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심혈관계 위험인자 조절 가능성 보여줘

TIPS 연구로 주목받는
폴리필

 "TIPS" 연구의 결론과 의미는 간단하다. 5개 약물을 하나로 혼합한 다중약물복합제(폴리필, Polypill)가 개별약물과 비교해 각각의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조절하는데 거의 대등한 효과를 보였으며, 내약성이나 안전성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이 하나의 알약을 갖고도 각각의 위험인자들을 동시에 다스릴 수 있겠다는 것이다.

 폴리필의 개념 역시 간단하다.

 2003년 "BMJ 2003;326:1419-1424"에 발표된 "심혈관질환(CVD) 80% 이상 감소를 위한 전략" 제목의 연구 보고서에서 닉 왈드(영국 울프슨예방의학연구소) 교수가 처음 이 개념을 사용했다.

닉 교수는 총 750건의 약물 임상시험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를 토대로 여러 심혈관계 위험인자의 동시조절을 위한 조합으로 3계열 항고혈압제(ACE억제제·베타차단제·이뇨제)와 스타틴, 아스피린, 엽산 등을 제시했다. 혈압·지질·혈전 이상을 주요 위험인자로 본 것이다.

 각각의 약물이 담당하는 CVD 위험감소 효과가 25% 정도에 이르는 만큼 소위 폴리필이라 명명할 수 있는 이들 약물의 조합을 사용한다면 관상동맥질환을 88%, 뇌졸중은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는 당시 CVD 극복의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는 동시에, 수많은 반론을 야기하는 등 학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논쟁의 핵심은 폴리필이 "기적의 신약"이냐 "이론만 그럴듯한 신기루"냐 였다.

 현재까지 폴리필 개발노력은 단일약물 연구의 메타분석이나 다제요법에 관한 연구결과가 제시됐을 뿐, 실제 3개 이상의 약물을 하나의 정제로 혼합한 폴리필이 모습을 드러내거나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받은 바 없기 때문에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폴리필의 주장·가능성·이론 또는 가설에 실질적인 임상데이터를 처음 제공한 것이 "TIPS"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이 다중복합제가 각각의 단일약물들과 같이 표적 위험인자들을 대등하게 조절했다는 것이 실제 임상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물간 상호작용이 발견되지 않았고, 부작용 역시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은 폴리필 개발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들도 상당 부분 해결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살림 유세프 박사(캐나다 맥마스터대학)는 "이전에는 약물 상호작용 등의 측면에서 5개 주성분을 하나의 정제로 혼합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지지해줄 데이터조차 없었지만, 이번에 폴리필의 실제 효과는 물론 부작용 위험정도까지 확인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TIPS"연구가 발표된 "Lancet" 온라인판에 논평을 게재한 크리스토퍼 캐논 박사(미국 브리검여성병원)는 이를 두고 "CVD 극복의 꿈을 실현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선 성과"라고 평했다.

 하지만, 연구 자체 만을 놓고 본다면 폴리필 개발의 실현은 아직 갈길이 멀다. 연구팀 역시 이번 성과가 각각의 주성분 용량 결정 등 다음 연구의 과제를 찾아내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우선 이번 연구는 CVD 표지자(marker)의 조절효과를 본 것이지, 궁극적인 임상결과 예방효과를 파악하지 않았다.

아웃컴 연구가 아니었다. 관상동맥질환 62%, 뇌졸중 48% 감소는 잠재적 가능성이자 추정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3상임상에서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치료·관찰결과를 통해 폴리필 전략의 타당성과 적용범위 등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이 폴리필 요법을 누구에게, 어느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용량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등은 여전히 답을 구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여기에 정제의 크기가 순응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각각의 약물이 갖고 있는 방출시간의 차이 등이 적절히 조절되는 지, 부작용 위험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등 기술적인 문제들도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이번 연구가 인도에서만 진행돼 다국적임상시험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 또한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다중복합약물 안전·유효성 검증위한 연구

TIPS 연구는(The Indian Polycap Study)


 ◇목적

 CVD 예방이 목적인 폴리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키 위함이었다. 복합제를 구성하는 각각의 개별 또는 이들의 여타 병합요법과 비교해 복합제의 위험인자 조절효과 및 내약성과 부작용 위험 등을 분석했다.

 ◇약물

 인도 제약사 "Cardila Pharmaceuticals"가 개발 중인 "폴리캡(Polycap)"으로 3개 항고혈압제(티아자이드계 이뇨제 12.5mg/day, 아테놀롤 50mg/day, 라미프릴 5mg/day)와 심바스타틴 20mg/day, 아스피린 100mg/day 저용량을 하나의 정제로 섞은 다중복합제가 사용됐다.

 ◇방법

 인도 지역 50개 의료기관에서 총 2053명을 모집했다. 45~80세 연령대에 적어도 한가지 심혈관위험인자(당뇨병·고혈압·지난 5년내 흡연력·이상지질·복부비만)를 가진 CVD 무경험자가 포함됐으며, 무작위·이중맹검 방식으로 시험군과 대조군에 배정돼 3개월간 치료·관찰이 진행됐다. 412명이 폴리캡 그룹에 나머지는 각각 200명씩 개별약물 및 이들의 여타 병합요법 등 8개 그룹에 배정됐다. 주요종료점은 (스타틴 효과검증을 위한)LDL, (항고혈압제 효과를 위한)혈압, (아테놀롤 효과를 위한)심박률, (아스피린의 항혈소판 효과를 위한)트롬복산 B2 수치를 비롯해 내약성과 부작용 정도였다.


 ◇결과

 ▲혈압: 7.4/5.6mmHg 저하돼 3개 항고혈압제 병합군(6.6/4.8mmHg), 3개 항고혈압제+아스피린 병합군(6.1/4.2mmHg) 대비 비열등함을 입증했다(p<0.0001).
 ▲지질: LDL 감소치가 0.70mmol/L로 심바스타틴 단독군(0.83mmol/L)보다 다소 낮았으나(p=0.04), 심바스타틴이 비투여 그룹 대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01).
 ▲심박률: 폴리캡군과 아테놀롤 포함 그룹의 감소치가 7.0beats/min으로 차이가 없었으며, 모두 아테놀롤이 포함되지 않은 그룹 대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01).
 ▲트롬복산 B2: 폴리캡군(283.1ng/mmol creatinine), 3개 항고혈압제+아스피린군(350.0ng/mmol creatinine), 아스피린 단독군(348.8ng/mmol creatinine)이 서로 비슷한 감소효과를 보였다.
 ▲잠재적 심혈관질환 예방 가능성: 연구팀은 2003년 닉 왈드 교수가 사용한 다중복합약물 요법의 잠재적 심혈관질환 예방률 계산법을 이번 연구결과에도 적용했다.
 폴리캡을 통한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 위험도 감소는 각각 62%와 48%로 추정됐다. 닉 교수의 예측이었던 88%와 80%에는 미치지 못했다.
 ▲내약성: 시험기간 중 약물중단율은 폴리캡군과 8개 대조군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크레아티닌 수치 증가, 간효소 증가, 어지러움증 등의 부작용 역시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결론

 연구팀은 이상의 결과를 토대로 "폴리캡이 다중 심혈관위험인자 및 심혈관계 위험도를 낮추는데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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