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나른해지는 봄이 되면서 주위에서 입맛을 잃었다는 소리를 흔히 듣는다.

하지만 노인의 식욕부진은 봄이 아니더라도 활동이 줄고 체구가 작아지는 노화로 인한 영향으로 당연하게 인식하기 쉽다.

게다가 식욕과 영양섭취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행해지기 힘들다는 점도 이런 인식에 한 몫한다.

 하지만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이런 인식에 일침을 놓는다.

영양섭취가 부족한 인구비율 조사에서 65세 이상이 28.5%로 전체평균 18.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는 결과를 접하게 되면 이야기는 다소 달라진다.

 여기에 2001년 25.3%에서 2007년에 15%로 낮아진 상황에서 다시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은 식욕부진이라는 문제를 가볍게 받아들이기 힘들게 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고령화의 진행에 따라 영양상태가 악화된 노인의 수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인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지만 간과되기 쉬운 식욕부진에 대해 알아본다.

식욕부진, 건강 내리막의 서막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감소되고 항상성 유지를 위한 예비력이 저하된 노인에게 식욕부진은 심각한 건강문제의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식욕부진이 간과되기 쉬운 이유는 노화로 인한 신체의 변화 때문이다.

신체 활동량의 저하, 대사량의 감소, 식욕을 억제하는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의 증가 등 호르몬의 변화, 음식에 대한 쾌락 감소 등으로 인해 식욕을 잃게된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로 인한 체중 감소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건강한 노인의 경우 연 0.1~0.2kg 정도의 미비한 감소율을 보일 뿐이다.

 하지만 식욕부진이 소모성 체중감소(평소 5% 이상 감소), 즉, 악액질(cachexia)을 동반하고 있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식욕부진과 동반되는 악액질은 인지기능저하, 우울증의 악화요인으로써 삶의 질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서는 심리적, 신체적 요인과 함께 근감소증, 면역능력의 상실 등 기능장애를 야기하며 만성질환 합병증, 사망으로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액질 동반땐 기저질환 체크

 노인환자의 식욕부진에 악액질 혹은 비정상적인 체중감소가 나타날 때는 식사량의 보충과 함께 식욕부진과 연관된 질환들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암은 식욕부진과 악액질을 유발시키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다. 잠복기의 경우 증상이 없지만 대사항진기에는 대사율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대사저하기에는 대사율이 감소하는 등 뉴로펩타이드(neuropeptide), 사이토카인(cytokine),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로 인해 악액질과 식욕부진이 야기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서도 기도폐쇄가 심할수록 체중감소가 심해진다. 에너지 소모량과 대사율이 정상적인 식사를 하더라도 체중이 감소할 정도로 증가한다.

흔히 폐질환에 동반되서 나타나는 심신성 악액질(cardiac cachexia)은 근육소모, 피로감, 대사량의 증가 등을 야기한다.

 이외에도 치매, 노인 우울증, 알코올 섭취, 약물의 복용도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노인환자의 비정상적인 체중감소를 유발하는 약물로는 카테콜라민 작용제(catecholaminergics), 도파민 작용제(dopaminergics), 세로토닌 작용제(serotoninergics), 날록손(naloxone), 디곡신(digoxin), 칼륨·철분 보충제, 항염증제 등이 있다(Clinical Geriatrics. 2005;13:37-43).



식욕부진 원인 다양
영양 집중지원 먼저


 식욕부진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인 만큼 영양상태의 점검과 함께 치료계획도 체중변화, 정신상태, 약물부작용, 만성질환의 진행상태 등 노인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광주기독병원 소화기내과 홍건영 박사는 2009년 대한노인병학회 춘계연수강좌에서 노인환자라는 점을 감안해 ▲같이 어울려서 식사 ▲충분한 휴식 ▲세끼 중 가장 잘 먹을 때의 식사량을 늘릴 것 ▲너무 빨리 배가 부르지 않게 할 것 ▲변비와 설사의 관리 ▲신체적 활동의 증가 ▲구강위생 ▲구역질의 감소 등의 치료원칙을 제시한다.

 급성기 질환을 가진 노인환자의 경우에는 치료원칙 이전에 영양평가 및 영양집중지원을 초기에 실시할 것을 권장한다. 급성기에 손실된 체중은 원상태로 회복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동반되는 중증 영양불량은 심장 및 장점막 방어벽 기능 저하, 신장 사구체여과율 감소 등을 야기하고 면역을 약화시켜 상처회복을 지연시키고 감염 및 합병증의 위험도를 높인다.

 비교적 건강한 경우에는 경구섭취의 감소원인을 평가하고, 고단백식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D를 보충해 줌과 동시에 근감소증,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한다.

약물치료는 신중해야

 한편 약물치료에 대해서는 존스홉킨스의대(Johns Hopki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레만(Habib U Rehman) 교수는 노인을 대상으로는 소규모 연구들만이 있고 대부분 약물들이 심각한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Clinical Geriatrics. 2005;13:37-43).

 암이나 에이즈(AIDS)로 인한 체중감소가 있는 젊은 환자에게서 드로나비놀(dronabinol)이나 시프로헵타딘(cyproheptadine) 등 식욕촉진 약물들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직 고령인구를 대상으로는 증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약물들이 생존율 향상에는 효과가 없었지만 삶의 질은 다소 향상시켰다는 연구는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홍 박사도 상황에 맞게 약물을 사용하되 섬망, 어지러움, 변비, 구강건조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심한 경우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는 파킨슨병, 단백동화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는 간 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관찰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약물로는 식욕증진과 우울증 치료에 미르타자핀(mirtazapine), 에이즈로 인한 악액질을 동반한 식욕저하에 드로나비놀, 식욕을 약간 증가시킬 경우에는 시프로헵타딘, 구역질을 유발하는 식욕부진에는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 암이나 에이즈로 인한 식욕부진일 경우에는 단백동화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필요에 따라 성장호르몬, 메게스테롤(megesterol),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남자일 경우)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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