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된 혈전용해제 하나도 없어

미 FDA도 초급성기엔 rt-PA만 허용
국내선 유로키나제 사용술기 더 진전




 현재 국내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급성 뇌경색에서의 프로토콜은 다음과 같다.

뇌혈관 폐색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병 3시간 이내에 병원에 오면 CT나 MRI 등을 통해 출혈과 허혈을 감별하고 급성 뇌경색일 경우 정맥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한다.

발병 3시간 이상 6시간 이내라면 동맥내 혈전용해술을 시행한다. 정맥내 혈전용해술로 재관류가 안 이뤄지거나 근위부(proximal)의 큰 혈관에 생긴 색전일 경우에는 정맥투여와 동맥투여를 병합요법으로 적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영상의학적 중재술의 발달로 뇌혈관풍선성형술이나 뇌혈관스텐트삽입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유일하게 FDA의 공인을 받은 기계적 치료인 MERCI(Mechanical embolus removal in cerebral embolism)는 주로 큰 혈관을 막고 있는 색전에 동맥을 통해 접근해 색전을 당겨내는 기구로 rt-PA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서 사용이 고려되나 아직 안정성에 대한 논란은 있다.

 혈전용해술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정맥내로는 rt-PA(액티라제)를, 동맥내로는 Urokinase(유로키나제)를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심장학회도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동맥내 혈전용해술은 정맥내 혈전용해술 금기인 환자에게 적합하며 증상 발현 6시간 이내에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 FDA는 유로키나제 자체를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rt-PA를 사용한다.

 현재 미 FDA에서 공인된 급성 뇌경색의 치료법은 3시간 이내 정맥내 rt-PA와 48시간 내의 아스피린, 중재적 시술인 MERCI 세 가지 뿐으로 초급성기 치료인 3시간 이내 정맥내 rt-PA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두 번 쓰면 삭감, 허가 외라도 쓸 수밖에

 rt-PA는 한 바이엘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치료제지만 3시간 이내 급성 뇌경색 환자에게는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정맥 내 혈전용해술에 rt-PA를 이용한다. 정맥 내 혈전용해술에 실패했을 경우나 3시간이 넘어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동맥 내 혈전용해술이나 기계적 방법 등 다른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

 동맥 내 혈전용해술에서 국내 다수의 의료진들이 유로키나제를 선택하는 이유는 rt-PA에 비해 10여년 먼저 국내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동안의 술기가 축적된 점도 작용한다.

 대한뇌졸중학회 김종성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신경과)은 "우리나라에서 동맥 내 혈전용해술 시 rt-PA보다 유로키나제를 많이 쓰는 것은 사실이다. rt-PA가 너무 고가인 이유도 있지만 유로키나제가 20여년 전부터 많이 쓰이던 가장 available(이용하기 쉬운)한 약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동일한 약을 두번 쓰게 되면 삭감이 되는 제도 상의 맹점도 있다. 정맥 내 rt-PA로 혈전을 녹이지 못 한 경우 반복적인 삭감을 피해 유로키나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복수의 신경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동맥 내 혈전용해술에 유로키나제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지는 않다.
 김 이사장 역시 "미국에서도 소규모 연구지만 유로키나제를 사용한 뇌졸중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며 "A급은 아니나 선택적으로 쓸 수 있다는 논문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견이 분분한만큼 국제적인 기준으로 총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동맥 내 혈전용해술에도 rt-PA를 보험으로 인정해주면 사용할 의지는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큰 에비던스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안해 줄것이 뻔하다"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는 2006년 국립의료원을 중심으로 전국 16개 권역과 지역별 심·뇌혈관질환 센터를 지정해 24시간 전문의 상주 및 질환 발생시 3시간 이내에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10년까지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현재보다 20% 이상 감소한 10만명 당 77.2명에서 60명 수준으로 감소시키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목표로 한 2010년을 불과 얼마 안 남기고도 센터 지정 등 눈에 보이는 지원에만 급급한 정부와 센터 지정을 받기 위해 제대로 된 시설, 인적 인프라도 갖추지 않고 뇌졸중 치료를 하는 일부 의료기관의 모양새는 씁쓸할 뿐이다.

