연구

 "OMEGA" 연구에서는 심근경색 환자에게 최적약물요법에 더해 오메가-3지방산을 추가한 결과 부가적 혜택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심근경색 경험 후 3~14일이 지난 3827명의 환자들을 모집해 최적약물요법에 더해 오메가-3지방산 추가 또는 위약그룹으로 나누어 주요 심혈관사건 발생 및 사망위험을 비교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대학 센게스 교수는 이에 대해 "이미 최적약물요법을 받고 있는 환자들의 분석결과, 매우 낮은 심혈관사건 빈도를 보였으나 오메가-3지방산의 추가적 혜택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최적약물요법에 더한 혜택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오메가-3지방산의 효과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오메가-3지방산은 이전에 발표된 "GISSI-HF" 연구에서 심부전 환자의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여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스타틴이 "GISSI-HF"와 "CORONA" 등에서 효과를 보이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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