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rt-PA·유로키나제 동맥투여 연구 기피

정맥투여 용량 "10분의 1" 필요
시장규모 작아 투자 신경 안써



 정부 측은 허가사항 외 처방을 감시는 하지만 허가사항을 변경하는 것은 제약사의 몫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rt-PA 제조사인 베링거인겔하임 코리아 관계자는 "다수의 국가에서 액티라제를 동맥 내로도 투여하고 있으나 쓰이고 있다고 허가사항이 변경될 수는 없다"며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회사 차원의 연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투여 경로의 결정은 임상에서 의료진의 판단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제약사가 이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어느 정도가 동맥 내로 사용되는지도 파악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유로키나제 제조사인 녹십자 측도 동맥 내 투여에 대한 연구에 소극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녹십자 관계자는 "급성 뇌경색 치료에서 동맥 내 혈전용해술에 유로키나제가 투여되는 상황은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생각은 하고 있으나 결정 내리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유로키나제만 봤을 때 정맥 내 투여와 동맥 내 투여할 때의 용량 차이는 10배에 달한다. 동맥 내 투여는 혈전에 가까이 접근해 주입하기 때문에 많은 용량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 유로키나제 매출이 연45억 정도인데 이중 급성뇌경색 치료에서 동맥 내 주입으로 들어가는 부분은 아주 작을 것"이라며 "마켓규모가 작아 이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회사 측에서는 마이너스"라고 설명했다.

 유로키나제는 급성심근경색증의 혈전용해술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제제로 심장내과가 차지하는 시장규모가 크다.

실제 유로키나제를 이용해 급성 뇌경색의 혈전 용해술을 시행한다는 한 신경과 전문의는 "동맥 내 혈전용해술 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용량이 적어서인지 제약사 직원도 한번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뇌졸중에서 쓰이는 유로키나제가 제약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서울의대 윤병우 교수는 "동맥내 혈전용해술에 대한 국내 의료진의 수준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규모 연구도 필요하지만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제약회사가 없다"며 "이유는 동맥 내 혈전용해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소수에 불과하고 사용되는 양도 소량에 불과해 정맥보다 동맥이 효과가 더 좋다라는 결과가 나오면 오히려 마케팅에 네가티브적인 측면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연구가 진행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즉 마켓 형성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학회, 투명한 "공론의 장" 마련해야

 내달 15일 열리는 대한뇌줄중학회 춘계학술대회 임상토의 세션에서는 급성 뇌졸중의 동맥 혈전용해술에 대한 논의가 마련됐다.

 당초 마련된 세션 주제는 동맥 혈전용해술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양 측의 입장에서 각기 발표 후 이에 대한 토의가 이뤄지는 순서로 계획됐다.

 김종성 이사장은 "동맥 내 혈전용해술이 잘못된 치료는 아니지만 국제적인 표준진료지침으로 규정할만큼의 근거확보가 미흡해 일부에서 논란이 있다"며 "소규모 연구와 많은 치료 경험을 통해 발병 3시간이 경과했거나 큰 혈관에 색전이 있는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라고 설명했다.

 동맥 내 혈전용해술은 뇌출혈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지만 정맥 내 용해술이나 다른 치료에 비해 "드라마틱한" 치료 결과를 보인다.

 위험성이 있는 만큼 숙련된 영상의학과 및 신경과 전문의와 장비가 갖춰진 의료기관에서만 시행 가능하며 시술 후 환자를 집중관찰하기 위한 뇌졸중 집중치료실 등의 시설도 요구된다.

그러나 최근 뇌졸중센터의 확산과 함께 경험도 부족하고 제대로된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의료기관에서도 동맥조영술을 실시하려는 과욕의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다.

 김 이사장은 "혈전용해술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론의 장을 만들어 치료 컨센서스를 다지고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의미로 세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현재 해당 세션은 "Intrarterial thrombolysis and other recanalization therapies in acute stroke"로 변경, 다소 폭넓은 주제로 바뀌었다.