정부, "허가외 사용 급여 제외할 뿐"

 엄밀하게 현재 급성 뇌경색에서 동맥내 투여가 허가된 혈전용해제는 단 한가지도 없다. 국내에서 동맥내 혈전용해술시 많이 쓰는 유로키나제도 식약청 허가사항에 "정맥주사"로만 돼있으며 rt-PA도 정맥 내 투여로만 허가사항으로 돼있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 김남수 사무관은 "식약청에서는 의약품 허가기준에 맞게 신청이 들어오면 허가 여부를 결정할 뿐"이라며 "정맥용으로만 허가가 됐지만 동맥 내로 투여한다고 해도 이는 의료법 상 의료의 영역이므로 이에 대한 판단은 복지부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를 일종의 오프라벨(off label)로 해석했다. 복지부 의료제도과 박창규 사무관은 "오프라벨, 즉 허가사항 외 의약품 사용의 파악은 어렵고 파악이 되더라도 의약품 처방은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의료법 상 명시적으로 제제를 두고 있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정영기 사무관은 "허가사항 변경은 심평원 승인을 받도록 돼있고 허가 사항 외 의사의 자율권에 의해 처방을 한다면 복지부에서는 보험을 안해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수가 산정에 있어서도 투여 경로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심평원 약가기준부 이영미 차장은 "약가 산정은 투약 때마다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두번만 산정, 어떤 경로를 통해 주입했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라며 "동맥조영술을 하면서 여러가지 약의 수기가 올라왔다면 심평원에서는 조영술을 하면서 쓴 약으로 심사할 뿐 어떤 경로로 줬는지는 심사의 기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허가사항 변경에 대해서는 "해당 연구결과가 필요한 만큼 변경 여부는 제약회사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는 정부의 이같은 자세는 사람의 생명과 연관된 의약품 관리라는 특수성을 놓고 볼 때 명백한 "함량미달"이다.

 식약청은 작년 4월 혈전용해제 rt-PA(액티라제)의 시판 후 조사(PMS)에서 뇌출혈로 인한 사망사례가 보고됐다며 사용상의 주의를 당부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작년 2월 식약청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급성뇌경색 환자 395명 중 84명에게 유해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약물과의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유해반응은 61건으로 뇌출혈 39건, 위장관 출혈 4건 등이었다. 미 FDA가 유로키나제보다 안전하다고 판단해 승인한 제제도 뇌출혈의 위험에서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미 FDA, 유로키나제 왜 거부했나

 1999년 발표된 "PROACT II"는 동맥 내 혈전용해술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PROACT II"는 유전자 재조합 기법으로 만든 pro-UK(Prolyse)를 이용한 연구로 증상 발생 6시간 이내, 혈관조영술상 중뇌동맥의 폐색이 확인된 환자를 대상으로 헤파린 군과 비교한 연구다.

 연구결과 치료군은 대조군에 비해 높은 재개통률을 보였으며(치료군 66% vs 대조군 18%) 3개월 후 독립생활 가능율 (mRS≤2)은 40% vs 25%였다.

 유의한 출혈은 10.9% vs 3.1%로 증가한 경향을 보였으나 3개월 사망률은 25% vs 27%로 비슷했다. 뇌졸중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부가혜택 측면에서 비교적 좋은 연구 결과라는 평가를 내렸으나 미 FDA에서 대조군에 비해 빈번한 뇌출혈을 이유로 결과를 보강할 새로운 연구를 요구했다.

 여기에 인간 신장 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생산 공정 과정의 윤리적 문제와 안전성도 도마 위에 오르자 pro-UK를 생산한 제약회사인 애보트가 제품의 시정 조치를 위해 생산은 물론, 더 이상의 투자를 안하기로 결정해 pro-UK는 곧 시장에서 회수됐다.

 이후 애보트는 제조시설을 개선하고 제조과정에 쓰이는 인간 신장 세포를 수입하는 대신 국내에서 조달하는 시정 조치들을 취해 다시 허가를 신청, 미FDA는 2002년 폐 색전증 치료에 대한 재시판을 허가했다.

 제한적인 적응증을 허가받은 만큼 아직 출혈에 대한 안전성은 확보되지 않았으며 현재 급성뇌경색에서 동맥 내 혈전용해술에 사용하는 유로키나제는 pro-UK가 아닌 건강한 성인 남자의 요에서 추출하는 UK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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