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재료대 반드시 별도 산정을

최근 마취통증의학과는 표방과목의 변경과 더불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중대한 시점에 있다고 생각된다.

오랫동안 본과는 전공의 지원자가 부족함에 따른 인력수급의 문제로 항상 곤란을 겪어왔는데 이는 수술이 결정되면 시도 때도 없이 마취를 해야 되는 수동적인 의료 환경과 이러한 의료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낮은 마취료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 등이 원인으로 생각되어 왔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의 진료에 염증을 느끼고 수동적인 의료 환경과 저수가 의료의 탈피를 위하여 통증클리닉 개원이 유행하게 되는현상이 나타났으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더욱 부족하게 되는 악순환이 초래되었다.

이러한 환경이 지속되는 한 의료 불균형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며 따라서 본학회에서는 건강보험 부분에서의 몇 가지 대표적인 문제점들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하며 조속한 시정을 촉구하고자 한다.


수가체계의 문제점

마취통증의학 분야의 특성상 마취 및 통증치료 분야로 나누어서 기술하고자 한다.

먼저 마취 분야에서는 대부분 재료대를 별도 산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3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보건복지부 고시만 하더라도 신설된 마취중 감시법(말초산소포화도감시, 침습적동맥압감시 및 중심정맥압감시) 중 침습적동맥압감시에 필요한 재료대(monitoring kit)를 별도로 산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요되는 재료대가 이러한 신설된 보험급여를 상회한다면 새롭게 인정된 환자감시법의 급여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재료대는 누가 부담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간 그러한 의료행위 자체도 급여를 받지 못했는데 그 정도로나마 만족하라는 말인가?

생명징후가 불안정하여 촌각을 다투는 중환자의 마취인대도 시술로 인한 재료대 손실을 감수키 싫어 이러한 감시법을 시행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환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마취 및 수술중의 사고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회복실에는 간호사와 의사 등을 포함한 다수의 의료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수많은모니터가 장치되어 있고 유사시에는 중환자실을 방불케하는 집중치료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들의 인건비와 치료비, 모니터 장비의 감가상각비, 소모품비를 청구할 항목이 없다.

중환자실의 치료비는 일반 병실료의 3배에 달하며 미국에서는 회복실 입실 기간을 마취행위와 동일하게 인식하여 마취시간에 포함해 청구하는 것을 볼 때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통증치료 부분에서의 모순을 살펴보면 우선 보건복지부 2000-73호(2000.12.30.)로 고시된 신경차단술의 산정기준이 있음에도 "신경차단술은 상병 불문하고 주 2~3회 인정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신경차단술에 대한 독소조항이다.

전문학회인 대한마취과학회와의 충분한 의견조율이나 심평원 마취통증의학과 비상근심사위원들로 구성된 분과위원회와의 조정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당연히 상병에 따라 치료횟수 및 기간이 조정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대한마취과학회에서는 대마 20220호(2000.6.13)로 신경블럭의 실시간격, 횟수에 대한 학회의견을 건강보험연합회로 보낸 바 있다.

치료라는 것은 환자의 상태를 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의사의 고유 영역이며 치료기간의 의미는 주 1~2회 인정하는 처치의 의미와는 크게 다름에도 단순히 내원 일수를 가지고 치료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진료현장의 역동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서류상으로만 평가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더욱이 만성통증은 타상병과는 달리 평균적 치료기간을 산출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환자마다 통증의 양상이나 치료기간이 다양하며 2달 정도의 신경치료실에서의 신경차단이나 기타 치료법에 의하여 근치될 수 있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2달 이상을 치료해도 통증이 완전 소실되지 않고 통증의 강도만 약해져서 일상의 생활로 복귀가 가능하기는하나 실제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2달간의 신경블럭 치료 후에도 계속적, 주기적으로 통증치료를 요하는 환자도 상당수 있는 바 이는 만성통증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평생을 따라 다니는 질환으로 간주되어야 함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거늘 이 중 몇몇 질환을 제외하고는 2달의 치료기간의 제한을 받게 됨으로써 환자치료에 많은 곤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신경블럭 횟수 및 기간을 최대 2달만 인정한다는 심사평가조정위원회 2001년 2월 19일자 결정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본 학회의 의견이다.


