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의료 바로 서게 정부 도와야

준비 안된 의약분업 강행 이후 개원러시가 이뤄졌고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의약분업으로 인한 진료수가의 인상으로 개원가의 수입이 증가돼 너도나도 개원을 선호하게 됐다는 의견과, 의사인력의 배출 증가로 미래의 공급과잉을 대비해 우선 먼저 개원의 기회를 잡고자 무리를 해서라도 개원러시에 동참하게 된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다.

여하튼 개원러시로 인한 중소병원의 의사 인력난과 개원가의 호황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로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해서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인 일차의료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개원러시로 일차의료가 너무 비대해졌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의 개원형태는 바람직한 일차의료의 강화와는 동떨어져 있다.

소위 비급여 과목의 개원 치중 및 모든 진료의 근간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일차의료를해야 하는 가정의학과 의사들마저 비급여 항목이 주된 진료를 보는 비만, 항 노화 클리닉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니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일차의료는 중소병원보다도 더 위기라 할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는 왜 필요한 것인가?

한마디로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즉, 비용·효과적인 의료서비스가 시의 적절하게 모든 국민에게 제공될 수 있고, 요즘의 화두인 재정안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모든 국가들이 일차의료를 정책과제의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이유도 일차의료가 국가 보건의료체계에서 갖는 의미와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차의료는 단과 전문의 중심의 진료에 비해 진료비가 적게 들고, 과잉진료를 막을 수있으며 최근의 질병구조 변화, 즉 만성 퇴행성 질환의 증가와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한 질병구조의 변화에 대하여도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건강 증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상담 및 교육 등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긴밀하고 지속적인 의사-환자 관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적합한 형태가 일차의료의 진료형태인 것이다.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진료의(주치의)는 환자의 다양한 의료 욕구에 대한 친밀한 조언자이자, 환자의 질병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상위 수준의 전문성을 갖는 진료와 연계시키는 문지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만일 감기 환자가 많은 비용을 투자한 대형 병원의 응급실을 이용한다면 그 많은 투자는 오히려 낭비가 되는 것이며, 동시에 응급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가 시의 적절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워질 수 있는 불균형이 초래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모든 개원의가 이런 일차의료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개원가에는 이런 주치의 역할을 수행해 줄 수 있는 일차의료의사와 단과전문의들의 2차 의료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

주치의 역할을 수행해 줄 수 있는 1차 의료와 보다 고도화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과를 분리해서 이들의 자원을 적절히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여 도매금으로 개원의를 모두 1차 의료 담당자라고 보면서 재정안정만을 위해 일차의료를 무너지도록 방치한다면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일이 초래될 것이다.

내년에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다는 기사를 보고 기대를 가지고 읽어 보았지만 의원급의 병상수를 줄이겠다는 계획만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 역시 이런 오해로 인해 세계적인 추세인 일차의료에 대한 지원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억제해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의 노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증가, 그리고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늘어나는 의료비 상승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큰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차의료 활성화 정책들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네덜란드의 "주치의제도 전격시행"이나 독일의 "일반의(GP)에 대한 환산지수 차등" 등이 그 예이다.

독일에서는 개원의중 일반내과 일반소아과 그리고 가정의에 해당되는 종합의가 일반의로 분류되고 나머지 단과전문의는 전문의로 분류가 된다.

의료의 질적 측면을 고려하여 일부 고도의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전문의만 행할 수 있도록 제한을 하고 있지만 일반의는 일부 의료행위가 제한 받는대신 진찰료를 전문의에 비해서 두 배 조금 넘게 인정을 받고 있다(상대가치점수 1점당 전문의는 3페니, 일반의는 7페니).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이들 일반의들이 환자를 먼저 보고 이후 진료의뢰서를 가져야만 단과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말이다(메디케어).

모든 나라가 재정절감을 위해 일차의료를 살리려 노력하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이런 점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전혀 없으니 과연 재정절감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체계의 문제점 중에 하나가 원칙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의사는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많은 의료행위가 전문과에 따라 급여 제한을 받고 있다.

순음 청력검사가 고도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 없는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가정의학과는 제외되고, 물리치료, TPI 역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 지역사회에서 흔한 질환으로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가정의학과가 흔히 보는 질환인데도 말이다.

우울증은 모든 사람이 일생에 절반은 경험한다는 매우 흔한 질병임에도 저가약의 경우가정의학과 의사의 진료 시 급여를 해주고 있지만 SSRI 계열의 약물을 6개월 이상의 장기복용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우울증임에도 불구하고 2달간만 인정해주고 이후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고 하니 저가약은 급여되고 선진국에서 우울증 치료의 1차 선택약이라고 인정받고 있는 SSRI약물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질환에 대해 모든 의사가 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원칙이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부 고도의 전문적인 의료행위에 대하여 교육을 받은 의사들만 제공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대신 제한을 받은 일차의료 진료의사들에게는 진찰료나 다른 수가로 적절히 보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것에 대한 원칙이 없다.

즉 어떤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의사가 다 할 수 있다라는 원칙이 적용되고 있고 어떤 행위에 대해서는 보험급여를 제한하여 분란만 야기시키고 있다.

최근에 여기저기에서 일차의료 전문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일차의료에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일정기간마다 면허를 갱신하고, 일정기간 수련후 개원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 그 내용은 병원의 의사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하고 있다.

수준 높은 일차 진료의사를 위해서 단순히 인턴을 2년으로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교육의 주체도 없이 더구나 일차진료를 담당하기 위한 가정의학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제도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가정의학과 역시 병원인력부분과 질 높은 일차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정책적 대안과 노력의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보여진다.

더 이상의 근시적인 억지 땜질식 보완 방법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다함께 노력하여 진정한 의미의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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