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절감에 밀려 국민건강 "뒷전"

서 론

외과의의 입장에서보다 기본적인 의료를 필요로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개진하고자 하는 절박한 의견이다.

건강보험 정책을 주도하시는 분들이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입장이 아닌, 연고가 없이 다빈도 질환으로 수술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대다수의 보험 정책 입안자와 관리하시는 분들도 다빈도 질환으로 수술할 경우에 현실에는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정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고민들은 보험재정,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묻혀서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닌지, 이러한 가운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양질의 치료를 받아야 할 권리가 없어지지 않는지, 다빈도 질환에 대한 수술은 사치스런 선택사항이 아니고 생명을 부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생명에 관계된 기본적인 질환이나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비보험, 본인부담, 비급여 등의 명목으로 보험급여항목에서 제외하는 일등이 어떠한 이차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진정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지.

보험재정에 부담을 덜기 위한 이러한 단편적인 방법들이 의료계를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고 하여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우수한 의대 졸업생들이 비급여가 많은 전공과목으로 투신하는 현실, 더구나 소위 인기과의 정원을 제한함으로써 더욱 희소가치가 있게 만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국민보건을 호도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한사람의 훌륭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하여서는 국가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서 양성한 의사들이 왜 기본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다빈도 질환의 치료에 종사하지 않고 선택사항인 분야에만 열심히 매진하게 되는가.

그 이유는 보험재정을 고려하여 선택사항의 의료를 본인부담, 비급여 등의 명목으로 무책임하게 방치하기 때문이다.

외과, 흉부외과 등의 기본수술을 쇄락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충수절제술의 예

충수절제술의 수술료는 단순충수염의 경우에 3,251점으로서 금액으로 환산하면 174,930원이다.

충수절제술은 수술이 순조로울 경우에 수술시간만 30분이면 되지만 어려울 경우에는 두시간이 소모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충수절제술을 시행하여야 하는 환자는 대부분 응급실로 내원하거나 응급환자라는 사실이다.

응급비용을 더 받지 않느냐 하는 의의를 제기 할 수 있으나 그 응급료를 다소 가산한다고 하더라도 야간이나 휴일에 수술을 기꺼이 하는 집도의는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충수절제술은 최소한 외과의가 2명이 참여하여야 한다. 30분 안에 수술이 되면 다행이지만 수술이 길어지거나 어려워지면 외과의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대단하다.

충수절제술이 가장 쉬운 수술이라는 일반적인 인식 때문에 어려워질 경우에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의 질책이 더욱 큰 스트레스가 된다.

오히려 현재의 충수절제술의 수술비 즉 상대가치에 대한 고려보다는 더욱 어려운 문제는 다음과 같다.

상처가 감염된다든지 최악의 경우에 장피누공, 장폐색 등의 합병증으로 입원이 길어지고 장기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적자에서 헤어날 방도가 없다.

항생제도 일정기간 이상 사용이 금지되고 입원기간도 제한한다.

심지어는 수술적 기술이 모자라서,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여, 충수절제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격미달의 외과의라는 시각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포괄수가제 시행이후에는 충수절제술의 선택적 기피현상이 심화되어 있다.

간단하고 처리하기 쉬운 충수염을 감별하는 것이 진료의 핵심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복잡하고 이상하면 타기관으로 전원하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 결과로서 충수염은 전문의들이 기피하는 질환이 되었고 결국은 전공의들이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문의가 수술하든 전공의가 수술하든 수술비는 차이가 없이 같다.

2001년부터 포괄수가제를 전 의료기관에 대하여 강제사항으로 규정하려고 하는 정부의 시도가 있었다.

대한외과학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충수절제술 포괄수가제의 전면 적용을 반대하는 공문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낸 적이 있다.

충수절제술을 응급으로 경한 환자를 선택하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시행할 경우에 적자가 된다는 사실은 수년동안의 연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중증 충수염이거나 복잡한 충수절제술의 환자는 기피대상이 된다.

진료를 기피한 응급실 의사는 처벌받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기피현상이 없어진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처벌받는 의사는 전공의거나 운 없는 당직의사일 따름이다.
 
의사는 처벌받게 되고 더욱더 외과를 지망하는 의사는 감소하고 국민건강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도록 자연의 진리를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절제술 수가와 재건술 수가의 분리 불인정

보험이 보편화 되기 이전의 제도에서는 외과의들이 임의로 수술수가를 결정하여 환자들에게 통고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절제술과 재건술을 분리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외과의가 얼마라고 하면 묵시적으로 절제술과 재건술을 포함한 수술료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이 보험이 보편화된 이후에도 계속 적용되어 절제술 중심으로 수술료가 책정되고 재건술은 무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과계통에서도 절제술과 재건술의 수술을 분리하여 시기를 달리하는 분야가 있다.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에서는 절제술로 충분하거나 재건술만을 위하여 수술한다.

재건술을 하더라도 시기를 달리하여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화기관의 수술은 다르다.

절제술만을 시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반드시 재건술을 시행하여 장관을 이어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음식을 먹고 소화시킬 수가 없다. 위절제술, 대장절제술, 담도 절제술 등이다.

소화기관 수술 중 절제술에 비교적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리고 더욱 더 심각한 것은 소화기관 재건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상대가치 체계에서도 다소 이러한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외과 수가의 합리적인 책정과 왜곡을 방지하기 위하여서는 절제술과 재건술을 반드시 분리하는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신기술의 개념과 고부가가치 적용

국민 보건의 향상을 위하여 질병을 획기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신기술은 계속 개발이 되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신기술 개발에 지원하고 있다.

신기술을 통하여 새로운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이에 상응하는 높은 수가를 인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 전제되어야 할 것이 효과적이고 전통적인 치료방법, 수술방법이 훼손되거나 상대적으로 비하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첨단 기계를 사용하거나 인체내에 장치를 설치하는 수술의 상대가치가 더욱 더 인정되며, 외과의의 기본 술기-노력에 대한 배려는 미미하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충수절제술이다.

충수절제술에 소요되는 노력이나 재료-자원은 마찬가지이나 타 분야의 신기술의 적용으로 충수절제술은 과거 이십년 동안 일관되게 평가절하 되었다.

더구나 수술에 참여하는 외과의가 몇 명이던 수술료는 같다는 것이 사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어 외과수술은 타과의 수술에 비해 경영적인 면에서 철저하게 천시 당하고 무시당하는 현실이다.

생명을 중시하여야 한다는 총론과 외과수가 책정의 각론에서 너무나 큰 괴리가 있다.


결 론

지면관계로 여러 가지 예를 망라할 수 없어서 충수절제술의 예를 대표적으로 제시하였으나 현재의 건강보험에서의 소화기관 수술의 대부분 상대가치 및 인정기준은 충수절제술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의 사태의 임시 수습에만 급급하지 않고 진정으로 후손들을 위하고 국민보건을 위한다면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를 과감하게 생명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자신과 내 후손들의 건강이 보장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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