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안맞아·바빠서" 4명중 1명은 끼니 걸러
의료지원 위한 누적 데이터 통합 연구 필요


 정부의 다문화 지원정책에 따라 결혼 이주여성들에 대한 범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커져가고 있지만 제대로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중간점검이 필요하다.

 본지는 지난 1월 12일자 신년특집 기획물로 국제결혼 이주여성 건강 실태와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 현황을 중점 보도했다(본지 1월 12일자).

 현재 우리나라는 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았으며 결혼이민자 수도 "1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결혼 이주여성 가구의 대다수가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에 속하며 새로운 문화의 적응에 앞서 이뤄지는 임신·출산에 따른 모자보건서비스 지원 수요가 높은 대상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다문화 가정 지원은 이주여성들의 인권과 문화적 통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인권문제에 가려 건강에 대한 검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 실질적인 지원에 앞서 필요한 기초조사자료조차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제대로 된 밑그림 없이 시작한 정부의 다문화 가정 지원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일회성·단편성·산발성·중복성·홍보성 등 과밀과소 형태의 지원이란 지적을 받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용역보고서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생식건강 실태와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결혼 이주여성들의 건강수준을 살펴본다.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한 동남아시아 여성 4명 중 1명이 매일 한끼를 거르고 저체중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증진실 김혜련 연구팀은 최근 국제결혼을 통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한국 거주 6년 이내의 이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임신 및 출산실태와 생식보건서비스 이용현황,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실태, 건강수준을 조사, 분석한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생식건강 실태와 정책과제"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여성들을 주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연구에서 상당수의 여성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 식사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저체중과 빈혈이 많고 B형간염 보균자나 HPV 감염률도 높은 등 전반적으로 낮은 건강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식사를 매일 한끼 이상 거른다는 대상자는 25.8%였으며 주 2~3회 거른다는 경우가 14.5%로 결식빈도가 매우 높았다.

 끼니를 거르는 이유로는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서가 47.5%로 가장 많았으며 직장, 집안일 등으로 바빠서가 18%,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4.1% 순이었다.

특히 임신 중 먹는 음식이 출신국가 음식과 달라 전혀 먹지 못한 경우는 12.8%, 잘 먹지 못한 경우 49.6%로 약 60% 정도가 음식관련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거주기간별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적응에 따른 변화는 알 수 없었다.

의료기관 첫 검진 대부분이 임신 이후

 총 임신 횟수는 전체 조사대상자 평균이 2.4회였으며 1회가 52.6%로 가장 많았고 2회 25.9%, 경험이 없는 경우가 11.6%로 집계됐다.

전체 조사대상자들 가운데 임신 5개월 이전 자연유산 경험은 10.9%, 인공임신중절은 6.3%, 임신 5개월 이후 사산 경험은 2.1%, 임신 5개월 이상 8개월 이내의 태아 조산 경험은 4.3%, 저체중아 출산 경험은 4.2%, 선천성 기형아 출산 경험은 0.8%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자가 응답했다.

 인공임신중절 이유로는 터울조절이 21.9%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자녀를 원하지 않아서 18.8%, 산모의 건강 때문에, 태아의 건강상의 우려(기형아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각 15.6% 등으로 조사됐다.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에 해당하는 경우는 31.2%로 나머지 대부분은 사회경제적 이유에 의한 불법적 인공임신중절로 추정할 수 있어 좀 더 적극적인 피임보급과 피임방법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 이뤄져야 함을 드러냈다.

생식·모자보건 기본 서비스로 제공해야

 임신이나 출산 후에 유병증상을 보인 질병 10가지를 조사한 결과 전체 대상자에서 빈혈이 19.6%, 산전 후 출혈이 9.4%, 저체중이나 임신 중 체중증가 미달이 8.3%, B형 간염이 8.2%로 결혼 이주여성에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의 유병수준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전진찰을 받은 경우는 91.7%로 대부분의 경우 임신에 따른 산전진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에서의 첫 검진이 임신 후에 이뤄지는 셈이다.

 첫 산전진찰 시기는 50.3%가 4주 이내로 조기에 이뤄졌으나 17주 이후에 받았다는 경우도 3.5%에 이르러 산전진찰이 지연되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후 초진 시기는 평균 6.3주, 산전수진 횟수는 전체 대상자에서 평균 9.1회로 2006년 전국 출산력 조사상 우리나라 기혼여성 평균 산전수진 횟수인 13.2회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중에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지 못한 이유로는 병원비 부담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병원이나 보건소가 멀어서, 혼자 나가기 힘들어서 등의 순으로 나타나 이주여성들에 대한 의료비 및 접근성 강화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김혜련 박사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임신 출산 전후의 생식보건 수준에서 많은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기본적인 모자보건서비스와 생식보건서비스는 이주여성 본인들이 찾아서 선택적으로 받기 보다는 기본 서비스로서 포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49%가 B형간염 예방접종해야

 BMI 18.5 미만인 경우가 대상자의 17.6%로 나타났으며 특히 베트남 여성에서 저체중 빈도가 높았다. 한국에 와서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질병을 파악한 결과 빈혈이 14%로 가장 많았고 위장질환 10.1%, 부인과 질환 8% 순이었다.

또 치료를 잘 받지 못하고 있는 질환으로 당뇨 28.6%, 심장질환 25.8%, 암 18.2% 등으로 나타나 만성질환에 대한 의료적 지원이 필요함을 드러냈다<표>.

 전북대 설동훈 교수의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 및 보건·복지 지원 정책방안(2005년)"에서도 역시 빈혈이 12.1%로 가장 흔했고 위장질환 8%, 자궁근종 5.1%, 고혈압 4.5%, 당뇨병 2.6%, 심장병 3.4%, 갑상선질환 3.7%, 암 2.7%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이화의학전문대학원 정혜원 교수가 질병관리본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학술용역으로 동아시아 출신 국제결혼 이주여성(베트남, 캄보디아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2007년)에서는 간염 항체가 없어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는 대상자의 49%에 달했으며 7% 가량의 여성이 B형간염 보균자로 나타났다.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 28.6% 달해

 또 자궁경부암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 중 고위험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이 28.6%에 달해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한국건강관리협회가 6000명의 결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검진결과에서도 18%가 빈혈 유소견, 21.2%가 자궁경부암검사 유소견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공단 조사 결과 우리나라 여성 0.6%가 빈혈 유소견, 5.9%가 자궁경부암 유소견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정혜원 교수는 "향후 결혼 이주여성들이 전체 국민의 10%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들 모두 우리의 의료비용으로 감당해야 한다"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취약한지 파악해 사전예방을 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묶어 벨리데이션(validation)해 통합적으로 연구하면 더욱 명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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