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H검사 상대가치점수 상향 불가피

건강보험 수가가 낮다는 것은 의사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론 건강보험 재정이 모든 수가를 적정수준으로 높일 만큼 여유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중 너무나 불합리하게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는 것은 건강보험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개정해야 한다.

이런 취지로 피부과는 미생물 현미경 검사(KOH), 광첩포시험, 9% 이하 대상포진 피부과처치의 의료행위에 있어 상대가치를 개정하고자 상대가치 개정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하였다.

위의 세 가지 의료행위는 상대가치 점수가 다른 의료행위에 비해 너무 비합리적으로 낮아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정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미생물현미경 검사 즉 KOH검사는 의사가 직접 진균증 환자의 피부에서 피부각질을 채취하여 KOH와 DMSO용액에 5분 정도 녹인 다음 현미경으로 곰팡이를 찾아내는 검사로 전공의 1년차 동안 1년 내내 현미경을 보아도 곰팡이를 찾지 못하는 실수를 할 정도의 고난이도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상대가치 점수는 12.20점으로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이것도 시약을 하나만 쓴다는 미명 아래 30%가 다시 삭감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KOH와 DMSO 두 가지 용액을 쓰고 있다.

KOH 검사라는 명칭 때문에 한가지 시약만 쓰는 것으로 오해가 생긴 것이다.

만약 KOH 검사의 상대가치가 임상병리 검사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KOH검사의 상대가치 점수 상향조절이 불가한 것이라면 KOH 검사 대신 진균검경검사로 명칭을 변경하여 진균검경 및 도말염색, 피부기생충검경 항목으로 분류해야 한다.

또 하나, 비합리적 수가의 대표가 광첩포시험이다.

광첩포시험은 첩포시험에 자외선 조사를 추가하여 자외선과 함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을 조사하는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첩포시험의 상대가치 점수가 49.80인데 비해 광첩포시험은 상대가치 점수가 16.72로 돼 있으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

건선이나 백반증 치료를 위한 자외선 치료에 쓰이는 8-MOP의 경우도 사용량은 환자의 체중이나 질병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보통 교과서대로 ㎏당 0.5㎎을 처방한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8-MOP용량은 약품설명서에 1회 20㎎을 사용한다고 명기되어 있으므로 20㎎ 이상은 인정할 수 없다고 삭감한다.

교과서에 분명히 ㎏당 0.5㎎이라고 쓰여 있는데 제약회사 약품설명서에 1회 20㎎으로 되어 있다고 그 이상 처방하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삭감하는 것이다.

자외선 치료의 경우도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가끔 일주에 3회, 어떤 경우에는 5회까지도 시행하고 있는데 무조건 2회로 제한하여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고 있다.

비합리적인 수가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외선 B치료와 PUVA 치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Narrow band 자외선 B lamp가 개발되어 8-MOP을 먹지도 않고 건선, 백반증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Narrow band 자외선 B 치료는 lamp의 가격이 워낙 고가이고 치료시간이 10배 이상 길어지는 고비용의 자외선 치료라 기존의 자외선치료 수가로는 자외선 치료실을 유지하기 힘들다.

Narrow band 자외선 B치료의 상대가치 점수의 상향조정이 필요하지만 이 또한 피부과학회의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Narrow band 자외선 B치료를 하면 8-MOP 처방도 필요 없게 되어 약값, 조제료가 절약되니 건강보험재정절약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수가가 다시 책정되어 Narrow band 자외선 B 치료가 일반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피부병은 만성적이고 난치성이다. 특히 족저사마귀는 경우에 따라 냉동치료를 10번 이상 해야 하는데 5번 이상의 냉동치료는 삭감된다.

이렇게 되면 치료하다가 중단하든지, 민원의 소지가 있는 환자본인부담이나 비보험으로 치료해야 한다.

레이저 치료에 대한 보험수가는 레이저 종류에 따라 차등을 두어야 하지만 일괄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어서, 고가의 레이저장비로 치료해야 하는 보험질환인 경우에는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생긴다.

진료의 걸림돌은 치료행위뿐만 아니라 약제처방에도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다이보넥스(Calcipotriol) 세부 인정기준 및 방법에 대하여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대한피부과학회의 의견을 물어와 표와 같이 회신하였다.

그러나 상기의 학회 의견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원안대로 다음과 같이 4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고시하여 건선환자에게 calcipotriol를 제대로 소신껏 처방하지 못하게 되었다.

건선은 평생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질환으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장기간 도포하는 경우에 부작용이 심각하므로 calcipotriol 연고의 장기적인 사용이 요구되나 사용의 제한을 받게 되니 건선 환자들의 불만이 종종 의사와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진찰료 차등화를 위한 진료과목 특별분류는 피부과로서는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는 사항이다. 피부과의 기본은 내과계이다. 그러나 진찰료 차등화를 위한 진료과목별 분류에서 내과계통의 피부과를 외과군(나군)으로 분류해 버렸다.

이런 분류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대학병원에서도 피부과는 내과군(가군)으로 분류되어 있고, 피부과 전공의 시절에도 외과적인 교육은 거의 받지 않는다.

피부과에서도 약간의 처치가 있다고 외과로 분류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가정의학과가 외과군으로 분류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가정의학과는 내과, 외과계통의 환자를 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진찰료 차등화를 위한 분류의 기준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모든 정책결정에 있어서 원리원칙에 입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즉흥적이고 임시방편적인 것은 곤란하다.

이런 분류가 비용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비합리적인 결정이라면 더욱 더 빨리 수정해야한다.

건강보험재정적자를 핑계로 보건복지부가 무원칙적으로 의료체계를 흔든다면 의사들이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신뢰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

요즘 다행히도 의사협회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가나다군을 철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있어 진료과목 분류로 생긴 불합리는 곧 없어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런 불합리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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