 보다 다양한 논의를 하기 위한 학회 측의 의도인지, 아직까지 "확실한 정답"이 없는 이 치료가 수면 위로 떠올라 불필요한 논란이나 화살이 돌아올 것을 염려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올바른 치료 컨센서스를 마련하고자 하는 당초의 취지와 의학회 본연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예측되는 불편한 상황들을 감수하고라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투명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닌가 싶다.


"Time is Brain"
신속한 처치 위해 표준지침 필요


 급성 뇌경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겠지만 치료 목적은 조기 재관류를 통해 뇌손상을 최소화하는데 있다. 이후의 치료는 발병 원인을 제거 혹은 완화시켜 뇌졸중의 재발이나 진행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뇌실질의 허혈 뇌손상을 최소화하고자 신경보호제의 개발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허혈성 뇌졸중 치료는 폐색된 뇌혈관을 재개통 시켜 혈류를 회복시키거나 호전시키고자 하는 것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러 뇌졸중 연구를 통해 급성 뇌경색 발병 3시간 이내 혈전용해제 사용의 유효성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현재까지는 혈전용해제를 이용한 재관류만이 급성기 뇌경색 환자에서 거의 유일하게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으로 인정된다.

"표준진료지침은 국제적 추세"

 그러나 전체 급성 뇌경색 환자에서 5% 미만의 환자만이 rt-PA 치료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증상 발생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서 치료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발병 3시간 이내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병원 도착 후 1시간 이내에 처치가 이뤄져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급성 뇌경색의 치료는 가장 섬세한 신체부위인 뇌를 다루는만큼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나 뇌졸중 전문의들에게 "Time is Brain"이란 말이 금과옥조와도 같은 원칙인만큼 뇌졸중이 의심돼 응급실에 온 환자에게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이 달려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에 미국심장학회는 급성 뇌경색 치료가이드라인에서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가 응급실 도착시 60분 이내 진단 및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응급평가를 위한 체계화된 프로토콜 및 표준진료지침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뇌졸중 전문가들도 신속한 치료를 위한 표준진료지침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 현재 대한뇌졸중학회 내 진료지침위원회(위원장 서울의대 윤병우 교수)에서 국내 뇌졸중 환자 치료에 권고할만한 표준진료지침을 제정해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윤병우 교수는 "혈전용해제의 등장으로 "시간"이 뇌졸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며 "국제적인 치료 추세가 표준화된 진료지침과 프로토콜을을 적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설명했다.

 뇌졸중학회 이용석 학술이사도(보라매병원 신경과) "단순하고 도식적인 표준화 진료지침은 문제가 있겠지만 의학적 근거를 포괄적으로 검토해 우리 실정에 맞게 합리적인 표준진료지침을 제안할 것이라며 현재 초안이 완성돼 내부 전문가 검토를 마치고 연관 학회의견 조회를 거쳐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각하지 않는 의사 양산될 우려도

 뇌졸중에 표준화 진료지침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일각의 반발도 만만치않다.

 윤 교수가 정리하는 반대편의 입장은 ▲환자 개개인의 상황이 다르다 ▲의사들이 환자를 보고 고민하는 과정이 생략, 즉 생각하지 않는 의사들이 양산된다 ▲정부가 지침을 심사의 잣대로 활용하거나 또다른 굴레로 이용하는 부작용이 따른다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병원과 환자의 법적 다툼시 불리해지는 측면이 있다 등이다.

 그러나 표준화 진료지침에 찬성하는 일선 전문가들은 같은 질병이라도 병원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는 것은 의료계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관된 지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환자의 고유한 상황에 따라 치료방법의 가변성은 인정하나 일정범위 내 융통성에서 벗어나 점점 차이가 커지는 각자의 치료방법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큰 틀에서의 지침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의학의 발전을 교과서가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 합의를 통한 표준진료지침이 최근 연구를 기반으로 한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험 심사 시 교과서보다 빠른 정보를 담기에 더 유리한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법적 다툼시에도 오히려 표준진료지침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선기능적인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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