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도시 우수인력 고사하고 충원도 힘들어

의료 불균형 정부·의료계 함께 나서야

 지난달 말 새 병원으로 옮겨 6일부터 본격 진료를 시작한 제주대병원. 24개 진료과, 14개 수술실에 최첨단 의료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도민과 외국인환자 등의 건강을 돌보겠다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은 지역적 한계로 인해 우수한 의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희망의 팡파래는 기대보다 낮게 울릴 수밖에 없었다.

 대학병원으로서 재도약의 계기로 삼으려 했으나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교수는 충원하지 못한채 11명의 교수만을 충원하는데 그쳤기 때문.

 국립대학 교수 신분과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로 세계로 나아가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근무한다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발길을 끌 수 없었던 것이다.

 김광식 제주대병원 진료처장은 "제주대병원은 연구·진료·봉사라는 대학병원 본래 기능과 함께 맑은 공기, 원활한 교통, 노비자 등의 환경을 갖춰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는데 강점이 있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부분과 생활문화 등의 원인으로 인해 일부과 교수요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우수 교원을 확보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제주도보다 더 심각한 곳은 지방 소도시의 의료기관들이다. 이곳의 많은 의료기관들은 수도권으로의 환자 쏠림이 가속화되면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필요한 전문과 의사를 확보하고 싶어도 찾는 의사가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전남 중소도시의 A병원 원장은 "월 1800만원, 아파트 제공 등의 조건을 내걸고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의사는 많아도 지방 소도시에서 함께 근무할 의사는 없다고 의사인력난을 호소했다.

 A원장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병협과 중소병원협의회에서는 지방도시의 의사인력난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권영욱 중소병원협의회장은 "수도권이나 대도시보다는 인구 4만~5만명의 거점도시 의료기관에서 의사 구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며, 교육·문화 인프라 부족과 맞벌이로 인해 지방으로의 이동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인턴십같은 제도를 통해 지방에서 몇년을 근무하면 "높은 경력"을 인정토록 하는 등의 국가차원의 강력한 정책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도 의사채용 시 이러한 경력자를 우대한다는 합의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활동 의사는 7만5714명. 이들은 서울 2만84명, 경기 1만5407명, 부산 5809명, 대구 4183명, 인천 3578명, 광주 2281명, 대전 2566명, 울산 1497명, 강원 2186명, 충북 2312명, 충남 3109명, 전북 3240명, 전남 2986명, 경북 3930명, 경남 4441명, 제주 852명 등으로 서울·경기가 절반에 가깝다. 매년 4000명에 가까운 의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매년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고 지역별 편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제 정부와 의료계는 진료 기피과 문제와 함께 의사의 지역 불균형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의료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7년 나고야에서 임산부가 여러 병원에서 진료거부를 당하다 숨진 것을 계기로 후생노동성이 실태조사 한 결과 임산부 2668명이 진료거절을 경험, "출산난민"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큰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의사수는 도쿄 211.7명인데 반해 아오모리는 173.7명, 기후지역은 171.3명이다. 이같은 도시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지역출신을 우대하며, 일정기간 근무할 것을 전제로 장학생 선발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나 일본 모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만간 의사과잉 시대를 맞게 된다. 오 위원은 1년 진료일수를 255일로 하고 환자 진료량을 저위(49.8명), 중위(44.8명)로 적용할 경우 2020년에 의사는 적게는 1392명, 많게는 1만2081명이 넘친다.

 고위(39.8명)로 적용하면 2020년 1만1970명의 의사가 부족하게 되지만 이렇게 될 확률은 낮다는 것이 의료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지역에 의대를 설립하고 공보의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일본이 그랬듯이 의사의 수도권·대도시 진출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산부인과가 없는 소도시나 시골동네가 크게 늘고 있다. 일본과 의료환경이 다르다고 해도 임산부가 병원을 찾아 헤매다 사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진료과 쏠림 해소와 지역별 적절한 의사 배치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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