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판독의뢰 시스템 마련해야

의료공급의 국가 유형

사회적 경제적 수준의 발달과 함께 의료도 국가에게 책임을 지고 제공하는 것을 관리 감독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그러나 국가에 따라서는 이러한 관리, 감독을 가능한 최소화하고 민간이 자유경쟁에 의해 이러한 의료를 제공하는 나라가 있으나 대개는 국가가 관리하면서 민간의료를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며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제도가 있으나 민간의료보험이 의료비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민간자율에 의한 의료는 그 특성상 고비용을 요하게 된다.

고비용은 그만큼의 수입이 보장되어 그 수입을 증대하기 위해 끊임없는 의료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의료기술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나 그에 따른 부가가치 또한 높다.

그러한 이유로 의료기술 개발에 따른 의료기기, 약품은 대개 미국에서 이루어 지고 나머지국가는 그것을 도입해 치료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가에서 의료를 통제하고 제공하는 나라는 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이며 이미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모토와 함께 모든 복지를 국가가 제공하는 나라에서는 의료를 국가에서 제공하고 통제를 하여왔다.

이러한 국가통제하의 의료는 그 혜택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자유경쟁체제에서의 고비용을 지양할 수 있고 국민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의료를 이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개인이 의료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국가에서 제공하다보니 그 효율성이 감소하고 개인의 필요에 의해 의료를 이용하려고 해도 의료체계 원칙에 준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 우선 일차의료 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이러한 일차의료 기관에서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면 더욱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2차, 혹은 3차 의료 기관으로 의뢰를 하여야 환자가 좀더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돼 있어 환자가 질병을 치료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일이 더욱 빈번해졌다.

그러한 예로 뉴질랜드로 유학을 간 한국의 초등학교 학생이 배가 아파 그곳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가 간단히 진찰만 하고 경과관찰을 하자고 하여 여러번 진료를 받았으나 같은 진찰과 간단한 투약만 받아 왔다.

이 아이가 배가 계속 아파 한국에 와서 진료를 받으러 와서 바로 초음파검사와 대장촬영검사를 동시에 시행하여 충수돌기염이 심해 농양이 형성되고 그로 인해 대장천공까지 합병돼 바로 농양제거수술을 받았다.

좀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나 모든 의료를 국가에서 제공하는 경우 그 원칙에 의해 진료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빈발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시작

우리나라는 19세기말 서양의학이 도입되면서 극히 일부만이 의료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식민지 지배하에서 벗어나고 대한민국이 건국되어 민주국가가 성립되는 과정중한국전쟁을 경험하게 되고 이 와중에 많은 파괴와 인명의 손실을 초래하였으나 외국의도움으로 가까스로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고 1960년대의 경제개발에 의한 단군 이래의 가난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욕구가 절실해지면서 1963년 12월 16일 의료보험법이 제정되고 1977년 7월 1일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어국민이 의료보험의 혜택이 받을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의료보험은 국민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평균수명의 연장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으나 그 과정중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책정된 저수가가 문제였으며 이로 인해 의료의 왜곡 현상은 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부터 발생하게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건보수가의 문제점

방사선과는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다른 임상과와는 달리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으나 그와 더불어 1999년 11월 15일 정부가 주도하여 시행하게 된 상대가치 수가는 방사선과에 더욱 많은 문제점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정부의 상대가치수가제도는 미국에서 1992년부터 의사행위료 상환제도의 수가산정에 이용되는 자원기준 상대가치체계를 우리 나라 사정에 맞게 재 고안한 것으로 총 상대가치를 진료비용과 의사업무량의 합으로 산출하고 여기에 환산지수를 곱하여 수가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상대가치 값을 결정하는데 있어 의사업무량이 진료비용의 10분의 1정도로 산정되어 진료 행위의 난이도에 따른 의사업무량은 총 상대 가치값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더구나 방사선과는 타과에 비해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므로 의사업무량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욱 미미하게 인정되었다.

또한 이러한 기초자료를 소위 한국에서 장비와 검사건수가 가장많은 몇 개 유명대학병원 자료로 진료비용을 산출하여 실제보다 더욱 낮게 산출되었으며 이러한 진료비용 산출의 문제점을 안고 총 상대가치 값과 빈도를 기준으로 각과의 파이를 나누는 과정에서 방사선과의 파이는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현행 방사선과의 상대가치 값이 타과에 비해 72% 정도로 평가절하 되어 있다.

이와 함께 방사선과는 보편성과 전문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환자를 진찰하기 위해서는 어느 의사나 방사선 장비를 갖추고 검사를 시행하여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부분은 방사선과 전문의의 판독이 필요한데 우리 나라 현실에서는 이러한 판독의뢰 시스템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큰 원인은 낮은 수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의뢰하여 전문적인 자문을 받는 것보다는 진료의사가 직접 필름을 보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경영수지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관행이 저가의 방사선 촬영장치의 설치와 비전문적 판독으로 인한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의료행태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편, 방사선과의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중 하나는 지엽적이기는 하나 CT촬영을 타기관에 의뢰하는 소위 수탁검사시 진료의 적정성 확인을 위해 검사의뢰기관에 요양 급여비를 지급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진료가 요양급여의 일반원칙에 의하여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진료를 담당한 요양기관에서 일괄 청구하게 한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기준이라고 생각된다.

CT검사는 생체의 일부분을 떼어내어 검사를 의뢰하거나 가검물을 검사 의뢰하는 경우와 다르며 환자 자신이 이송되어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므로 검사를 한 기관에 지급해야 마땅하며 진료의 적정성 여부 등의 확인은 환자의무기록과 함께 판독지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반드시 개선돼야 하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을 국민총생산(GDP) 대비 5.1% 정도로 미국의 13%, 독일의 10.6%, 프랑스의 9.6% 등에 비해 절반정도의 수준이다.

이러한 수준에서 의료의 욕구는 선진국에 버금가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의료행위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일반 방사선 촬영장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개는 설치기준미달의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하고 환자에 대한 특별한 관리 없이 방사선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조사를 시행한 유방촬영기는 전 촬영기의 40%정도가 규격미달의 촬영기로 조사되었고 이러한 규격미달의 유방촬영기로 유방암 검진을 시행하고 있어 과연 이러한 검사가 얼마나 국민건강에 기여할지 의구심이 간다.

더욱이 CT촬영기를 조사한 경우에도 규격미달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규격미달의 CT촬영기로 검사한 경우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없고 전문요양기관으로 이송시 재촬영을 하여 환자에게 진료비에 있어서 이중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국가전체로 보더라도 보건재정의 손실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불량촬영기의 사용은 지양돼야 하며 전문 방사선지식을 습득한 방사선전문의에 의한 검사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우리나라의 진료형태가 변화돼야 하겠다.

이러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가가 우선 의료의 형태에 대해 정확한 의지를 가져야 하겠다.

저수가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려고만 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의료형태로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각과의 전문성을 살려 방사선과의 고유영역인 방사선촬영이 모든 진료의 기본이 되면서 적절한 질의 검사가 이루어지게 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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