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등급 C…A는 겨우 11%

임상시험 보다 전문가 경험기반 위주
지난 24년간 심장질환 분야 권고 분석

 증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이 임상에서 명확히 자리잡기 위해 과학적 임상시험이 더 많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심장학계에서 제기됐다.

 실제 심장질환 관련 임상 가이드라인들을 분석한 결과로, 권고의 과학적 근거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2009;301:831-841"에는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 순환기질환 관련 가이드라인의 상당수 권고내용이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과학적 증거의 기준이 되는 RCT(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 연구결과보다는 전문가의 경험에 기반한 권고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

 ACC와 AHA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 심장학계의 화두가 탄생하고 논의되는 현장이다. 매년 2만명이 넘게 참석하는 연례 학술대회는 그 해의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고 이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는 등 심장학 발전의 중심에 서 있다.

이같은 학술적 논의를 임상에 적용키 위한 양 학회의 노력 역시 돋보인다.

 지난 20년간 임상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상당수의 심장질환 관련 가이드라인이 이들에 의해 발표돼 왔다.
 두 학회는 이 과정에서 현대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불리는 증거중심의학을 적극 대입했다.

즉, 어떠한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권고는 반드시 과학적 검증을 거친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임상 가이드라인이 권고등급과 근거수준을 구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증거중심의학을 주창한 당사자들의 가이드라인 역시 아직은 과학적 근거의 활용에 제한이 있음을 이번 연구가 밝혀줬다.

 문제의 핵심은 권고를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임상시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연구팀은 1984~2008년까지 양 학회가 발표한 심장질환 관련 공동가이드라인을 분석, 권고내용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조사했다.

 이 기간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총 53건으로, 권고만 총 7196건에 이른다. 이들 가이드라인은 대략 5년에 한번씩 개정됐다.

 최소 한번 이상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대한 분석에서는 동기간 권고 건수가 1330에서 1973건으로 4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권고들은 얼마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을까? 권고에 대한 증거수준을 제시한 총 16개의 가이드라인을 분석했더니, 총 2711건의 권고 가운데 314건 만이(11%) "Level of Evidence A"로 분류됐다. 증거수준 A는 "해당 권고가 다수의 무작위 임상시험 또는 메타분석 결과에 근거"함을 의미한다.

 반면, "전문가 의견, 케이스연구, 표준진료기준에 근거"한 "Level of Evidence C"는 절반에 해당하는 48%를 차지했다. 특히, 심장판막질환 가이드라인의 경우 권고의 71%가 증거수준 C로 분류돼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증거수준 A를 가장 많이 확보한 가이드라인은 불안정형 협심증, 비ST분절 상승 심근경색, 심부전, 심혈관질환 이차예방 분야로 20%를 상회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 "ACC와 AHA의 임상가이드라인 권고의 상당 부분이 낮은 수준의 증거나 전문가 의견에 근거해 제시되는 가운데, 명확한 증거가 없는 권고들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며 "RCT 등 증거수준의 확대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ACC·AHA 가이드라인 권고의 증거 수준

▶ Level of Evidence A
다수의 무작위 연구 또는 메타분석으로부터의 증거 기반 권고.
▶ Level of Evidence B
단일 무작위 연구 또는 여러 비무작위 연구들에 기반한 권고.
▶ Level of Evidence C
전문가 의견, 케이스 연구, 표준진료기준 등에 기반한 권고.

ACC·AHA 가이드라인 권고 등급
▶ Class I:

권고내용의 효과와 유용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와 전반적인 동의가 있는 상태.
▶ Class II:
권고내용의 효과와 유용성에 대한 상반된 증거와 다양한 견해가 있는 상태.
▶ Class IIa:
권고에 대한 증거나 견해가 유효성과 유용성이 있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상태.
▶ Class IIb:
권고에 대한 증거나 견해가 아직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상태.
▶ Class III:
권고내용이 비효과적이고 유용하지 못하다는 증거와 전반적인 동의가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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