신경차단술 세부 인정기준에 대한 개정안 제시

본 학회에서는 이 지면을 통해 몇 가지 신경차단술 세부 인정기준에 대한 개정안을 제시해 보고자 하며 각각에 대한 사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신경차단술은 통증완화 또는 치료목적으로 시행할 경우에 산정하며, 처치 및 수술시 마취목적으로 시행하는 경우에도 시술행위에 따라 해당 신경차단술의 소정금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기존의 조항은 수술을 위한 신경차단술과 통증치료를 위한 신경차단술로 구분을 명확히 하여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통증완화 또는 치료목적으로 실시하는 신경차단술은 상병명, 환자의 상태 및 신경차단술에 대한 환자의 반응 등에 따라 그 종류와 실시간격 및 횟수 등이 달라질 수 있으나 적정 치료기간 등을 감안하여 동 시술에 대한 산정기준은 다음과 같이 한다"는 조항에서 "상병명"을 "동일병명"으로 변경해야 한다.

상병명이란 병명과는 관계없는 내용이므로 예를 든다면 상체와 하체의 치료를 각각 다른 날 시행시도 각각 일회씩이 아니라 합계하여 2회 시행한 것이 되는 이유가 이 조항때문이다.

셋째, "신경차단술 실시 부위별로 실시간격을 불문하고 실 횟수대로 산정하되, 최초 시술부터 15회까지는 해당 소정금액의 100%, 15회 이상시는 해당 소정금액의 50%를 산정한다"는 항목은 15회 이상시 약을 50%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시술을 50%만 하다가 그만 둘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 효과도 50%만 있다는 의학적 근거도 없음에도 50%만 인정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므로 이러한 부당한 고시는 시정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외래 진료시 물리치료와 국소주사 등(관절강내, 신경간내주사, TPI, 신경차단술 등)을 동시에 실시한 경우 주치료는 100%, 물리치료는 50%만 인정한다"는 조항은 신경차단술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하여 또 신경차단술 후 일시적으로 있을 수 있는 통증 등의 완화를 위하여 물리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환자의 ADL(Activity of Daily Living)의 개선을 위하여 꼭 필요하므로 이의 100% 인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70세 이상 노인환자 가산율 폐지에 대하여는 신경차단술 역시 마취와 마찬가지로 특히 고령(70세 이상)에서의 활력징후 변화가 충분히 있으며, 또한 기존질환(고혈압, 당뇨, 폐질환등)의 합병증으로 신경차단 시술 후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은 환자 감시가 필수적이다.

노령화 사회에 대비한 노인의료비 대책으로 "노인 요양 보험" 제도를 도입하여 과중한 노인요양비나 간병비용을 지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일선에서 노인환자 진료에 필요한 70세 이상 노인환자의 치료를 위한 가산율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섯째, 건강보험에 대한 보건복지부고시에 굳이 교과서에 이미 서술되어 모든 의사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금기증을 나열하여 신경차단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이유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2001년 7월 16자로 발표한 의료분쟁 조정법에 대한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 "어떻게든 선의의 피해가 없게 하자"는 내용으로 이해되는데 한편에서는 이런 금기증들을 고시에 명시, 의료분쟁을 조장하고 한편에서는 의료분쟁조정법을 제정하는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요소들은 개선돼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일곱째, 특수한 시술시에 반드시 방사선 영상증폭장치의 도움이 있어야 되는데 이때 사용한 방사선료나 조영제료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방사선 장비의 감가 상각비는 누가 감당하며 조영제료는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기는 하나 현행 보험체계하에서 대표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모순점들에 대해서 이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개선책이 행정당국에 의하여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보험재정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십분 이해는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의료행위의 하나인 마취통증의학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하여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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