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기준 앞에 소신진료 ´흔들´

2차 병원이라 할지라도 환자의 중증도가 심각하다면 3차 병원의 인정 기준을 동일하게적용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항생제나 고가의 항생제는 너무 많이 삭감을 당하고, 삭감할 때는 치료의 우선 순위에 관계없이 무조건 제일 비싼 항생제부터 삭감한다.

그러니 선뜻 손이 가기 쉽지 않다.

물론 정확한 적응증을 가지고 사용하여야 하며, 그래야 내성균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생사가 달려 있다고 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여러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여지없이 삭감 당하기 일쑤이다.

새로 개발된 신약들은 대부분 비싸다. 요새는 개발비가 엄청 들어가니 비쌀 수밖에 없다. 최근 개발된 호흡기약으로는 천식을 치료하는 약들이 많다.

특히 스테로이드와 베타 항진제의 병합요법제인 Seretide나 Symbicort 등, 또 새로 개발된 류코트리엔 조절제인 오논, 싱귤레어, 아콜레이트 등이 많이 삭감되고 있다.

이런 약제들은 이제 천식 치료의 모든 단계에서 사용이 인정되는 약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만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보험공단에서 인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여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기관지확장제, 거담제, 진해제 등의 병용에 있어서도 많은 삭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치료비의 삭감 및 저수가로 인하여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이중의 가장 어려운 곳은 중환자 치료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현대식 시설을 한 병원에 근무하는 중환자실의 의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효율성과 구조조정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명제가 되어 있는 요즈음의 시각으로 본다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험수가 체계에서 어떻게 10년 동안 월급을 받으며 중환자실 책임의사로서 남아 있을 수 있었는지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가 근무하는 중환자실은 내과적 중병인 환자만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내과계 중환자실이다.

28개 병상이 있고 전문의, 전공의, 간호사 등을 포함하여 80명의 전문인력이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중환자실이다.

1년 내내 빈 병상이 거의 없는 상태로 일하여 받은 수입·지출 성적표는 15억8천8백만원의 적자였다고 하였다.

환자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중환자실에서 충분한 인력과 시설 장비는 필수적이다.
 
선진국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중환자실 한 병상당 병원이 지출하고 있는 고정 비용은 하루 27만9천원이다.

보험에서는 6만4천7백원 이것도 그사이 여러 번 인상된 금액을 지급한다.

문제는 수지상의 적자만이 중환자실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아니다.

이보다 더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중환자 치료에 대한 보험 급여에서의 여러 제약들이다.

예를 들어 심한 감염으로 혈압이 떨어진 환자에게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시켜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약물인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주사제는 하루 4 앰플만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보험에서 인정하는 최고 용량으로 혈압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중환자는 환자 스스로 혈압을 올려 살아나든지 아니면 죽어도 좋다는 뜻인가?

또한, 올해부터 시행될지도 모르는 포괄수가제에 따르면 중환자실에 16일 이상 입원하면 병상관리료는 더 적어진다.

장기치료가 필요한 중환자들에 대한 배려를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이 전문적 치료에서조차 의사들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전쟁에 나선 병사에게 충분한 총알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중환자실을 제대로 그리고 수요에 맞게 병상을 확장할수록 적자는 늘어나므로 운영 상태가 어려운 병원에서는 중환자실에 대한 장비나 인력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들은 결국 중환자들에게 좋은 의료를 제공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하였다.
 
현재 이로 인해 각 병원에서의 중환자 기피 현상이 나타나며 제대로 중환자실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

그러므로 국민은 올바른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누가 이런 상황에서 일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인가?

누구나 의료 혜택을 받도록 건강보험을 만들었다. 교육 평준화를 이루는 것만큼 진료평준화를 이루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제도처럼 의료의 하향 평준화를 만드는 것이 현재의 건강보험제도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문제의 해결은 단순히 심사기준 및 삭감에 있지 않다.

건강보험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늘어가는 의료비의 지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의료비의 지출은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5분의1로 저개발국과 비슷한 정도이다.

국가에서 단순히 의료비의 지출을 줄이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국민이 주장하는 양질의 진료를 받아야 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국민은 최선의 치료를 받고 의사가 심사 기준에 의해 피해를 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비 삭감 등을 포함한 저수가의 문제 역시 국민의 건강권 향상의 차원에서 검토해야 하며, 의사들이 환자 앞에 떳떳하게 옳은 진료만으로 노력한 만큼의 충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진료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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