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내 도파민 농도 높이는 약물 원인
과다 복용 예방해야…서방제 복용도 고려를


 ■ 파킨슨병 환자는 중독과 거리가 멀다?= 드물지만 파킨슨병 환자도 병적 도박, 쇼핑중독, 성도착, 약물중독과 같은 중독증에 이환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가 보고됐다(Neuron 2009;61:502).

 도파민 분비가 절대적으로 감소되어 있는 파킨슨병 환자는 일반적으로 충동적이거나 중독성 행동에 빠져들지 않는다.

 1913년 최초로 보고된 연구에 의하면 파킨슨병 환자들은 특징적으로 완고하고, 내향적이며, 느긋한 성격을 보이며, 담배나 술을 즐기지도 않는다.

중독증과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져 있던 파킨슨병 환자에서의 중독증 발생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도파민성 약물(레보도파, 도파민 작용제)의 과도한 복용과 관련이 있었다.

 ■ 도파민성 약물과 중독증=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어 발생하는 파킨슨병은 진전성 마비(paralysis agitans), 경직, 운동느림, 자세 불안정성 등 운동증상과 더불어 인지·기분장애를 동반하는 질환이다.

도파민대체요법(dopamine replacement therapy)은 이같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독립성을 증진시키고 생존율을 올리는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중에서 가장 효과적이다.

환자 5%에서 나타나
도박·약물·쇼핑 등 다양
젊은 남성환자는 위험군


 도파민 전구체인 레보도파는 직접 뇌안의 도파민 농도를 높이며, 도파민 작용제는 환자의 도파민 분비 및 재흡수 능력에 상관없이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함으로써 도파민계통의 신경신호 전달을 항진시킨다.

이들 약물은 환자의 도파민 분비·재흡수 능력에 상관없이 직접적으로 뇌내 도파민 농도를 높임으로써 작용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증상이 도파민성 약물 치료에 반응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는 이와 무관하게 환자가 강박적으로 추가적인 다량의 약제를 복용하거나(도파민조절장애증후군), 중독증에 빠진다.

 도파민성 약물은 운동장애 개선뿐 아니라 행복감과 긍정적인 기분을 높여주고, 이같은 느낌은 용량증량 및 시간경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렇기에 도파민성 약물을 복용하는 파킨슨병 환자중 해당 약물중독을 포함한 다양한 중독증에 대한 보고는 2000년 앤드류 로렌스의 연구(JNNP 2000;68:423)를 시작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치료에 순응하는 파킨슨병 환자의 일부에서만 중독증이 발생하는 것은 유전성 요인과 약물복용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도파민성 약물의 가장 효과적인 조합과 적절한 용량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요구된다.

 반면 코카인과 암페타민 역시 뇌내 도파민 농도를 높임으로써 중독을 유도하지만, 이로 인한 중독증은 파킨슨병 환자에서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이들 약물이 도파민 분비를 항진시키고 재흡수를 억제시켜 뇌내 도파민 농도를 높이는데 반해 파킨슨병 환자는 도파민 분비 및 재흡수 능력이 매우 떨어져 있어 이들 약물에 대한 반응정도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도파민전달물질 손상가설과 도파민수용체 손상가설 등이 보고되어 있지만 명쾌한 기전은 도출되어 있지 않다.

 ■ 스크리닝을 위한 중독증 신호탄들= 파킨슨병 환자를 중독증에 취약하게 하는 위험인자로는 파킨슨병의 중증도, 장기간 치료, 남성, 발병시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 우울증, 약물 또는 알코올 남용력, novelty seeking 등이 언급되고 있다.

 중독증 발생시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진행전에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위험군은 스크리닝을 통해 중독증으로 인한 위해의 최소화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간호사의 감시가 필요하며, 남용방지를 위해 약물은 1주 단위로 처방한다. 울산의대 이종식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는 "진행이 많이 된 심한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레보도파 서방제를 선택하라"고 주문한다.

 ■ 약만 줄이면 나을 수 있다?= 중독증 발생시 도파민성 약물 감량 이후 중독증 및 충동조절장애는 완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치료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보고된 내용은 없다.

이 교수는 "약물감시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정신과와의 협진, 약물농도 조절, 입원치료 등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음"을 제안한다.

 그밖에 시상하핵심부뇌자극술(SNT DBS)로 강박적인 약물복용을 줄이고, 초기 STN DBS와 최소한의 도파민성 약물 투약으로 고위험군에서 잠재적인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된 바 있다.

 인터넷 도박중독이 사회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요즈음, 파킨슨병 환자의 중독증에 대한 이같은 보고는 흥미롭다. 이종식 교수에 따르면 중독증 발생률은 도파민대체요법 중인 파킨슨병 환자의 5% 수준이다.

 그러나 행복감에 도달하기 위해 의사에게 숨기고 치료약물 복용량을 환자 스스로 증량하는 경우가 있기에 그 비율은 더 높을 수 있다. 그렇기에 임상의는 도파민성 약물의 장기투약이 중독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도움말 = 이종식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 박영민 인제의대 교수(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복측피개영역 도파민농도 과다증가때
중독증·충동·진기함추구증 등 나타나

발생 경로

 뇌내 어떤 부위가 도파민성 약물을 복용하는 파킨슨병 환자에서 중독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까? 파킨슨병으로 인한 도파민 세포의 사멸은 주로 흑질에 나타나며,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복측피개영역은 복측선조체와 더불어 감정조절 등에 관여하는 중뇌변연계를 형성한다. 복측 선조체의 도파민 농도가 낮을 경우에는 파킨슨증후군 양상, neophobia(새것혐오증) 등이 관찰된다. 반대로 이 영역내 도파민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중독증, 충동, novelty seeking(진기함추구증)이 나타난다.

 Novelty seeking은 도파민 분비가 상대적으로 높을 경우 새로운 것을 찾아 시도하는 것을 즐기는 성향을 의미하며, 도파민 분비량이 많은 정상인에서도 관찰된다. 이같은 경로는 정상인이 코카인이나 암페타민 중독, 도박 중독증에 이르는 경로와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흑질에 연결된 신경말단이 닿는 배측선조체는 운동담당영역으로 도파민 농도가 낮은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서동(bradykinesia)이 나타난다.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에는 틱과 같은 이상운동증(dyskinesia)을 유발하는데 파킨슨병 환자의 반 이상에서 나타나며, 젊은 환자의 경우 80%까지 이른다.

 약물 중독증 발생률에 비해 운동증상의 부작용 발생빈도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파킨슨병 환자에서 복측선조체의 병변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추가적인 임상병리학적, 약물유전학적 연구가 요구된다.

도파민 장애 경로 다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 역시 선조체(전두-선조체)의 도파민 분비가 낮지만, 이들은 오히려 충동적이고 중독위험이 높다.

 이들에게 암페타민은 충동 및 중독위험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선조체에서 도파민 농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도파민재흡수차단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역시 ADHD 환자와 전측두치매중 전두엽 이상 환자에서 도박중독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상반되는 이론의 근거로 인제의대 박영민 교수(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는 "도파민 장애경로의 차이(파킨슨병-중뇌변연계 경로, ADHD-중뇌피질 경로)로 인한 가능성"를 언급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가설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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