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하면 환자 아픔 "절반으로"
부부간 문제 "의사 관심" 더한다면 치료 효과 극대화

 28세 여성 환자. 당뇨병, 양안의 백내장과 우안의 증식성 망막증. 요로감염 치료과정 중 남편이 이혼을 위해 진단서를 요구함으로 가족문제가 새롭게 부각, 가족면담을 계획했다. 환자의 남편은 부인의 당뇨병이 불치병이라고 생각하며, 환자의 친정 식구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적대감을 가지고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 경제적인 여건 상 백내장 수술은 받지 못했다. 환자 가족력 상 큰언니와 둘째 언니가 당뇨병이 있으며 큰언니는 이로 인해 사망했다.
 인하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지호 교수가 지난해 대한가정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만성병 환자의 가족중심진료 사례연구" 내용이다. 이 경우 환자와 함께 남편, 가족 구성원들을 불러 당뇨병은 불치병이 아닌 조절될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을 교육하고 인식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연하다는 이유만으로 손 놓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가족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 가족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것인가.



 최 교수는 가족면담을 시도했으나 비협조적인 태도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당뇨병 자가치료집단, 의료사회사업실, 의료보호 등 팀 차원으로 접근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일시적인 진료의 경우 가족치료가 어렵지만, 공부하는 의미에서라도 가족문제를 분석하거나 정보를 제공하게 하고, 사회 자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전했다.

 가족중심진료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대한가정의학회는 환자를 진료할 때 가족 배경을 고려함에 있어 다섯 단계의 발달 단계를 꼽는다.

단계는 가족의 기본적인 강조로,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 반드시 이야기가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다룬다는 원칙이다. 2단계는 의학 정보와 조언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 가족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하며 가족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공유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단계는 함께 느끼고 지지함을 통해 가족의 정상 발달과 기능을 이해하고 가족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아는 단계다. 가정의학회는 기본적으로 의사라면 3단계까지는 무리없이 익숙해지도록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4단계인 체계적 평가와 계획된 중재, 5단계 가족 치료 단계까지 나아가려면 정상적인 가족발달과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알아야 하고 환자 및 그 가족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자신의 감정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아대의료원 가정의학과 박주성 교수는 4단계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가족까지 참석시킨 가족회의 주재하기 △연합을 피하면서 가족 구성원들 지지하기 △가족 문제에 대한 그들의 판단 재구성하기 △가족 문제를 새로운 형태의 협동이 필요한 문제로 생각하도록 가족들 돕기 △가족들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다른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방법 찾도록 돕기 △가족 각자의 다양한 역할을 한 사람의 자율성 희생 없이도 지지가 가능한 방법으로 조성 등을 꼽았다.

진료 시 믿음주는 대화로 공감대 형성을
환자와 함께 해결책 찾으면 만족도 높아

 이처럼 가족 주치의로 나아가기 위해 외래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가족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가족 문제에 근거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 지난 진료 이후 변화된 것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해본다.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자세히 질문하고, 환자가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에 대해 인정하고 가치를 확인하게 한다. 이후 좋아진 것이 또 있는지 찾아 그것으로 충분한가를 살펴보다 보면, 차츰 가족상담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쌓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뿐만 아니라 간단한 가계도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이가정의원 이명춘 원장은 "간단한 가계도 하나를 그리면 가족력과 질병에 대한 관심이 보다 필요하다는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며 "가족중심진료를 하는 것이 가족 주치의의 주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부부상담도 마찬가지다. "진료실에서의 부부상담 기법"을 발표한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일환 교수는 "진료실에서 발견되는 부부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상담을 시행할 것인가, 적절히 의뢰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부부간의 문제에 기인한 진료와 부부상담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을 수는 없으며, 의사의 몇 마디 간단한 대화의 시도가 부부 문제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부상담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배우자를 진료실에 초청해 배우자를 존중해 주고, 부부의 가계도를 작성해 보도록 한다.

배우자 모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듣고, 상대 배우자에 대한 느낌이나 기대를 들어 구체적인 상담 목표를 정한다. 이어 부부간 의사소통 훈련을 시행하고, 부부간에 언쟁이 생기면 규칙을 정해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박일환 교수는 "부부상담 치료를 위해서는 개인의 과거의 심리적 문제와 현재 관계 문제를 연결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긍정적"이라며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작업하면서 부부관계를 향상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부 문제가 있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대처방식에서부터 새로운 대처방식으로의 변화를 통해 부부관계의 향상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아직도 막연하게만 보인다면,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가족상담을 위한 기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원칙을 생각하라고 전한다. "진료할 때 항상 가족을 생각하라", "진심으로 대하라", "자신을 지켜라", "안되면 정신과 등에 의뢰하라" 등이다.

박주성 교수는 "진실한 마음이 기본으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며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해 환자가 털어놓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가족 주치의는 가족이 가진 자원과 장점을 활용해 가족의 건강과 관계의 개선을 돕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치료에 따른 구체적인 사건과 어려움을 듣고 공감해 나간다면, 해결책과 자원을 찾아가면서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 더욱이 의사와 환자 관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후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 틀림없다.

 물론 아직 개원가에서는 가족 주치의 시도가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교육 훈련이 부족할 뿐더러, 상담 시간에 따른 수가 보상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상담료를 비급여로 책정할 경우 환자가 수용하지 못한다"고 토로하면서, "그러나 가족상담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익혀 나간다면, 환자에 대해 더욱 깊숙이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까지 내 환자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나라는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고유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의사가 환자 및 가족들에게 조금만 세심한 관심을 쏟고, 가족상담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면 결국 환자 만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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