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장 도용은 입증 어려워

 의사 갑은 의사 을과 의원을 공동 개설했는데, 의사 을이 불법적인 의원 운영을 하자 아무래도 불안해 의사 을의 투자분 등을 고려, 5억원을 주기로 하고 의사 을이 다른 의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공증을 하였다.
 그러나 의원 운영이 여의치 않은 상태여서 갑은 3억원만 받으면 안되겠냐고 주장해 결국 을은 포기각서 작성 후 3억원만 받고 자신이 자리를 옮겼는데, 3개월 후 갑자기 나머지 2억원에 대해 갑의 주택에 가압류를 하고 소송을 했다. 을이 주장하기를 자신이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맡긴 일이 있는데, 이 때 갑이 3억원만 받고 2억원은 포기한다는 각서를 위조하였다는 것이다. 을의 주장은 법적으로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소송은 실제 진행될 여지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5억원을 주기로 하는 공증문서가 존재하는 상태이고 을은 자신이 3억원만 받고 더 이상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는 포기각서는 갑이 같은 의원을 운영하며 늘 같이 지냈기에 을 몰래 인감도장 등을 통해 위조를 한 것이므로 결국 포기각서는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에 더해 의원에 을이 있음으로 인해 더욱 더 많은 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을 자신이 받을 공로금 차원의 금액이 3억원은 너무 적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소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례의 쟁점은 을 명의로 된 포기각서가 을이 작성한 것이 맞는가에 있으며,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일단 을의 포기각서상의 인장이 과연 을의 것이 맞는가 아니면 갑이 을의 인장을 새로 만든 것이냐가 규명되어야 하고 을의 인장이 맞다면 그 인장을 누가 포기각서에 찍었느냐가 밝혀져야 합니다.

 법적으로 을의 인장을 갑이 유사하게 만들어 포기각서에 갑이 찍어 포기각서를 갑이 작성한 상황이라면 이는 위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위조는 민사법원에서는 쉽게 판정하기 곤란하며, 위조가 형사범죄가 되기에 형사고소를 통해 확정판결로써 그 인장이 위조되었다는 내용이 밝혀지는 정도가 되어야 민사법원에서 위조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령 을이 간호사 등 제3자를 증인으로 세워 그것은 위조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하더라도 실제 위조 판정을 받기는 곤란하며 을이 할 수 있는 일은 갑을 위조로 형사고소하는 것입니다.

한편, 만일 포기각서상의 날인이 을의 인장에 의한 것이 맞다고 밝혀진다면 그리고 이를 갑이 아무런 권한 없이 포기각서에 날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이는 위조의 문제가 아니라 인장도용이라고 합니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원고의 인장이 도용 위조된 것이라고 항변하는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날인 행위도 원고가 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측에서 그것이 도용된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입증하여야 하고 이러한 입증이 없을 때에는 위 서증은 원고가 작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을이 "그 도장은 제 것이 맞습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면 그 도장을 갑이 찍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결국 을 자신이 자신의 도장을 날인한 것으로 보게 되어 결국 포기각서는 유효한 것으로 처리가 되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매우 난해한 법적분쟁에 서면의 진정성이 문제가 자주 되는 바, 일단 자신의 도장이 찍힌 서면이 존재한다면 이의 구속력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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