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악화 책임 의사에 지우지 마라

매스컴에서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주범이 의료인이며, 그 중 개원의가 폭리를 취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개원 7년째인 본인이 보기에 개원의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보도는 현실에 맞지 않다.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가장 큰 원인제공은 의료정책의 문제점들이었다.

건강보험재정 적자는 진작부터 기정 사실이었는데, 의료보험 수진일수는 180일에서 365일로 늘렸고, 개인부담금도 3,300원에서 3,000원 내지 1,500원으로 인하했으며, 고가장비사용 고비용 질환에 대한 의료보험등재도 증가했다.

의약분업실시는 재정악화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의사협회는 공식적으로 의약분업이 고비용 정책임을 확인시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하였으나 정책 당국과 시민단체들은 의사·약사간의 밥그릇 싸움인양 매도하면서 의약분업 실시라는 소위 개혁정책을 성취시켰다.

의약분업을 추진하려는 의도와 의약분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첫번째 핵심사항으로 보험약가 문제를 들었다.

약품에서의 마진이 없는 대신 너무 낮은 기술료(처방·조제료)를 올려 주어야 한다는 취지하에 수가를 인상해 주고서는, 이제 와서 건강보험 재정악화 원인을 수가인상 하나 때문인양 의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리고 2003년 의원수가를 1.1% 인하시켰다. 그 사이 차등수가제를 만들어 의사 1인당75명까지만 진찰료 100% 인정해 주고, 초진료 적용이 1개월에서 3개월로 바뀌고, 물리치료 재진환자에서 기본장비실시 비용삭감, 임대료 대폭인상, 인건비 상승, 개원 열풍으로 인한 경쟁 심화 등 동네의원들의 실상은 착잡한 마음이다.

개원 열풍에 대해, 의사가 1년에 3,000명씩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중소병원 봉직의사들은 미래에 자기의 지위와 샐러리에 대해 늘 불안을 느끼는 처지이므로 한시라도 빨리 안정된 자기 자리를 잡으려는 몸부림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실제 차등수가제는 의사도 열심히 하면 자기 자본을 축적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인 의욕을 꺾어 버린 제도이다.

그래서 욕심내 보았자 소용없으니, 두세명 공동개원하면서 자기 시간을 더 갖자는 그룹들이 많이 생겨나게 된다.

개원하기 힘든 전공과목은 전공의 지원이 없어서 야단이라고 당연한 얘기를 마치 큰일인양 얘기하면서, A과의 예를 들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학병원에서는 4~5년째 전공의를 한명도 뽑지 못한 곳이 있다고 한다.

A과와 같이 고난도 수술을 배우고 나서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병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병원마다 전공의를 뽑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시의 경우 전체 의사의 90% 이상이 가정의로 구성되어 있다. 한해 성형외과 전공의가 2~3명, 정형외과 7~8명 등으로 시 당국에서 미래에 필요한 전문의 숫자를 예측하여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의료의 사회성과 일정한 파이(총액 예산제)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는우리 당국이 의료인을 양산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의료업에 종사하는 의료인수가 급증하고 인구의 노령화로 의료혜택이 필요한 환자수가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의약학의 발달로 의료의 질이 한층 고급화, 다양화 하는 현실에서 일정한 파이만을 주장하는 우리의 건강보험을 생각하면, 삭감사례와 약가를 포함한 수가기준의 문제점, 개선점 등 지역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제시는 이제까지 여러 차례 그러했듯이 반향없는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건강보험제도들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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